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 김화숙/생각비행
내가 가장 사랑하는 짝꿍 숙을 두 번씩이나 잃을 뻔했다. 처음에는 간암으로 두 번째는 이혼으로. 이 책은 그 일에 관한 기록이자 우리가 걸어온 새 길에 관한 이야기다. (중략) 내겐 상처받을 용기도 필요했다. 나 역시 진짜 내 목소리와 내 모습을 숨기고 살았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중략) 우리 둘은 솔직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서로에게 귀를 기울였다. 그럴수록 우리는 서로에게 이전보다 더 친밀한 친구가 되어갔다. - 정하덕의 추천사(화숙의 39년 지기이자 짝꿍)
우린 잘못 살았어. 잘못된 전제로 잘못 배웠어.
나 그런 아내 그만할게. 인간 대 인간으로, 학생 때로 돌아가 보자.
질서, 당신, 남편, 아내, 목사, 사모. 그딴 거 다 떼 버려!
숙이 덕이로 이야기해 보자.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라고? 사랑한다면서?
마음도 안 통해, 말도 못 알아들어, 기대할 것 없는 사람하고 넌 살고 싶니?
그런 결혼 유지하고 싶어?
네가 여자라면 계속 살고 싶겠어?
난 아냐.
꿈에도 생각 안 해 본 이혼이란 말은 내게 간암 이상의 충격이었다. 나는 선택의 여지없이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했다.
이전에 나는 자신이 가부장적인 남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소문난 '잉꼬부부'로 우리를 롤모델 삼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다면 설명이 될까. 지금 돌아보면 그건 가부장적인 이 사회에서 숙이 자기 목소리를 죽이고 자아를 부정하며 내게 맞춰준 결과였다. 숙이 만들어내는 안온한 가정에서, 나는 가장의 체면을 지키며 좋은 남편이요 좋은 아빠로 통했다. - 정하덕의 추천사(화숙의 39년 지기이자 짝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