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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Jun 02. 2024

남들은 모르지

우리 주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존경스러운 어른들이 참 많다. 유명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삶의 소신을 가지고 남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그런 인물들을 취재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저자의 수고로 생소한 이름이긴 하지만 채현국이라는 어른을 도서관에서 어렵게 찾아내 만나보았다. 


김장하 어른과 공통점은 자신이 쌓은 부를 조건 없이 지인들에게 나누는 삶을 살아간 점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돈 버는 능력이 최고의 가치이자 삶의 방식으로 전환된 시점에서 소설 속에서만 등장할 법한 이야기를 살아간 이들이 있는데 그중에 한 분이 바로 채현국 이사장이다. 그는 효암 학원 이사장이기도 하다. 물론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이긴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재산은 통장도 없고 그저 학교 안에 침대 없이 누워 잠자는 방 그 정도만 소유한 체 살아가고 있다. 


그의 선친은 삼척 도계, 정선 사북에서 탄광업을 하던 기업인이었고 탄광산업이 붐을 일으키던 시대에 상당한 부를 축적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자였던 채현국 어른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탄광업을 이어받고 살아가지만 그의 주변에 어려운 이들,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통 크게 나눔을 실천한다. 집 없는 지인들에게는 집도 사 주고 심지어 자신이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된 탄광업을 친구에게 물려주는 일까지 한다. 감히 상상치도 못한 일들을 한다. 


"보증 서 가지고. 내가 회사를 주면서 사실은 주식까지 다 줬어. 남들은 모르지. 앞서 다른 회사 나눠줬듯이." _120쪽


군부정권 시절 여러 가지 사정으로 물려주었던 탄광 회사가 부도가 나고 결국 신용불량자로 몰리며 지금까지 통장 없이 살아가고 있다.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의 역사 지식은 상당히 깊다. 대학에서는 철학을 전공하고 고대사까지 관심을 가지며 독서로 다져진 그의 지식수준은 그를 취재한 기자도 놀라울 만큼 탄탄하다. 


"다양한 가치가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회.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는 계산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_156쪽.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도 채현국 어른처럼 김장하 어른처럼 소리 소문 없이 자선을 베풀며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살아가는 수많은 어른들이 많을 것이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 인사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귀감이 되는 어른들을 취재하고 알리는 작업들이 필요할 듯싶다. 이에 김주완 기자의 과감한 시도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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