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일기
신규 교(원) 장 직무연수 둘째 날 춘천 동내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께서 선배 교장으로 실제적인 학교 운영 사례를 말씀해 주셨다. 우스갯소리로 학교 안에서 교장이 있어야 할 장소로 교장실, 화장실, 급식실 이 세 곳이라고 한다. 그 외에 다른 곳은 최대한 가지 말라고 한다. 그 이유는 다른 교직원들이 교장이 순회 다니는 것을 무척 신경 쓴다는 얘기였다. 그러고 보니 나도 교사 시절 교장 선생님이 복도로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괜히 불안했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교장이라는 사람은 학교 안에서 또는 학교 밖에서 모두의 주목을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선배 교장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 중에 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적(敵)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 안의 적이라고 하셨다. 학부모 또는 지역민들이 학교를 향한 민원 제기는 메뉴와 절차에 따라 응대하고 격화된 감정을 잠재울 적절한 방법을 찾아 제시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데에 반하여 학교 안의 교직원과의 갈등은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쉽지 않다고 이야기하셨다.
맞는 말씀이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교직원 간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충돌과 갈등은 정말 말 그대로 장기전으로 확전 될 수 있고 봉합이 되더라도 앙금은 정말 오랫동안 남아 있게 된다. 꺼졌던 불도 다시 확인해 보라는 불조심 문구처럼 교직원 간의 보이지 않는 감정 대립, 이해 충돌, 갈등 심화는 학교장으로써 촉을 세워 늘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교장으로 부임한 지 이제 약 2주가 지나간다. 나는 과연 교직원들과 관계를 잘 맺고 있는지, 혹시 나의 말투와 행동으로 인해 상처와 불편함을 겪고 있지 않는지 돌아보게 된다. 2박 3일간의 직무연수로 출장을 나와 있는 시점에서 학교 업무와 관련된 결재는 노트북을 펴 놓고 수시로 시간 나는 대로 접속해서 하고 있다. 교감이 없는 학교인 것도 있고 딱 한 분뿐인 우리 선생님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결재 라인에 넣지 않는 것이 도와드리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좀 번거롭더라도 쉬는 시간마다 접속해서 확인하면 될 부분이다.
평소와 같이 업무 결재를 노트북으로 하고 있는 중에 교직원 한 분이 내부 메신저 도구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오셨다.
나도 될 수 있는 한 업무를 물어볼 때에도 먼저 메시지를 받는 사람의 건강이나 감정, 하루의 일상적인 근황을 먼저 묻고 용건을 간단하게 남기는 편이다. 가령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선생님, 어제 감기 기운이 있었던 것 같은데 몸은 괜찮으세요? (중략) 비밀로 잠겨 있는 문서 좀 제가 볼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말 한마디, 오고 가는 메시지 내용 속에서도 존중하고 있고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조심해서 글을 남기려고 한다. 이것은 앞서 학교 운영 사례를 말씀해 주신 선배 교장 선생님의 조언처럼 '내부의 적'을 최대한 만들지 않기 위한 지혜다.
'저희 두 교장쌤이 있어서 든든해요'
'교장선생님께서 생각해 주심으로도 맘이 따뜻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