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조정자

교통정리

by 이창수

교직원 각 개인의 욕구와 필요를 조정하고 교육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십이 교감에게 요구되는 시기다. 학교는 누구에게나 회복과 성장이 있는 장소여야 한다. 학생을 넘어 교직원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실은 장밋빛 청사진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로의 욕구와 필요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라는 점과 우리 내면에 숨어 있는 이기심도 한몫하는 것 같다.



교감의 역할 중 하나가 교통정리다. 지나다니는 자동차의 운행을 정리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각 교직원들 간의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을 조정해 주어야 할 막중한 책임이 교감에게 있다는 점이다. 서로가 이해하고 근무한다면 더더욱 금상첨화겠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 맨날 좋은 관계가 유지할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세상이다.



"교감선생님의 중재가 필요합니다. 서로 언성까지 높이며 말다툼을 했습니다. 교감 선생님, 도와주세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일찍 개입하고 교통정리를 했어야 했는데 이 지경에 이르도록 무관심했던 점, 용서해 주세요. 점심시간에 함께 모이도록 해요"



갈등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교감이 언제 개입하느냐의 시기의 차이만 있었을 뿐 사실상 언제라도 터질만한 요소가 내 눈에는 감지되었다. 하지만 결국 시기를 놓쳐 버렸다. 감정 대립으로 언성까지 높였다고 하니 이러다가 돌아오지 않을 강을 건널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이 되기까지는 아직까지 한 시간 이상 남은 상태였다. 오늘따라 시계가 왜 이렇게 늦게 가는지. 어디에서 대화할까? 다른 교직원들이 지나다니는 장소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으니 한적하고 조용한 장소가 어디 없을까 생각해 보다가. '맞다'. 좋은 장소가 생각났다. 아무도 모르는 장소로 물색해 놓고 시간만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나를 중심으로 양 편에 갈등 대립자들을 앉혔다. 갈등의 대립이 생긴 이유보다는 서로의 감정을 먼저 확인했다. 침묵이 길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먼저 내 입장을 이야기하며 이런 일이 생기게 된 원인 제공을 한 나의 잘못을 먼저 사과했다. 누구의 잘잘못도 아닌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 교감 역할의 부재였음을 용서를 구했다. 가슴이 시리더라도 원칙과 방향을 제시했다. 앞으로 대립이 생기지 않기 위한 나의 역할이었다.



우리 모두 산에서 내려오면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올라가기 전보다는 홀가분 발걸음을 느꼈다.



p.s. 오늘 또 한 분의 교직원께서 복잡 미묘한 심정과 교직원과의 관계에 얽힌 섭섭함을 내게 이야기해 주었다. 뾰족한 방법은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인간적으로 다가가 협조를 얻어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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