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의 고민

음식 사설

by 이창수

유배지에서 커다란 호수(성호)를 바라보며 책을 벗 삼아 학문의 길로 들어섰던 이익의 최애 음식은 '콩'이었다고 한다.



잡다한 이야기라는 뜻을 가진 <성호사설>에서도 콩과 관련된 음식을 소개하기 위해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그가 유달리 콩을 사랑했던 이유는 근검절약의 정신이 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먹는 양 또한 극히 적어서 그야말로 소식을 추구하였고 소식을 한 덕분에 꾸준히 건강을 유지했다고 한다. 미식가라 불려도 좋을 만큼 콩 음식을 종류별로 기록해 놓았으니 혹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꼭 한 번 읽어 보셨으면 좋겠다.



타지에 나와 숙박을 해야 하는 출장이 잡히면 고민하는 부분이 몇 가지가 있다. 어디에서 자야 하며, 무슨 음식을 먹어야 하며, 비교적 여유가 있는 시간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특히 혼자 식당을 찾아가 음식을 시켜 먹어야 하는 것은 의외로 내성적인 나의 입장에는 고민 중의 고민이다.



주로 출장지에 와서 먹는 음식은 국밥 종류다. 국밥 중에도 순대 국밥, 뼈해장국 위주로 시켜 먹는다. 그렇다 보니 지역별로 국밥을 자연스럽게 비교하는 안목이 생겼다. 음식칼럼니스트 정도까지는 안 되겠지만 실제로 골목골목을 걸어 다니다가 소위 눈에 들어오는 식당에 무작정 들어간다.



블로그에 나와 있는 별점이나 리뷰를 보는 대신에 현지 식당 부근에 직접 가서 식당의 분위기를 먼저 살펴본다. 식사 시간대에 손님이 많이 있는지, 식당의 위치가 주택가와 가까운지 등을 외관상으로 먼저 살펴본다. 배달만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과 달리 주택지에 가까운 식당은 현지인이 추천하는 맛집이기 때문에 분명코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된다. 반면 관광객 주변이나 모텔 등과 같은 숙박업 근처의 식당은 겉은 번지르하지만 일회성 손님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별점과 보고 들어갔다가는 후회할 가능성이 크다.



국밥만 해도 그렇다. 정성스럽게 우려낸 국물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고기가 들어 있는 국밥을 내놓는 식당이 있는 반면에 과연 믿을만한 국물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국밥도 있다. 국밥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내 나름대로 잡는 기준선은 8~9천 원 정도다. 일단 만원만 넘어가도라도 선택지에서 제외시킨다. 어제저녁도 혼자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다가 제법 소문난 집일 것 같아 들어갔지만 국물 맛이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달랐다. 이 지역이 특색이라 생각하고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싹 밥을 말아 후루룩 먹고 나왔다.



최재천 교수는 <통섭의 식탁>에서 우리가 먹는 음식도 생물 다양성과 연관 지어 고민해 보라고 촉구한다. 예로 유대인의 식사법을 소개해 놓은 대목이 눈에 띈다.



"이 세상에 유태인만큼 까다로운 음식 계명을 가진 민족도 별로 없을 것이다.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며 지속가능한 삶을 유지한 그들의 생활 철학 덕이었다" (통섭의 식탁을 읽고 발췌한 부분)



최근 읽었던 위지안의 <오늘을 살아갈 이유>에서는 서른 살 젊은 나이에 말기암으로 판정되어 삶의 끝자락에서 자신이 왜 암에 걸리게 되었는지 자신이 먹었던 음식에서 원인을 찾는 대목이 기억이 난다. 아버지가 요리사 출신이라 자신에게 어렸을 때부터 신기한 재료로 요리를 해 주었다고 한다. 여기서 신기한 재료는 다양한 동물을 말한다.



'문목탕'이란 음식이 있다. 말 그대로 모기 눈알 수프라는 음식이다. 남쪽 지방의 주민들은 모기 눈알을 채취하기 위해 박쥐의 똥을 사용한다. 박주의 배설물에 곤충 눈알들은 제대로 소화가 되지 않고 약간의 발효과정만 거친 채 그대로 나오고 만다.(개똥지빠귀를 위한 변론, 29쪽)



지구촌 시대가 되면서 음식도 세계화되었다. 한국 근대사에서도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외국인이 들어오면서 음식 문화도 다양해졌습니다. 임오군란 때 들어온 청 상인들이 판매한 호떡과 짜장면이 특히 인기가 있었습니다. 일본 음식인 단팥죽과 어묵도 이때 들어왔습니다. 나이프와 포크가 소개되었고, 스테이크 빵 아이스크림 커피도 소개되었습니다. 1890년 서양 선교사들이 들여와 재배하기 시작한 사과는 대구 기후와 잘 맞아 대구 하면 사과를 떠올릴 정도로 유명해졌습니다."(한국과 일본 그 사이의 역사, 52~53쪽)



끝으로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될 때에는 주로 먹는 음식을 먹으면 된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마치 어렵게 구구절절 쓰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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