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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날들 Sep 27. 2023

진심

거룩한 글쓰기 시즌 8 - 2023년 9월 27일 (27일 차)




"네가 책 읽기 싫다고 했고, 너 같은 친구들이 몇 명 있었어. 샘이 더 이상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으려고 그만하기로 한 거야."

"샘이 진작 얘기했으면 제가 책 좋아한다고 솔직히 말했을 텐데... 지금이라도 그냥 계속하시면 안 돼요?"

"진수가 책을 좋아했다고?"

"네, 꾀부리는 척한 거였어요. 재밌어서."

이 말을 한 친구는 삼 년 동안 나를 가장 많이 고민하게 하던 초등학교 4학년 진수였다. 나는 정말 이 아이를 괴롭히는 것만 같아서 이 아이가 오는 날이면 호흡을 고르곤 했는데...


"선생님이랑 수업한 게 너무나도 재미있었어요. 저는 언제나 선생님을 존경했어요." - 승재(초3)


"책 읽기가 재미있어졌어요. 선생님 저를 이렇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 지연(초4)


"창창 선생님이 나 혼자 남을 때 라면을 끓여주셨다. 그때의 기억은 너무 신기했다. 어떻게 학원에서 라면을 먹었지? 나는 이 기억이 가장 추억이고 감사했다." - 준혁(초5)


"독서 수업에 들어온 순간부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 감사하지 않았던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감사했어요." - 신(초6)


"선생님은 너무 좋으세요. 왜나하면요. 화도 안 내고 참 착해요. 일하면서 화가 나셨을 텐데 이렇게 화 한번 안 내셔서 감사해요. 사랑합니다." - 문준(초5)




아이들은 진심을 너무 늦게 보여줬다.

아니다.

아이들의 진심을 너무 늦게 알게 됐다.

명상하는 동생 말대로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본 바람에.

그래선지 마음이 복잡하다.

마지막 수업을 하고 난 허전함과 헛헛함을 어찌 알고 이 사람 저 사람 전화와 톡을 보내온다.

방금 예전 동네 마실 친구이던 언니가 가을바람맞으며 함께 걷자고 전화를 걸어왔다.

글을 이제 막 시작했는데...

엔프피는 쓰다 말고 달려나간다.



*지난 금요일부터 요일마다 아이들이 편지를 남기고 갔다. 위에 일부를 소개하였다.

나머지는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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