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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Jun 05. 2024

교감이 교감에게

한 달 전 부담스러운 강의 의뢰를 받았다. 강의 주제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 강의 날짜, 강의 시간 때문도 아니다. 강의 대상이 살짝 신경이 쓰였다. 2022년에 울산 연수원에서 교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기억을 되살려 보면 강의 시작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묵직한 침묵과도 같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던 기억이 난다. 별의별 동기유발과 마음 문 열기 활동을 해도 어지간해서는 표현을 잘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진땀을 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번에도 역시 교감들 대상이다. 나름대로 그때의 선 경험이 있었기에 일단 강의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어떻게 분위기를 좋게 만드느냐가 나의 제일 중요한 포인트 지점이었다. 강의 내용은 일찌감치 준비해 놓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고민 지점은 아니었다. 연수 시간이 되어 한두 분씩 강의실로 들어오는데 역시 발걸음이 느릿느릿하다. 오전에 업무 때문인지 피곤한 모습을 보이시는 분들도 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하며 접촉점을 잡기 위해 기회를 엿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본 강의에 들어가기 전에 모둠으로 둘러앉은 교감님들께 몇 가지 만들어 놓은 질문들을 화면으로 보여 드리고 돌아가면서 말씀을 나눠 보시라고 했다. 과연 입을 여실까. 대화의 분위기가 말랑말랑해져야 하는데 하는 노파심으로 모둠을 순회하며 교감님들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의외로 예정된 시간보다도 더 길게 말씀을 나누고 있으셔서 중간에 끊기가 미안했다. 편안한 질문으로 준비하기 잘했다.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드리기 잘했다. 강의 시간이 촉박하기는 하지만 서두에 마음 문 열기를 잘 시도한 것 같다. 


강의는 나름 주도하며 잘 진행했다. 자연스럽게 강의 중에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해 드렸다. 당초에는 실습지로 함께 실제 연습을 하려고 했으나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시간이 여의치 않아 생략했다. 중간중간 날카로운 질문도 있었다. 다행히 지혜롭게 답변드렸다. 


교감님들이 고민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내가 교감이니 누구보다도 더 잘 알기에 강의의 초점도 분명히 잡을 수 있었다. 교감님 대상 연수는 같은 교감이 하는 게 좋을 수 있다. 동병상련이라고 하나. 학교 내 중간 관리자로서 생각의 일치점이 많기에 서로 말 없는 교감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부담스러운 대상이었지만 막상 하고 나니 그렇게 겁먹을 필요가 있었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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