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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Jun 29. 2024

생각지도 못한 칭찬에

잠시 쉬는 시간에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서 어깨를 툭 친다. 돌아봤더니 몇 번 뵌 교장님이다.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 한적한 장소로 이동했다. 조심스럽게 말씀하신다. 일단 먼저 감사하다고 한다. 어리둥절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맥락을 파악할 수 없었지만 안심하고 들을 수 있었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지난달 몇몇 학교 1학기 평가계획을 점검하고 피드백을 해드린 적이 있었다. 컨설팅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서 교육지원청에 송부했고 교육지원청에서는 해당 학교로 컨설턴트인 내가 피드백한 결과 보고서를 그대로 송부한 모양이다. 그 학교 교장님이 오늘 나를 불러 감사하다고 하신 장본인이시다.



본인도 결재로 올라온 평가 계획을 보고 조금 더 보완하라는 의미에서 한 템포 늦춘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한 번 더 살펴보라는 의미에서 교장님으로서는 힘든 결정을 하신 것이다. 담당 부장이나 학년 교사 입장에서는 교장님이 결재를 한 템포 늦추고 다시 살펴보라고 한 행동은 상당히 긴장되는 부분이다. 서로 간에 부담감을 가지고 한 행위였지만 다음번 올라온 계획도 달라진 부분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답답했고 오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낸 컨설팅 피드백 보고서가 자신이 꼭 하고 싶어 했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어 속이 시원했다고 한다. 단위 학교의 교장님들 마음이 이렇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여러 가지 상황을 살피며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못하신다. 우회적으로 에둘러 이야기하는 편이다. 나 또한 몇 개 학교 평가계획을 전 학년 전 교과를 꼼꼼하게 살펴보기란 시간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나름 컨설팅 방향을 세우고 살펴보았다. 다행히 해당 학교에 꼭 필요한 피드백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 컨설팅을 하고 해당 학교 교장님께 칭찬받기는 처음이다. 형식적인 칭찬 말고 진심이 묻어 있는 칭찬 말이다.



토요일 연수에 와서 생각지도 못한 칭찬을 들었다. 대부분 교사들이어서 조금 어색했지만 그럼에도 선생님들이 현재 어떤 위치에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교감의 전문성은 교사를 알아가는 데에서 시작된다. 교사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교감이 멋진 교감이다. 보통 선생님들이 모인 모임이나 공간에 교감이 끼기가 서로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오늘은 공식적인 연수라 약간의 어색함은 있었지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스스로 고립시키지 않고 함께 하려는 도전도 필요할 것 같다. 연수의 참여 대상의 범위가 교사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면 용기 내어 참석하면 의외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교사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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