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의 노련함

어떤 일에 노련해진다는 건

by 이창수


아들이 그 잘 나간다던 변호사 공부를 떼려 치우고 농부의 길로 가겠다고 한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는가?


둘 중의 하나겠다. 하나는 화를 내며 제정신이냐며 노발대발하는 경우 또 하나는 실망감이 들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있겠냐며 결국 받아들이는 경우일 게다.


<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의 저자인 조금숙 님은 아들의 결정에 쿨하게 응원한다. 그녀 또한 10년 전 귀촌하여 평소에 하지 않았던 농부의 길을 걸어갔다. 그 후 아들이 그 길을 간다고 하기에 담담하게 앞서 간 '농부의 노련함'으로 장문의 편지를 주고받는다.


노련하다는 말은 경험이 많기에 무슨 일이든지 익숙하게 처리한다는 뜻이다.


또 한편으로는,

"어떤 일에 노련해진다는 건 그 일에 책임을 지고 있다는 뜻" 일수도 있겠다.

(편의점 가는 기분, 150쪽)


책임을 진다는 것은 무거운 짐을 마다하지 않고 짊어지겠다는 뜻이고, 그 무거운 짐은 홀로 짊어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1~2학년 생존수영 현장체험학습이 있었다. 땡볕 가운데 모래사장에서 고생하실 선생님들을 위해서 편의점 바리스타 커피를 준비해서 갔다. 최대한 시원하게 드실 수 있도록 아이스 가방에 고이 넣어서.


현장체험학습 장소에 가서 깜짝 놀란 일이 있다. 저학년 학부모님들이 이곳까지 오시다니.... 인솔하시는 담임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광경이다. 학부모님들과 인사한 뒤 선생님들 곁에 가서 잠시나마 그늘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학생들 안전 때문인지 다른 이유인지 전부 거부하셨다. 준비해 간 커피만 손에 쥐어 주고 나 또한 멀찍이서 활동을 지켜보기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감의 노련함을 어떻게 발휘했어야 할까? 생각해 보게 된다.


1안 : 관찰하러 온 학부모님들에게 찾아가 이곳은 선생님들이 안전하게 돌볼 테니 용무가 끝났으면 돌아가셔도 됩니다.


2안 : (부드럽게) 선생님들이 많이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요. 제가 관리하고 있으니 학부모님들이 가시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3안 : 요즘 학부모님들의 성향이 남다르다고 생각하고 모른 척하고 넘어간다.


생각이 복잡해진다. 자고로 이럴 경우 교감의 노련함은 경험의 축적으로 생긴 익숙함 보다는 예측하지 못한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XL.jpg


이전 01화교감과 소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