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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책방 Jun 28. 2019

전화위복

책방일기 | 2019. 06. 28. (금)



화장실을 가려고 나섰는데, 책방 옆에 있는 집에서 싸우는 소리가 시작됐다

젊은 남자 서너명이 있는 듯 했는데 10시 넘어서 시작된 큰소리는 12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정확하게 듣지는 못했는데 맥락은 대충

그동안 네가 나를 무시해왔는데 오늘은 못참겠다

는 내용이었다


싸움이 끝날 무렵에는 책방 옆쪽에 있는 틀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무시를 당해서 화가 났다는 사람이 일방적으로 욕을 퍼부었고

어찌어찌 이야기가 잘 풀렸는지 조용히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오랜 시간동안 싸우는 소리를 듣고 있는 건 쉽지 않다

전혀 관련이 없는 나까지도 기분이 상할 것 같고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까봐 긴장되기도 하고

저러다가 싸움이 더 커지는 건 아닐까

왜 하필이면 여기일까

하면서 흘러가는 오만가지 생각들 때문에 아무것에도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친구랑 크게 싸운 뒤에 화해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문제가 있으면 부딪쳐서 해결하는 게 더 좋았을 텐데

아무래도 회피와 도망의 1인자인 나에게 싸움이란 너무나 무서웠던 것이고 여전히 무서운 것

싸우는 것도 어렵고 그 뒤에 다시 잘 지내는 것도 어렵고

그래서 그냥 포기해버렸던 인연들이 생각났다







내일은 오전에도 투잡을 뛰러 가야 하고

다음주는 아이들의 기말고사 직전 대비로 학원 근무 시간표가 변동되었다

거기에 맞춰서 책방 운영시간도 변동되었다


하루는 오픈을 못하게 되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평일 저녁에 오픈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요일별로, 시간대별로 책방 분위기도 많이 달라지는데

간만에 느끼게 될 평일저녁 분위기에 조금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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