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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날들 Oct 18. 2022

길을 만드는 화숙, 응원해!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 김화숙/생각비행




화숙~~~^^

2019년 봄부터 함께 글을 쓰고 합평해 온 화숙이 책을 출간하게 되어 내 일처럼 기쁘고 축하해.

지난 12개월 동안 화숙이 먼저 걸어간 길을 따라느라 숨이 가빴어. 브런치에 글 쓰기, 아침 공복, 별을 품은 사람들(세월호 연대와 독서모임) 합류 등.


화숙은 2020년 11월부터 브런치에 거의 날마다 글을 올렸잖아. 화숙의 따스한 품성과, 절대 줄어들지 않은 학구열과, 한결같은 성실함 덕에 260쪽에 달하는 책을 만들어냈으니, 존경스러운 마음이 절로 우러나와.



책의 처음에 나오는 화숙의 짝꿍이 쓴 추천사를 읽으며 나는 그만 울고 말았지 뭐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짝꿍 숙을 두 번씩이나 잃을 뻔했다. 처음에는 간암으로 두 번째는 이혼으로. 이 책은 그 일에 관한 기록이자 우리가 걸어온 새 길에 관한 이야기다. (중략) 내겐 상처받을 용기도 필요했다. 나 역시 진짜 내 목소리와 내 모습을 숨기고 살았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중략) 우리 둘은 솔직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서로에게 귀를 기울였다. 그럴수록 우리는 서로에게 이전보다 더 친밀한 친구가 되어갔다. - 정하덕의 추천사(화숙의 39년 지기이자 짝꿍)


이런 지극한 사랑을 받는 여자, 화숙은 얼마나 행복한가. 자신을 온통 부정하면서까지 화숙을 놓지 않은 짝꿍이 있는 화숙이 어찌나 부러운지. 화숙이 자주 말하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겨'.

표면만 보면 당신은 다 가진 여자 같아. 하지만 책을 읽어가다 보면 액면만 그래왔다는 걸 알 수 있어.

 

분노를 표현하고 그것을 반복함으로써 여자는 성장한다!


그동안 아내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목사의 사모로서 당신의 살아온 길은 온통 가시투성이였지 뭐야. 대한민국의 5, 60대 여성이면 비슷하게 겪었을 테지만, 딸에게 엄격한 집안 분위기와 목사의 사모로서 살아야 했던 점이 화숙을 더 옥죄었다고 해. 그리하여 화숙은 자신이 살고자 두꺼운 가부장제의 천장에 구멍을 팡팡 내고 말지. 나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여자야, 배 째란 말이야 하고 큰소리치면서 말이야.

화숙은 간암 투병을 하던 어느 날 남편에게 울부짖었지.


우린 잘못 살았어. 잘못된 전제로 잘못 배웠어.
나 그런 아내 그만할게. 인간 대 인간으로, 학생 때로 돌아가 보자.
질서, 당신, 남편, 아내, 목사, 사모. 그딴 거 다 떼 버려!
숙이 덕이로 이야기해 보자.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라고? 사랑한다면서?
마음도 안 통해, 말도 못 알아들어, 기대할 것 없는 사람하고 넌 살고 싶니?
그런 결혼 유지하고 싶어?
네가 여자라면 계속 살고 싶겠어?
난 아냐.


와우! 성숙함과 화통함을 두루 갖춘 화숙인 줄은 알았지만, 어떻게 이런 당당한 질문과 선언을 할 수 있었지? 결국 39년 지기를 무릎 꿇게 했잖아.

  

꿈에도 생각 안 해 본 이혼이란 말은 내게 간암 이상의 충격이었다. 나는 선택의 여지없이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했다.
이전에 나는 자신이 가부장적인 남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소문난 '잉꼬부부'로 우리를 롤모델 삼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다면 설명이 될까. 지금 돌아보면 그건 가부장적인 이 사회에서 숙이 자기 목소리를 죽이고 자아를 부정하며 내게 맞춰준 결과였다. 숙이 만들어내는 안온한 가정에서, 나는 가장의 체면을 지키며 좋은 남편이요 좋은 아빠로 통했다. - 정하덕의 추천사(화숙의 39년 지기이자 짝꿍)


화숙과 동행하기를 멈추지 않기 위해 자신을 뒤집어 버린 하덕의 의식도 넘볼 수 없는 경지이고.

그렇게 둘의 우정과 사랑을 지키며 공고한 악습에 저항한 두 사람에게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없어.

 


몸의 말을 듣고 치유 혁명의 길을 걷다


전문의들도 퇴치를 자신 없어 한 B형 간염, 간암을 화숙은 자연치유로 극복해 냈어. 지금 누구보다 건강하게 일상의 주인이 되어 살고 있고.

전문의가 평생 먹으라고 처방한 항바이러스제를 거부하며 화숙이 겪었을 심리적 고통은 상상도 못 하겠어. 전문가의 말을 거역한다는 건 불안하고 두렵고 외로운 길일 거잖아. 그런데도 화숙은 그 길을 택했어.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화숙의 말대로 간암이 준 선물일까?

간암과 갱년기의 고통을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탈바꿈시킨 화숙 덕분에, 그 과정을 글로 남겨준 화숙 덕분에 건강한 이들과 건강하지 않은 이들은 물론이고, 젊은 사람들과 나이 든 사람들, 여성들과 남성들 모두에게 이 책이 본보기가 될 거라 믿어.

투병 중에도 열독하고 맹렬하게 쓰고, 자연치유를 실천하며, 세월호 연대 활동까지 줄기차게 이어온 화숙, 고마워.

살아줘서, 살아서 이 글을 우리에게 띄워 주어서, 정말 고마워.

에필로그에서 작가로서, 활동가로서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될 때까지 날카롭게 살겠다'고 한 말, 끝까지 화숙답다!

실은 이 책 안에 거의 지뢰밭 수준으로 읽고 도움 얻을 만한 보물이 많아서 무엇부터 꺼내 리뷰를 남겨 볼까 하다가 출간된 지 한 달이 돼 버렸지 뭐야.

가장 부러운 일, '둘이서 함께 개척하는 길'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 내가 못 간 길이라 더욱.

화숙은 짝꿍과 둘만 걸어가려 하기보다 여럿이 함께 갈 수 있게 늘 품을 열어 놓아 주니까, 나도 마라톤 즐기는 기분으로 슬슬 달려 볼게. 건강한 화숙을 오래오래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일곱 살 많은 김화숙 언니를 '화숙~'이라고 부르게 해 주어서 고마워.

화숙이 제안하여 평어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관계의 결이 확실히 달라졌어.

우리의 대화가 수평하게 이루어지고 나아가 대화에서 파생된 사고가 '언니'라고 부를 때와 다른 양상으로 확산된다는 걸.


그나저나... 

화숙을 진작 만났다면 우리 부부가 헤어지지 않고 화숙네 부부처럼 건강한 새 길을 모색했을까.

문득 생각하곤 해.

그런데 홀로 씩씩하게 사는 나를 화숙은 더 응원하잖아!

그래서 이렇게 말할 거야. 부질없는 상상 놀이 집어치우고, 더 재미있게 살아봐!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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