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일기
"영상을 만들려는 목적과 그 영상을 보는 주 대상이 누구인지가 분명해야 됩니다!"
영상에는 진솔함과 메시지가 중요하다. 지금은 영상이 차고 넘치는 홍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웬만한 영상이 아니면 클릭조차 하지 않는다. 특히, 상업 영상도 아니고 학교를 알리기 위한 영상이라면 더더욱 노출 빈도가 적을 수밖에 없다.
우리 학교에도 기존에 만든 영상이 여러 개 학교 누리집에 게시되어 있다. 죄송한 이야기지만 나조차도 마음에 끌리지 않는다. 접근 경로도 복잡하다. 학부모님들이 검색해서 찾을 수 없는 위치에 영상이 탑재되어 있다. 다른 것과 차별성도 보이지 않는다. 정말 죄송한 얘기다.
"기존의 형식을 탈피해서 아이들이 직접 내레이션을 하고 하루의 일과를 조잘대듯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왜 우리 학교가 좋은 지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담아내고 싶습니다"
영상을 촬영하기 위한 도구 일체를 전부 지원해 주신다고 하신다.
조작 방법은 핸드폰 사용법보다도 쉽다고 한다. 아이들이 직접 들고 학교 오는 길부터 집에 갈 때까지 자신의 생활 모습을 셀프로 찍는 거라고 한다. 찍은 영상을 편집하고 퀄리티 있게 만드는 것도 직접 해 주시겠다고 하신다. 어쩜 이렇게 좋은 분과 연결될 수 있다니...
간절히 원하면 방법이 생기는 걸까. 뜻있는 분들과 연결되고 생각을 나누고 서로 상생하는 방법들을 나누는 전 과정이 즐겁고 설렌다.
단, 교직원들의 시간을 빼앗고 싶지 않다. 최소한의 시간만 할애받으려고 한다. 교장인 내가 직접 발로 뛰고 전화하고 만남을 갖는 것도 피해를 줄이려고 하는 시도다.
"부장님, 아이들과 부장님이 편한 시간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동영상 장비로 촬영하는 방법을 간단하게 알려주신다고 합니다. 시간은 20~30분 소요됩니다. 언제가 좋을까요?"
"3월 4일 수요일 오후 4시에 제가 아이들 데리고 미디어 센터로 가는 게 좋겠습니다"
"아이들 태우고 가야 하는데 괜찮을까요?"
"학부모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진행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교장이 열정이 있다고 하여 일만 벌여 놓고 나머지 뒷수습은 나 몰라하면 그야말로 욕 얻어먹을 짓이다.
긴 대화를 마치고 가까운 음식점에 모시고 가서 점심 식사 한 끼 대접해 드렸다.
다음 주 수요일 미디어 센터에 전교생(학생 2명)과 담임 선생님이 방문하기로 했다!
때로는 작은 학교를 살리는 일이 무모한 행동이라는 것을 안다. 삼척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역 소멸 지역에서 취학 아동이 없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선택과 집중의 원리를 생각한다면 없어질 학교는 깨끗이 자연 소멸하도록 내버려 두고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에 집중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나에게는 이런 말이 용납되지 않는다. 인구 소멸이라는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임을 알면서도 괜히 객기를 부리고 싶은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