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일기
「복음과 상황」 잡지를 오래간만에 손에 쥐어 본다. 내 기억으로는 「복음과 상황」 잡지를 처음으로 구독해서 읽어 본 때는 1999년이다. 초임 교사 시절 시골 학교 관사로 우편 배송되어 온 「복음과 상황」을 꼼꼼히 읽어봤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시골 교회를 출석하면서 중 고등부를 맡아 강의를 하곤 했는데 그때 가장 많이 참고했던 책이 「복음과 상황」이었다.
이제 다시 우연찮게 「복음과 상황」을 얻게 되었고 다시 펴서 그 옛날처럼 꼼꼼하게 읽었다. 변함없는 것은 역시 마음의 도전을 주는 글들이다. 평범한 신앙생활에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으로 생활을 돌아보게 하고 사회적 이슈를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살펴보게 만드는 책이 바로 「복음과 상황」이다.
복음과 상황 2026년 2월 호의 특집 주제는 '몰입'이다. '쓰는 언어만큼이나 사람을 품는 폭도 남다른 분'이라는 평가를 받는 '언덕 위의 집' 이설아 님은 정원과 글쓰기를 통해 자신 안에 잠재된 고유함을 발견할 수 있도록 방문객들을 돕고 있으며 운영하고 있는 곳의 이름도 '글 쓰는 오두막' 온리엣오운리로 정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 안의 고유함과 만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몰입'이 필요할 것 같다.
<산만함과 씨름해 온 그리스도인들>에서 가장 마음에 다가온 부분은 다음과 같다.
"모든 사람은 남을 조종하려는 충동에 너무나도 손쉽게 이끌립니다. (중략) 충동에 휘말릴 때 드러나는 대표적인 태도로 산만함을 꼽습니다. 여기서 산만함이란 자기 집착과 자기만족으로 인해 시야가 가려져 자기 앞에 있는 것을 온전히 보지 못하는 것을 뜻합니다" (44쪽)
몰입을 방해하는 적 중에 하나가 산만함이다. 산만함은 부산스러운 것만 의미하지 않는 것 같다. 위 문장에서 산만함은 남을 조종하려는 충동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산만한 상태에서는 자기 외에는 누구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시야가 축소되고 분별력이 흐려진다. 특히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산만함을 경계해야 할 것 같다. 남을 조종하고 군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잡지의 이름이 복음과 상황인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실제 살아가는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여 좀 더 선한 세상을 만들어가라는 의미일 게다. <저출산 해결 정책, 그 너머 : 내 집 마련이 아니라 함께 버틸 수 있는 삶>에서는 우리나라 저출산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성영 동천 주거 공익법센터 연구원은 출산을 전체로 한 삶을 지탱해 주지 못하는 이유를 주거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저출산은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제공하는 조건의 결과라고 강조한다.
주거 불안에 가장 크게 노출된 계층에서 출산 감소가 집중되고 있으며 다수의 청년과 저소득 가구에게 주택 구입은 여전히 높은 장벽임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내 집 마련'이 아닌 '주거 안정'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출산 결정에 중요한 요소는 주택 소유 여부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거주 기간과 감당 가능한 주거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다" (125쪽)
이에 출산과 양육을 고려한 장기 거주형 임대주택 도입이 정부 차원에서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독립 연구가 이상환 미드 웨스턴 침례 신학교 교수의 <신화와의 비교를 통해 성경을 다시 낯설게 읽다>는 기존의 성경 읽기 방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렌즈로 성경을 읽을 수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이상환 교수의 표현에 의하면 '성경을 다시 낯설게 읽는 해석 작업'이다. 그리스도인은 성경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알게 된다. 예수 그리스도를 제대로 알아야 예배가 예배다울 수 있다. 누군가 해석해 주는 것에 의지하는 것보다 성경을 읽는 독자들 스스로 성경을 낯설게 읽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상환 교수는 하나님이 성경의 최초 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그 당시 문화와 통용되는 언어를 사용했다는 점에 착안점을 둔다.
신화를 성경과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들이 알고 있는 언어'로 '고대인에게 가장 현실적인 언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였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약자가 승자가 되기 위해서 가장 쉽고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모방을 통한 반대죠.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던 문화를 끌고 와 거기에서 변곡점을 만들어내어 충격 효과를 줬어요" (148쪽)
우리는 성경 해석을 통해 예수님이 누구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우리가 누구를 예배하느냐, 얼마나 깊이 그분을 예배하느냐는 성경 해석에 달려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상환 교수의 낯선 책이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진다. <RE: 성경을 읽다>, <신들과 함께>, <신들의 신 예수>, <인간이 된 신>, <인간과 함께한 신>, <우리 하늘 아버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