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너지면 안 됩니다!

by 이창수

타 지역의 교감 선생님을 만나는 일은 긴장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동질감 때문인지 편안한 마음이 든다.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표정 하나 말 한마디만 건네도 마음이 통한다. 바쁜 하루 일과 속에 오전 내내 문서와 전쟁을 치르고 각종 학교 일들을 컨트롤하며 왔을 교감님들의 형편을 안 봐도 딱 알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동일 시간대에 비슷한 연수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교감님들이 이 연수를 듣기 위해 달려오셨다는 장학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미안하면서도 감사했다. 학생 평가, 수업 장학, 학교 자율 시간 등을 교감의 시선에서 어떻게 조율하며 관리해 가야 할지에 대한 내용을 말씀드렸지만 나에게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장면은 쉬는 시간 교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나누는 대화의 내용이었다.


교감님들도 직위 상으로 역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구성원들로부터 넉넉히 존경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일까? 우리는 오래전부터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관계를 만들어가자고 이야기하는데 쌍방향이 되지 않고 한쪽만 열심히 퍼주는 관계가 되었을까 생각해 본다. 우물도 퍼주기만 하면 결국 고갈되어 버린다. 쓴 만큼 채워지기 위해서는 존경과 신뢰를 느껴야 한다.


존경과 신뢰를 서로 느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말'이 중요하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지 않나.


고맙다는 말로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해 주는 것이 서로에 필요할 것 같다. 존재를 인정해 준다는 것은 상대를 존경한다는 뜻이다. 교감은 교사에게 고맙다는 말로 존재를 인정해 주고 교사는 교감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건넬 때 건강한 공동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쉬운 것인데 '고맙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 어려운가 보다.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하고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교만함도 한쪽으로 밀어 놓아야 한다. '나는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라는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생각에 동의가 안 되더라도 조언을 해 준 것에 고맙다는 말을 건넨다면 그게 바로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닐까 싶다.


"리더는 힘으로 팀원을 이끄는 것이 아니다. 말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교감 실재감, 교육과정에서 찾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