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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날들 May 05. 2022

공복 16시간 도전

아침 공복, 고고

출처: 짠순이의 향기나는 밥상 요리




아침밥을 생명수로 알았던 엄마 덕에 우리 세 남매는 아침을 굶은 채 집 밖을 가면 죽는 줄 알았다.

고등학교 때 늦잠을  날, 아침도 못 먹고 도시락도 못 챙기면 엄마가 직접 오든지 누구를 시켜 보내든지 해서 어떻게든 도시락을 학교 담 너머로 들여보냈다.

그럼 나는 점심시간이 되긴 전, 몇 숟가락이라도 밥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내 위장아침 아홉 시 전에 무슨 음식물이든 받는 일에 적응되었다. 안 그러면 진동, 소음, 쓰림, 무기력 등으로 적신호를 보냈다. 그러니 나는 밥, 밥, 밥을 중얼거리며 위장에 손님을 욱여넣어 주곤 했다.

한때 집이 어려워쌀이 떨어지면 엄마는 옆집에서 쌀을 꾸어다 아침을 지었다.

어느 때는 쌀 빌리는 일도 면구스러워 라면을 끓여주었다. 쌀밥의 대체 식품으로 먹어야 했던 라면이 내 기억에는 따뜻하게 남아 있 않다.

그래도 아침이니 반드시 먹어야 했고, 굶지 않으니 다행이었다.


결혼을 하니 오랜 하숙과 자취 생활로 아침 굶기를 밥 먹듯 하던 남편은 아침을 굶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나와 함께 아침밥을 먹기 시작했다.

깍두기 하나를 놓고 그는 국대접으로 두세 그릇, 나는 한두 그릇의 밥을 달게 먹었다. 스물셋, 스물넷이었던 우리는 그야말로 걸인의 찬, 왕후의 밥을 함께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종일 행복했다.




엄마로부터 이어온 내 식습관 중 핵심적이던 아침밥과 이별 연습 중이다. 구일 전부터다.

어린 시절부터 위장 장애를 상습적으로 앓았던 나는, 폐암, 췌장암, 간암을 종합세트로 안고 돌아가신 엄마가 수십 년간 목숨처럼 소중하게 생각한 아침밥 대신 열여섯 시간 공복과 친해져 보려 한다.

공복 열여섯 시간을 유지하게 되면 뇌의 신경 세포 뉴런을 생성하는 데 도움을 주어 집중력을 높인다. 또한 염증 수치가 낮아지고 혈당 조절 기능이 향상되어 유방암과 같은 질병의 위험이 낮아진다.


내게 이런 자극을 준 사람은 내 주변에서 누구보다 건강한 육십 대 언니 숙이다.(우리는 작년부터 평어를 쓰기로 해 열 살 정도 위인 숙이와 나는 서로 이름을 부르는 사이로 지낸다.)

숙이는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하루에 이, 삼만 보씩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르고 글쓰기, 독서, 온라인 토론 모임 등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에너자이저다.

구일 전 숙이가 어떤 사정으로 내 집에 와서 이틀을 자고 갔다.

숙이와 지내는 이틀 동안 그녀의 건강 비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1. 16시간 공복(점심, 저녁을 푸짐하게)

2. 화식 30%, 생식 70%으로 미음이 될 때까지 꼭꼭 씹어먹는다.

3. 매일 이만 보 이상 걷는다.

4. 채식, 생식 상차림 외에 가족에게 따로 요리해 주지 않는다.

5. 일체의 인위적 건강보조 식품을 먹지 않는다.

6. 완벽한 채식을 한다.

7. 더 게임 체인저스(넷플릭스) 시청하고 육식과 채식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한다.


팔 년 전 간암으로 수술받은 뒤 삶을 재정비하게 됐다는 숙이가 선택한 것은 자연치유. 자신의 몸을 자연으로 만들겠다는 야무진 포부였단다.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지만 삶과 죽음 앞에 선 본인의 선택과 결정을 누가 막을 수 있었을까.

숙이는 칠 년째 혼자 공부하고 실행해 온 자연치유 방법을 재작년부터 브런치에 소개해 오고 있다. 곧 출간도 앞두고 있다.

이제 건강한 비결을 나도 따라 해 보려고 한다.

우선 공복 16시간 지키기.

9일째 지켜보니, 소화도 잘 되고 밤에 잠도 잘 잔다.

20분이라도 낮잠을 자야만 견딜 수 있었는데 잠도 안 오고 몸도 가벼워지고 머리도 맑아졌다.

한 달 동안 지켜보고 후기를 남겨 보려 한다.


아래는 날마다 글 쓰는 부지런쟁이 숙이의 브런치 주소이다.

https://brunch.co.kr/@dream4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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