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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날들 Sep 26. 2023

스스로 바람이 된다면

리뷰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유가영/다른)

거룩한 글쓰기 시즌 8 - 2023년 9월 26일(26일차)



'나보다 더 힘들고 안 좋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도 있을 텐데, 나에게 그렇게까지 힘들어할 자격이 있을까.'

이 말은 세월호 생존 학생 중 한 명인 '유가영'이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라는 책에 쓴 독백이다.
유가영은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타인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자신의 심리적 고통을 보듬을 수 없었다. 치유되지 못한 채 오래도록 아파하던 중 2022년에 강원도 산불 피해자들을 돕는 과정에서 '상황의 심각성과는 상관없이 슬픈 건 슬픈 거'라고 깨달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9년 동안, 친구들은 없는데 자신만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죄책감을 느끼며 숨듯이 살아야 했던 유가영은 억지로 웃어도 보고, 터지는 울음에 목놓아도 보고, 게임중독에도 빠지고, 자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가영은 트라우마 극복하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상처 입은 치유자'라는 의미의 <운디드 힐러>라는 비영리 단체를 만들고, 뉴질랜드에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오며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자연재해나 인재에서 피해를 입은 뒤 어떻게 치유를 해 나가는지 배웠다.

깨지고 찢어지고 그럼에도 살아낸 유가영의 용기 덕분에 '세월호 생존학생의 첫 책'인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유가영은 상처에 매몰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이의 상처를 보듬고 그들을 도움으로써 자기 자신을 치유하는 길로 나아갔다.
참사 전 도서관 사서가 꿈이었던 소녀 유가영은 참사 이후 상담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기로 진로를 바꾸었다.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참사에 잡아먹히지 않고 '결국 사람들에게는 어떤 재난이 닥쳐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까지 뚜벅뚜벅 걸어온 유가영.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태풍을 만드는 바람이 되어 살아내겠다는 유가영.

허락한다면 만나서 꼭 안아주고 싶다.








유가영의 책을 읽고는 며칠 전 들었던 아이유의 '아이와 나의 바다'(아나바다)가 떠올랐다. 아이유가 직접 가사를 썼다는 이 노래를 훌쩍이며 듣고 또 들었다.
각기 다른 원인과 모양으로 상처를 입었는데 그들의 독백은 비슷하다.


https://youtu.be/LSkdINo1 GXw? si=agSYbp_63 stP3 ZW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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