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보다 관계가 힘들 때
'텅후(Tongue fu)'
직장 안에서 하루 중 누구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눌까 생각해 본다.
개학 한 지 며칠 안 되었지만 따져보니 교장 선생님과 대화를 가장 많이 나누는 것 같다.
교장 선생님이 바뀌면서 관계 정립도 새롭게 하고 있다.
작년과 달라진 점은 아침에 내가 먼저 교장실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인사도 드릴 겸.
예고도 없이 교장실에 들어가면 당황하실 법도 하신데 넉넉히 공간을 내어 주신다.
오늘 아침에도 체육관 공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학교 조리실 종사자들의 폐암 예방을 위해 천장 높이를 최소한 3.6 미터해야 한다는 기사를 바탕으로 공사 중이지만 학교가 추후 할 수 있는 조치들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나눴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 관계에 대해서도, 주말에도 선생님들이 학교에 나오는 데에 대한 이야기도, 간담회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등등 마주 보고 앉아 있으니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게 된다.
앞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분명히 생각이 다른 점들이 분명히 생길 것이다. 이때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할 지에 대한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을 소환해 보니 당시 이런 느낌을 메모해 두었던 적이 있다.
상대방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 전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제 의견을 더하는 것이 사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정도로 대응하며 큰 탈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교감으로써 늘 애매한 관계는 행정실과의 관계다. 학교라는 조직이 참 거시기하다. 교원, 지방공무원, 교육공무직, 학교회계직원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 관계 정립이 어려울 때가 많다. 가장 힘든 것은 상대방이 보인 말과 행동, 표정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당황한 적이 있다. 순간 화가 나기도 하고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발끈하게 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된다. 선전포고인 셈이다.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에서는 그런 상황에서는 입을 다물라고 조언한다.
일명 '텅후(Tongue fu)' 즉 말로 하는 쿵후라는 뜻으로 상대방이 말로 공격해 올 때 방어하는 기술을 말한다. 무슨 뜻인지 확인이 어려울 때에는 입 다물기(텅후)로 응수하라고 한다. 도저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닥쳤을 때에도 "그건 무슨 뜻이죠?"라고 분명한 정보를 물어보며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해소할 방법을 찾아가라고 이야기한다.
교감이라는 직위를 가지고 고집을 피우거나 쌈닭처럼 말하기보다는 차라리 '텅후' 입 다물고 있는 것이 학교 안에서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인 셈이다.
야마기시 가즈미가 쓴 『인간관계, 그 한마디가 부족해서』, 전미옥 님이 쓴 『저는 일보다 사람이 어렵습니다』, 강원국의 『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 』가 공통적으로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얘기는 많은 이들이 일보다 관계에 힘들어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힘의 관계를 담고 있다.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동등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 갈등이 생기고 상처를 받게 된다. 오늘도 얼굴을 보며 대화를 하게 될 교직원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더 건네는 사람이 되도록 생각하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