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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날들 Nov 23. 2021

나는 이제 그와 대적하지 않아도 된다

올겨울 털 시트를 딸 수 있다


십 년 동안 무시무시한 적에게 완전히 포위, 압살 당해 왔다. 우울증 직후부터니까 그쯤 된 것 같다.
주위 사람들은 쯧쯔, 안타까움을 표현했지만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여름 빼고 세 계절 모두 고통스러웠다. 정전기가 발생하는 손끝이 아프고 양팔, 뒷목까지 쭈르르 통증이 전달됐다. 천지창조도 아니고. 불꽃이 무지막지하게 일어나기도 했다.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해도 온 천지가 만질 수 없는 것 투성이어서 때때로 소리를 질렀고 울음이 터져 나왔다. 주범은 정전기.




내 방문 손잡이를 만질  수 없었고, 옷걸이에서 옷을 빼거나 걸 수도 없었다. 싱크대와 화장실 수전을 닿는 것도 주저하게 됐다. 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누르는 것도, 현관문에 닿거나 도어록의 버튼을 누르는 것도 공포였다. 당연히 차문도 못 열었고, 차 안에서 의자를 밀거나 당기지도 못했다. 내 옆에서 그가 대신 열어주고 닫아주고. 누가 보면 공주 대접을 받는 줄 알았을 거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내가 침대의 정전기 때문에 몸을 돌려 눕지도 못한 채 자다가 정전기 때문에 놀라서 깼고, 물을 마시고 들어가면 잠이 달아나곤 했다.
다 못돼먹은 정전기 때문이었다.
나의 손이 원망스러웠다. 건조한 내 몸이 원망스러웠다. 물을 2리터씩 마셔도 소용없었다. 보습제를 쳐발쳐발해도 소용없었다. 물휴지로 물건을 감싸고 만지게 됐다. 그러다 어떤 대안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순간은, 아프고 놀라고 서러워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정전기로 아프고 놀라서 소리 지르는 나를 유난스럽다고 하는 남편과 아들이 가장 야속했다. 울기도 많이 했다.
그렇다 보니 가을을 좋아하는 내가 가을이 오는 게 반갑지 않았다.

그런데...




올가을부터 정전기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추측건대 스트레스가 없어서다!
한 남자와 헤어, 그의 가족을 안 만나게 됐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직원들과 겪는 스트레스도 없어진 거다.

이곳에서 혼자 살게 된 이후로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면 믿으려나. 아직도 그가 그리운데, 몸은 오히려 건강한 신호를 이렇게 저렇게 보내고 있으니 역설이다.


그리하여 스트레스와 정전기의 상관관계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다른 조건, 이를테면 식습관, 운동 습관 등은 바꾼 게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엉뜨' 기능이 없는 내 차에 따수한 털 시트를 드디어 깔게 됐다! 며칠 전 추웠때부터 깔아볼까 하다가 아직은 겁이 나서 , 언제 내 몸이 변덕을 부릴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드디어 어제. 몇 년 동안 버리지 못한 채 베란다 깊숙이 보관하던 털 시트를,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도 끌고 온 보람이 있.




정말로 스트레스 때문이었던 걸까.

이 글을 올리기 전 자료를 검색해 봤다. 놀라운 내용이 펼쳐진다.

우리 몸의 병의 원인이 대개 몸 속 정전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꽤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 정전기가 몸 상태를 나쁘게 만들고 그리하여 정전기가 발생하면 몸 상태가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 구조라는 것이다.


체내 정전기도 마찬가지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끈적한 혈액, 좁아진 혈관, 신경세포 손상, 암세포 생성, 피부세포 손상, 인슐린 분비 감소 등 질병의 원인이 되는 이 현상들이 모두 몸속 정전기의 소행이기 때문이다.
<모든 병은 몸 속 정전기가 원인이다> 호리 야스노리 저/전나무숲/2013년

http://www.yes24.com/Product/Goods/8182183

위 책이 권장하는 핵심적인 생활 수칙
1. 맨발로 흙을 밟아라.
2. 해변을 걸어라.
3. 미네랄을 많이 섭취해라.
4. 근육 마사지를 자주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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