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일기
2026년 3월 전에 미리 발령받은 학교를 찾아갔다. 전임 교장 선생님과 교무부장님, 행정실장님, 교직원분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전임 교장 선생님과 간단히 차를 마시면서 학교의 크고 작은 일들을 인수받았다.
" (이창수) 교장 선생님! 놀라지 마세요. 저희 전교생 3명 중에 한 명이 2월에 전학 갑니다. 그래서... 전교생은 이제 딱 2명만 남습니다..."
"네? 아... 그렇군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랐다. 봄을 알리는 3월이면 우리 학교에는 선생님 딱 한 분과 두 명의 아이들만 남게 된다. 지금도 학교가 조용한데 3월이면...
교육과정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교직원들과 어떻게 합을 맞춰가야 할지 고민할 이유가 없어졌다. 오직 학교장인 나의 역할은 학교를 홍보하고 학생을 유치하는 최전선에 서는 것 밖에 없다. 당장 지금은 그렇다. 학생이 있어야 학교가 존재하는 게 아닌가. 교장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 일단 밖으로 나가야 한다. 시내 학부모가 모이는 곳이라면 먼저 쫓아가 인사를 드리고 학교를 홍보하고 그중에 한 사람이라도 마음 문이 열리면 그것으로 족하다.
" 교장 선생님, 사실 아까 교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이런 말을 할 수 없었는데 교육지원청에서는 우리 학교가 조만간에 폐교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야 한다. 이제 곧 4월이면 도교육청에서도 통폐합 의견 수렴을 하라는 공문이 올 것이고 행정 절차를 밟아가야 하는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3월이 중요하다. 어떻게든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기적적으로 학생 한 명, 두 명이 전학 온다면 이것을 근거로 협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교장 선생님, 작년부터 우리 학교에는 시설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곧 폐교될 학교에 누가 재정 투자를 하겠는가.
"이제 더 이상 줄어들 수 없습니다. 저의 모든 에너지를 학생 유치에 쏟겠습니다. 발로 뛰겠습니다. 결재는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하겠습니다. 어떤 사람이든 만나겠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습니다"
3월이면 학교마다 학부모 대상 학교 교육 설명회를 한다. 우리 학교도 예정되어 있다.
"교무부장님, 우리 학교는 교육 설명회 대신 전학 설명회를 하겠습니다. 학교에서 하지 않겠습니다. 학교 밖에서 하겠습니다. 시내에 있는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초청 형식으로 하겠습니다"
이제 시작이다. 전투에 임하는 장수처럼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열심히 노력하되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 다소 시내에서 먼 거리에 있는 곳이지만 우리 학교에 관심을 보일 학부모님들을 만나게 해 주시리라 믿는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남들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때 오히려 그때가 가능의 시작점이 된다. 우리 학교는 더 이상 학생 수가 줄어들 수가 없다. 그래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다행히 얼마 되지 않는 교직원분들이지만 마음을 같이 하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