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과 교감의 관계는 물과 기름일까? 아니면 쌍두마차일까?
물과 기름이라고 보는 시각은 섞이지 않는다는 것에 비중을 둔 다소 부정적인 의미가 짙은 것 같다. 쌍두마차로 보는 시각은 상호 협력하는 두 사람의 긍정적인 관계에 빗댄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의 관계가 좋고 나쁘냐는 대화의 질과 양으로 판가름된다. 교감은 조직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교장과의 대화에 물꼬를 터야 하는 숙명적 위치에 놓여 있다고 본다.
숙명이라는 말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뜻이다. 교감은 학교장을 보좌하게끔 초중등교육법에 그 역할이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개인 관계를 떠나 공적인 관계에서는 피할 수 없는 운명적 만남임에 틀림이 없다.
오늘 아침도 차 한 잔을 담은 컵을 들고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담화를 나누기 위해서. 담화란 공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 어떤 일에 관해 견해나 태도 등을 알리는 말이라는 뜻도 있지만 서로 자유롭게 나누는 이야기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자유롭게 교장님과 아침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두 번째다. 함께 생각을 맞추기 위함이다. 담화를 나눌수록 생각도 깊어진다. 대화의 질도 높아진다. 간단한 사적 얘기도 윤활유처럼 작용한다. 오늘 하루 학교 안에 있을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딱딱한 보고 형식보다 담화 형식이 부담이 없고 편하다. 오늘 대화의 종착지는 서로에 대한 칭찬이었다.
“저희 학교가 복이 많은 것 같습니다. 교장님이 오셔서 학부모님과 동문들에게도 복입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학교에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저도 복이 많은 것 같습니다. 좋은 교감님과 선생님들, 교직원들을 만나게 되어서요”
교감은 교장실로 찾아가야 하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발품을 판만큼 학교가 잘 돌아가리라 믿고 있다. 교장과 교직원과의 가교 역할이 교감의 역할 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해 왔다.
대화가 자유롭고 편안할 때 그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대화를 통해 정보와 사실을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서로 마음을 나눌 때 뭔가 보람이 있고 대화를 마쳤을 때에는 힘을 얻는다. 전화 통화를 해서라도 자신의 속마음을 나누려는 이유도 대화가 주는 힘이 아닐까. 지인과 몇 시간씩 통화를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도 마음을 알아달라는 얘기가 아닐까. 대화만 잘 돼도 갈등도 잘 해결될 것 같다. 직장 안에서 일할 맛이 나지 않을까. 신바람 나게. 솔직한 대화는 감정을 털어놓게 한다. 치유의 효과가 나타난다.
교장님과의 담화 후 교장님이 손 봐달라는 ‘학교장 부임 인사글’을 기분 좋게 수정해 드렸다. 대화의 효과다!
‘교감선생님 역시 명확하고 잘 되었어요. 고맙습니다’
수정한 글을 보시고 교장님이 고맙다고 쪽지를 보내오셨다.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한다. 물꼬를 튼 대화의 결과다!
가토 유지의 『도요타, 다섯 번의 질문』에서는 도요타 자동차의 기업 원칙 중 하나인 ‘수평적인 대화’를 소개한다.
직위를 떠나 자유롭게 대화를 권장하는 기업.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누구든지 창의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을 하고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수시로 개선한다고 한다.
참고로 아래는 우리 교장님이 학부모님께 드리는 글이다.
가슴에 와닿는 부임 인사글이다.
원문에 약간의 첨삭을 했다.
학부모님께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우선 지면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3월 1일 자로 본교에 부임하게 된 ‘교장 000’입니다.
본교는 50여 년의 역사 속에서 명문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 교육을 위해,
부모님과 동문님들 그리고 지역사회의
많은 지원과 도움의 결과라고 생각하며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자랑스러운 나라입니다.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에 따라 모든 어린이들과 교육공동체가 함께
잘 사는 행복한 학교, 지역사회 학교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3월 2일 어린이들에게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첫째, 행복한 친구 관계
둘째, 좋은 생활 습관과 학습 습관
셋째, 올바른 인성 함양
폭력은 절대 안 되며 정말 힘들 땐 언제든 선생님께 말씀드려 도움을 받자고 말했습니다.
끝으로, 우리 학생들이 좋은 책을 많이 읽고, 한 가지 운동과 악기 배우기를 꾸준히
하길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따뜻하고 멋진 정신을 가진 강감찬 장군,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유일한 박사, 안중근 의사, 김구, 이병철, 정주영 같은
글로벌 인재로 커가길 바랍니다.
특히, 어린이 안전에 무엇보다도 힘쓰겠습니다.
본교는 체육관과 급식소 신축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12월 말까지 공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는 교육으로 만났습니다.
우리 교직원들은 어린이들이 기초기본교육과 창의인성교육 및
다양한 진로체험을 통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사랑으로 만나고 열정으로 교학상장하겠습니다.
진정성 있는 대화로 소통함과 상생하는 인간관계로
어린이의 잠재력을 이끌 것입니다.
또한 학교예산을 어린이교육에 집중지원하겠습니다.
부모님과 동문 및 지역사회 여러분께 부탁드릴 말씀은
우리 어린이들이 전인적으로 성장하도록 관심과 도움 부탁드립니다.
학부모님께서 학교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담임선생님이나 교무실로
고견을 주시면 교육공동체의 수렴을 거쳐
어린이들의 교육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학부모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항상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