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방초등학교의 유래
종이 한 장의 힘이 크다. 공무원은 인사이동할 때 공문서 한 장에 의해 움직인다.
인사발령통지서는 명령을 전달하는 종이 문서다.
4년 만에 근무지를 옮겼다. 짧다고 하면 짧겠지만 교감에게 한 학교 4년 근무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고 결정이었다. 중간중간 근무지를 옮길 기회 또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옮기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신뢰'였다.
이것저것 계산해서 실익을 위해 움직이기보다 마음이 가는 대로 하고 싶었다.
내가 뱉은 말 한마디에 책임을 지고 싶었다. 함께 근무하고 있었던 교장님을 퇴임 때까지 보좌하겠다는 약속을 일치감찌 덜컥해 버렸다. 약속을 지켜야 했다. 약속을 지켰다. 다음 해 함께 근무하고 있는 부장님의 가정에 큰일이 생겼다. 곁에서 힘이 되어 주고 싶어서 그 자리에 또 머물렀다. 만기가 도래하는 마지막 해에는 근무지를 옮기려고 했는데 익숙한 곳이 편했다. 사실 이동할 곳이 마땅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학교 만기를 채우고 말았다.
이번에 옮긴 학교의 이름은 특이하다. 학교가 위치한 곳의 지명을 땄다. 이곳은 옛날 향나무를 땅에 묻어 둔 곳이다.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지점이라는 지형적 특징을 이용했다. 향나무를 땅에 오래 묻어 두면 진한 향이 나온다고 한다. 역사에는 '매향방'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온다. 학교가 위치해 있는 이 지역은 '매향방' 중에 한 곳이었다. 오랜 세월 지나오면서 매향방이 맹방으로 굳어졌다. 맹방초등학교.
학교 주변에는 해풍을 막아주는 소나무들이 즐비하게 있다.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 바다다. 오랜 시간 바람의 영향으로 구부러진 소나무들이 정겹다. 참 아름다운 곳이다. 공간이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하지 않나. 아름다운 학교 풍경을 보며 지내는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마음이 시나브로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