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창수 Jun 03. 2024

말랑말랑한 교직원 회의, 가능하다!

우리 학교는 매월 1회 교직원 회의를 연다. 아픈 분들, 공적인 일들이 있는 분들이 있기에 모두 모인 적은 없다. 모두 바쁜 하루를 살아가기에 한 울타리 안에 함께 근무하는 교직원들이라고 해도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지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렇게 매달 한 번이라도 회의라는 형식으로 얼굴도 보고 삶도 나눌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회의라는 것이 '회의'케 만든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듯이 회의에 대한 생각이 대체로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특히 얼굴을 맞대고 한자리에 모이는 회의는 더더욱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얼굴을 보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전달할 방법들이 많은데 굳이 바쁜데 모여야 되냐고 의견을 제시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자리에 모이도록 하는 것은 비대면의 단점을 알기에 반대에도 무릅쓰고 회의를 열게 된다. 


아마도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회의 자체가 너무 형식적이고 답정녀처럼 정해진 답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름 회의의 룰을 정하거나 회의 문화를 개선하고자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회의 때 늘 말하는 사람만 얘기하거나 직위가 높은 사람만 이야기한다면 회의를 굳이 열어나 되나 싶다.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모두 내 생각을 얘기하고 싶어 한다. 자유롭게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만 조성된다면 회의를 꺼리는 사람들은 줄여들 것이다. 


오늘은 교감인 내가 사회를 보았다. 사전에 교무부장님과 학교장께도 써클 형식의 나눔을 약 20여 분 갖겠다고 말씀 드려놓았다. 모인 교직원들을 4명 1개 모둠으로 구성했다. 골고루 자연스럽게 모둠이 구성될 수 있도록 앉은 순서대로 번호를 부르게 했다. 1,2,3,4. 그리고 다시 1,2,3,4. 번호가 같은 사람끼리 같은 모둠이 되게 했다. 조장은 생일이 가장 빠른 사람으로 정해달라고 했다. 조장들을 앞으로 모이게 해서 사전에 준비한 말랑말랑한 질문 4개를 적어 놓은 종이를 드렸다. 


질문지에 이런 내용을 담았다. 아주 단순한 질문이다. 그래야 이야기하는 분들도 부담스럽지 않다. 


나의 지금 몸과 마음의 상태를 이야기해 주세요.

내 이름의 뜻을 설명해 주세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첫 출근의 기억을 말씀해 주세요. 그때 옷차림, 마음가짐, 에피소드 등을 말해주세요.


나도 모둠에 들어가서 함께 참여했다. 참여하면서 전체 분위기를 힐끔힐끔 살펴보았다. 역시 나의 생각을 마음껏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만들길 참 잘했다. 표정이 밝아졌다. 회의하러 처음 들어올 때에는 약간 경직된 얼굴이었는데 말이다. 회의의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먼저 서로서로 마음 문을 여는 간단한 활동을 한다면 본 회의의 목적을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학교를 바꾸는가?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가?


소통과 나눔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몸을 쓰고 난 뒤 갖는 나만의 휴식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