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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Jun 28. 2024

감동은 크기와 상관없다!

교원 인사와 별개로 학교 안에 행정실 지방공무원들은 7월 1일 자 발령이 있다. 우리 학교도 예외가 없다. 정들었던 주무관님들이 발령이 새로 난 학교로 옮기거나 계약이 종료되어 일을 그만두신다. 교무실과 행정실의 관계가 미묘하다고 하지만 우리 학교는 감사하게도 갈등이 표면화된 적은 없다.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거라 생각이 든다. 애매한 공문을 어느 부서에서 받을 거냐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 학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제는 감자전에 막국수 한 그릇의 저녁식사지만 조촐한 송별식 자리를 가졌고 오늘은 마지막 현 근무지에서 떠나기 직전에 인사를 한다고 교무실까지 오셔서 비타 500을 들고 오셨다. 서로 덕담을 나누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언제 어디에서 만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지만 함께 근무했던 인연으로 밖에서 만나도 참 반가울 것 같다. 관계는 슬며시 형성된다. 


평소에 잘 마시지 않는 비타 500 음료지만 오늘은 감사한 마음으로 마셔야겠다. 비타 500에 담긴 주무관님의 마음을 알기에. 나도 이제 올해가 끝나면 학교 만기로 떠나야 한다. 떠날 때 주무관님처럼 일일이 한 사람 한 사람 찾아뵙고 인사를 나눠야겠다. 


매년 이렇게 학교 만기가 되어 떠나는 분들을 본다. 아쉬운 것은 좋고 나쁨의 차이를 떠나 떠날 때에는 얼굴을 직접 보고 간단하게나마 인사를 하고 떠나면 참 아름다울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분위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론 공식적인 송별식에서 인사를 나누지만 그건 그거고 개인적으로 한 번쯤은 빈말이라도 '그동안 함께 있으면서 큰 힘이 되었다고' 따뜻한 말을 서로 전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 쑥스럽게 비타 500 음료 한 병을 들고 오셔서 다음에 또 뵈었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하고 떠나시는 주무관님의 뒷모습을 보며 한 수 배웠다. 나이로는 주무관님이 한참 위시다. 나이를 떠나 예의를 표하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감동은 크기와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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