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고등학교 1학년 때의 흑역사.
미션 학교인 우리 학교에서 해마다 열리는 성가 경연 대회에서 지휘를 맡았다. 상의는 흰 티셔츠, 하의는 청치마를 입기로 했는데 청치마가 없었다. 나는 사촌 언니의 실내복인 파란색 A라인 면치마를 입고 갔다. 그것이 얼마나 나풀거릴 줄도 모르고. 대강당의 단상에 선 지휘자가 '영광 영광 할렐루야'를 지휘하며 두 팔을 휘저을 때마다 슬쩍슬쩍 팬티가 보였나 보다. 지휘하던 내 뒤통수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노래를 멈출 수 없어 끝까지 열정적으로 지휘를 하였다. 노래가 끝나 뒤돌아 섰을 때 강당 안의 2천여 명이 박장대소하였다. 얼떨떨했다. 이 반응 뭐지? 이 사건 이후 나는 극심한 우울감에 빠졌고 고 1 내내 어두운 소녀로 지냈다. 그때는 그런 용어가 없었지만 공황장애 증세를 겪었던 것 같다. 모두의 눈을 피해 다녔다.
- 5월 19일에 쓴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