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일기
오늘 출근하고 교무부장님과 행정실장님과 오전 협의를 마치자마자 교장실 밖을 뛰쳐나갔다.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 환선굴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여행 간 것이 아니다. 바람 쐬러 간 것도 아니다. 관광객 보러 간 것도 아니다. 바로 신기면 개발 위원장님을 만나 뵈러 다녀왔다. 지난 3월 3일 신기면 행정복지센터 옆 종합복지관 2층에서 만난 분인데 내가 생각하기로는 이 마을에서 영향력(?)이 꽤 상당하신 분으로 보였다.
특이하게도 환선굴 마지막 매점을 운영하고 계셨다. 이 분을 만나 뵙기 위해서는 환선굴 매표소를 지나야 하고 자동차 한 대 정도 지나는 길을 지나 언덕 위로 올라가야 한다. 환선굴 마지막 매점이라는 가게 이름처럼 환선굴로 들어가기 직전에 위치에 있었다.
학교는 마을 안에 존재한다. 마을과 동떨어져서는 학교가 자생할 수 없다. 특히나 우리 학교처럼 존폐 위기에 놓여 있는 상태에서는 마을 분들을 학교 편으로 끌어 들여야 한다. 학교가 없어지지 않고 존재해야 한다는 여론을 마을 분들의 입을 통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을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를 지속해가야 한다. 이 역할은 학교장이 해야 한다. 교장실 안에서 할 수 없는 일이다. 무조건 시간만 가용하다면 교장실 밖을 나가야 한다. 마을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교장 선생님, 이곳으로 오려고 하면 아주 멀어요. 이따 부녀회 회원들과 만남이 있어서 면으로 내려가니까 거기서 만나요!"
"아닙니다. 다 왔습니다. 5분 뒤에 도착합니다. 어디로 가야 합니까? 주소 좀 말해 주세요!"
알려 준 주소로 네비에다가 찍어 보았지만 지도를 보고 찾아갈 수 없는 곳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환선굴 매표소가 나오고 주차 안내 요원께서 멈추라고 한다.
"이곳에 주차하시고 표 끊고 올라가세요!"
"아니, 저 ○○○ 위원장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그러면 매표소 입구를 통과하세요!"
" ○○○ 위원장님 뵈러 왔습니다...."
그러더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들여보내줬다. 표를 끊지 않았는데 말이다.
'마지막 매점' 간판이 나올 때까지 올라가라고 한다. 좁은 길인데 마주 오는 차라도 있으니 큰일이다. 비슷비슷한 가게가 있어서 눈 크게 뜨고 천천히 운전했다. 결국 목적지를 찾았다.
"안녕하세요? 위원장님!"
"아이고. 오시느라 고생했어요"
따뜻한 믹스 커피를 종이컵에 타 주셨다. 요즘 들어 믹스 커피를 자주 마신다. 마을에서 뵙는 분들마다 믹스 커피를 타 주신다. 안 마실 수도 없고.
"곶감 담아 줄 테니 가지고 가세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냥 가겠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교장 선생님도 화분을 가지고 오셨으면서..."
결국 가게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파는 곶감을 잔뜩 얻어 왔다. 우리 교직원들 드시라고 교무실에 갖다 드렸다.
○○○ 위원장님을 만나 뵙고 오면서 신기면 이장단 협의회장님 댁에 다녀왔다. 댁에 안 계신다고 하여 집 앞에 화분을 두고 왔다.
오후에는 신기면과 인접해 있는 도계읍에 다녀왔다. 도계한빛유치원, 도계초등학교, 장원초등학교 교장님들을 뵙고 왔다. 인사도 드리고 우리 학교의 현재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