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자격연수를 받으면서 '리더십'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학교 안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거의 누구나 리더십을 가진다. 학급을 운영하는 담임은 교사 리더십을, 중간 관리자인 교감은 교감 리더십을, 최고 관리자인 교장은 교장 리더십을 행사한다. 지금까지 각종 리더십에 관한 책은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 사람들의 이야기 또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위대한 실적을 낸 본인이 이야기가 주였다. 물론 귀감이 되고 도전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리더십이라는 것이 워낙 상대적인 것이라 자신에게 적용하기에는 그림의 떡과 같이 여겨진 것이 사실이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리더의 시선에서 우수 사례 또는 실패 사례를 든 것이라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일 수가 있다. 진작 중요한 것은 리더를 따르는 팔로워들의 생각이 아닐까. 특히 수평적 조직 문화가 확산되었고 소통과 공감이 중시되는 요즘 팔로워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의 합당한 비판과 요청을 포용하고 수용해야 한다.
"리더십은 외교다"
외교에 능숙하지 못하면 고립되고 위험해진다. 위험한 리더십은 조직을 위험에 빠트린다. 업무 지시도 의견 수렴도 타협과 의논을 전제로 한 교섭이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없는 시대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바뀌지 않으면 도태된다. 기존의 가치와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면 십중팔구 실패한다. 누리던 것을 과감히 내던져야 한다. 더불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시대다. 리더십에는 왕도가 없다.
교장과 교감은 교사 때와는 역할이 완전히 바뀐다. 그전의 업무 형태와 사고방식을 고수하면 낭패를 당할 경우가 많아진다.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면 꼰대가 된다. 역할이 바뀌면 기대가 달라진다. 다시 태어났다는 심정으로 자리에 임해야 한다.
"위험한 리더십"
학교 관리자의 유혹 중 하나는 학교의 성과를 자신의 업적이나 영예로 부풀릴 수 있다는 점이다. 교직원 모두의 합작품이다. "한 가지 이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해로운 일 하나를 제거하는 것만 못하고, 한 가지 일을 만들어내는 것은 일 하나를 없애는 것만 못하다" (133쪽)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미 없는 업무가 있다. 예쁜 쓰레기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조직의 역량과 잠재력을 소진하게 한다. 욕심이 과해서는 안 된다.
오랫동안 무탈하게 학교 안에서 리더십을 가지려면 '진정성에 기반한 투명한 소통'이 우선해야 한다. 롱런하는 방법이다. "점유한 자리가 높아졌다 해서 '주장'이 '당위'로 변하는 것이 아니다.", "지위 고하를 떠나 잘 모르는 영역에선 말을 아낄 줄 알아야 한다" (145쪽) 교직원들은 자신을 신뢰하고 인정해 주는 관리자를 원한다. "리더가 본인이 내린 결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며 소통하는 것은 결정권자의 주요한 업무인 동시에 생존을 위한 전략이다" (194쪽)
학교 관리자가 빠질 함정 중 하나는 맹목적인 충성과 복종을 하는 교직원에게 치우칠 가능성이 있다. 소위 말해서 예스맨을 가까이 두고 싶어 하는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솔직히 당신 열정엔 관심 없어요』는 팔로워의 시각에서 백전백패하는 위험한 리더십을 솔직하게 이야기한 책이다. 요 근래에 좀처럼 찾기 어려운 리더십 책이다. 리더가 읽기에는 가슴이 시린 책이다. 피하고 싶은 책이다.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리더가 되고 싶다면 꼭 읽어보시라.
나 또한 교장 자격연수 기간이 아니었다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책이다. 리더십에 관한 책을 단지 자기 계발서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터인데 감사하게도 이 책을 만나게 되었으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