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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실재감, 교육과정에서 찾다!

by 이창수

12월은 교감의 시간이다. 인사 시즌이기도 하며 학기말을 정리하며 학사와 교육과정, 각종 결과 보고까지 마무리를 해야 하는 시기다. 그 중심에 항상 교감이 있다. 세계의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했었는데 학교 현장에서 모든 일은 교감을 통해 진행된다. 몸이 아프더라도 쉴 겨를이 없다. 잠시 자리를 비우더라도 머릿속은 학교 생각이다.


교장님들이 생각하시는 유능한 교감은 대게 이럴 거다. 교직원들과 교장 사이의 매개 역할을 윤활유처럼 잘하고 소통을 잘 이끌어내는 교감, 학교의 각종 사안을 민첩하게 대응하며 학교가 평온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해 주는 교감을 가장 바라시는 것 같다.


반면 담임 선생님들은 어떨까? 편안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틈을 열어주는 교감이 아닐까. 그런데 문제는 그 도움이 교육과정에 대한 나눔이라든가 고민이라면 더더욱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학교가 좀 더 안전하고 선생님들이 마음껏 교육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계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갈등으로 몸살을 겪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선생님들이 생각하는 유능한 교감은 각종 민원과 사안들을 책임져주는 사람을 원한다. 발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껄끄러운 사람을 만나주고 전화를 받아주며 갈등을 전환시켜 주는 교감을 가장 바라시는 것 같다. 물론 내 생각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학교의 본질이 교육과정 운영에 있고 지금 시행되고 있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교육과정의 자율화일진대 현장에서 받아들이는 체감도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제반 사항이 완벽하게 갖춰지기까지는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겠지만 교육과정의 가치에 현실이 뒷받침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 실효성이 과연 충분히 나타날 수 있을까 염려가 된다.


이 와중에 일선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는 교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되었다. 이 귀한 시간을 마련해 주신 담당 장학사님께 감사드린다. 교육과정에 대한 주제로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적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교감님들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내년을 준비하며 교육과정을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고무적이다.


교감 실재감!


학교 현장에서 교감의 존재감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 많은 역할 중에 선생님들과 함께 소통하고 나눌 수 있는 주제로 '교육과정'이었으면 한다. 여러 가지 사안이나 갈등의 소재 말고. 앞으로 그럴 날이 오겠지라는 소망을 가져본다. 교감의 실재감이 교육과정을 논하는 자리에서 빛났으면 한다.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 전문가는 교감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으면 한다. 20년 넘게 직접 학생들과 여러 가지 수업을 하며 교육 활동을 해 왔던 그 경험을 토대로 교육과정의 진행 방향과 가치를 논할 수 있는 사람은 교감이라면 충분하다고 본다.


교육과정에 대해 유능한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끝까지 손을 놓지 않고 있을 뿐이다. 교육과정에 관한 책을 읽고 바뀌는 교육과정의 흐름을 읽어내며 교육과정 연수의 기회가 있다면 어떻게든 참여하여 듣고 있는 중이다.


교육과정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선생님들이 찾아왔을 때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오늘도 작은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눈을 비비며 한 줄 한 줄 힘겹게 책을 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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