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교감에게 방학이란

by 이창수

교감도 방학이 설렌다!



교사와 달리 교감은 방학 동안 출근한다. 출장도 다니지만 방학이 기다려지고 설렌다. 아이들도 없는데 왜 출근하냐고 간혹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신다. 방학이면 교감도 쉬는 게 아니냐고 눈을 크게 뜨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 아직 학교라는 곳을 잘 모르시는 분이다.



학교도 엄연히 행정 기관이다. 커다란 기관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행정적인 업무들이 원활하게 돌아가야 한다. 특히 행정실에 계시는 직원분들은 하루도 쉬지 않고 예산, 결산과 같은 학교회계를 마무리하시느라 휴가조차 내는 것도 사치로 여길 정도로 숨 가쁘게 일하신다. 이 자리를 빌려서 행정실장님과 주무관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교감에게 방학은 신학기를 세팅하는 시간이다!



신학기 준비하는 1월과 2월은 교감도 고유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 기간이다. 교사 다면 평가, 근무 성적 평가, 교원 전출입 자료 처리, 교육공무직 근무평가, 각종 자원봉사 학교 인력 공고 채용 업무, 계약제 교원 채용 업무, 새 학기 교육과정 협의회 준비(교육과정, 늘봄 프로그램 조율) 등 3월 신학기 시작되기 전에 학생과 선생님들이 교육 활동에 들어갈 수 있도록 사전 작업을 한다.



교감에게 방학이 좋은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안 되겠지만 학생과 선생님들이 없어서 참 좋다. 민원이 없어서 좋다. 갈등이 발생할 요소가 생기지 않아서 좋다. 물론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생활기록 관련, 진급 반 편성 관련, 신입생 입학 관련 등 요구 사항 등이 교무실로 걸려 온다.



방학은 교감에게 심리적으로 참 편안한 시간이다!



교감의 골칫거리 중 하나는 일이 아니라 관계에서 시작된다. 각종 사안과 민원은 관계에서 비롯된다. 학교폭력, 안전사고, 학부모 민원, 교직원들 간의 갈등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 만나 생활하는 가운데 일어난다. 생각지도 못하는 갈등이 발생할 때 난감할 때가 많다. 느닷없이 걸려오는 전화 한 통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런데 방학 기간 동안은 심리적으로 참 편안하다. 전화도 없고 부딪칠 일이 없으니 방학이 참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번 2025년 1월과 2월 동안 마음먹고 틈틈이 책을 읽고 글을 쓰겠노라고 다짐했었다. 결심을 지켰다. 놀라지 마시라. 매일 읽고 썼다. 60권을 읽고 생각을 글로 적었다. 매일의 삶이 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출장도 다녀와야 했고 회의도 진행하고 여러 가지 일들이 겹치는 날도 많았다. 읽고 쓰기 위해 흔들릴 때마다 우선순위를 정리했다. 두꺼운 책을 읽지 못할 때에는 그림책, 동화책으로 때우기도 했다.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할 책은 몇 날 며칠 동안 조금씩 읽어나갔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곧 나의 정체성이 된다!



남이 잘하는 일을 보고 부러워할 수 있다. 따라 해 볼 수 있다. 오래가지 못한다. 포기하게 된다. 낙심한다. 차라리 내가 잘하는 일을 찾아서 해 보면 달라진다. 잘하는 일은 자주 하게 된다. 시키지 않아도 하게 된다. 목표만 세워두면 된다. 정량화된 목표면 더욱 좋다. 목표 달성을 위해 돌진하기 위한 방법이다. 독서도 그렇다. 질적인 깊이 있는 독서도 좋지만 독서의 습관을 만들기 위해 양적인 독서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 한 가지 나는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달리기를 한다. 달리기도 목표가 없으면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마라톤 대회를 신청해 둔다. 두세 달 동안 대회 출전을 위해 체력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뛰게 된다. 사람은 목표 설정 없이는 도전하지 않게 된다.



이번 겨울 방학에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독서와 달리기에 시간을 쏟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교사 교육과정 디자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