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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이기는 법

by 이창수

110년 만의 더위다.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기후 변화다. 더위 이기는 법을 배워가야 할 때다. 옛 조상들은 어떻게 더위를 이겨냈을까?


7월 7일이 소서였다. 작은 더위를 뜻한다. 조선의 22대 왕 정조는 더위를 물리치는 가장 탁월한 방법은 독서라고 말했다. 허균은 독서와 음주로 더위를 이겨냈고 정약용은 활쏘기, 그네 타기, 바둑 두기, 연꽃 구경하기, 매미 소리 듣기, 한시 짓기, 투호놀이, 발 씻기로 더위와 맞섰다.


나만의 더위를 이기는 법이 있다. 이열치열 전략이다. 더위 이기는 장사는 없다. 더위를 상대할 뿐이다. 나만의 독특한 방법이 있다. 땀 흘리는 것이다. 달리기를 하며 땀을 쪽 뺀다. 더위를 느끼는 기온은 사람마다 약간 다르다. 상대적이다. 누구에게 30도는 참을만한 기온이지만 누군가에는 밤 잠 못 자게 하는 기온일 수 있다. 한낮 더위 속에 달리기를 하면 땀으로 옷이 옴팍 젖는다. 숨이 차오른다. 얼굴에 땀으로 범벅이다. 1시간 뛰고 나면 그늘에만 있어도 대만족이다.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면 그야말로 천국이다. 시원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에어컨 틀 생각이 싹 없어진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달라진 것은 없다. 바깥 기온은 똑같다. 다만 내 몸이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더위는 상대적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달리기에 최적의 장소가 있다. 어느 동네나 자세히 찾아보면 얼마든지 운동할 장소가 있다. 다만 모를 뿐이다. 아파트에서 5분만 뛰어나가면 남대천 둔치가 나온다. 그 길을 따라 7K 쭉 뛰어 내려가면 바다가 나온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이다. 강바람, 바닷바람을 맞으며 뛸 수 있다. 더할 나위 없이 최적의 환경이다.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도 장점이 있지만 적절하게 태양과 바람을 맞으며 뛰는 것은 건강에도 참 좋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이 줄어든다. 최대한 줄어드는 근육을 지연시키기 위해 전신 운동의 하나인 달리기를 한다. 유산소 운동이 된다. 심장과 혈관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뛰고 난 뒤에 먹는 밥맛은 일품이다.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시장이 반찬이다.


무더운 7월 12K를 뛰고 왔다. 냉수 한 컵 마실 때 기분이 최고다. 보고도 본체만체한 체리자두도 맛있게 베어 먹는다. 배고프면 맛없는 것이 없다. 모든 것이 맛있다. 입맛을 잃지 않는 것도 더위 이기는 방법이다. 그러고 보니 달리기가 일석삼조다. 땀 흘리면 더위를 날려 보낼 수 있는 것과 근육을 키워갈 수 있는 것, 밥맛을 잃지 않는 것. 덥다고 에어컨 바람만 의지할 게 아니라 일단 한 번 뛰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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