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시절 학교로 오는 공문 중에 교장 협의회 관련 문서가 있었다. 교감으로서 교장 선생님의 일정을 확인하는 일도 무척 중요하기에 탁상 달력에 붉은 펜으로 메모해 두었던 기억이 있다. 교장 선생님이 학교 안에 있고 없고 가 학교 교육 활동을 추진하는데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뭔가 쟁점 사항이나 민감한 협의가 필요할 경우 교장 선생님의 생각과 의견이 절대적인 경우가 있다. 물론 교장님이 학교에 계시지 않으면 심적 편안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바로 내가 그 대상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내가 출장을 갔을 때 교직원들도 내가 교감인 시절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열심히 일하시는 교직원들을 뒤로하고 몰래 시간에 맞춰 학교 밖을 나와 출장지인 교육지원청으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홀가분하기보다는 뭔가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지 않고 나온 듯한 느낌이다. 아마도 학교장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교장님들이 모인 교장 협의회에서는 무슨 내용을 다룰까?
3월 시작과 동시에 새로 전입해 오신 교장님들도 계시기에 먼저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 후에는 진지한 협의 모드로 전환된다. 교육지원청 각 팀에서 전달하는 주요 업무들은 책자로 인쇄되어 배부되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읽지 못하고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장 협의회에서는 각 팀의 담당자뿐만 아니라 실제 업무를 관리하고 계신 분들이 자료를 준비해 오셔서 직접 전달해 주시기에 귀에 쏙쏙 들어온다.
기타 질의응답 시간에는 각 학교 교장님들이 궁금해하시는 점들과 현안 문제들을 때로는 날카롭게 묻는다. 답변하는 교육지원청 관리자분들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이렇게 교장 협의회는 처음에는 웃으면서 시작하지만 나중에 가서는 교육적 문제 해결과 학교 현안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시려는 교장님들의 열의와 집념이 드러난다. 모두 학생 교육을 위한 고민과 열심의 발로다.
집단 지성은 혼자만의 생각에서는 찾을 수 없는 해법들을 발견하게 한다. 협의란 결국 공통점을 찾아가고 다른 점들을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학교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교장님들의 생각과 판단은 그야말로 문서상에는 찾을 수 없는 진주와 같은 지혜들이 쏙쏙 들어있다. 나처럼 신규 교장은 이런 시간이 배움의 시간이자 숙련의 과정이 된다. 교감 선생님이 없는 교장에게는 실제적으로 업무를 챙겨야 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교장이 되고 처음으로 교장 협의회에 참석한 날로 역사의 한 페이지는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