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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준쌤 Dec 16. 2017

영향력에 관하여  

구본형과 우원재, 그리고 헬퍼2

내게 오랜 꿈이 있다.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


이 애매모호한 꿈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초등학교 시절 가족 모두가 잠든 시간, 믿기지 않겠지만 나는 책을 펼쳤다. 위인전이었다. 안창호, 김구, 강감찬, 이순신, 세종대왕, 손병희, 장보고, 퀴리 부인, 슈바이처, 아문센 등 그들의 이야기를 자기전 밤마다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나도 이들처럼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꿈이 시작된 것이. 


이 꿈은 여러 갈래로 펼쳐졌다. 경찰청 사람들을 볼 때는 범죄자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는 '경찰관'이 되고 싶었고, 119 구조대를 볼 때는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는 '소방관'이 되고 싶었다. 중학교 때는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수학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여러 꿈들을 꾸었지만 아마 오랜 꿈에서 파생된 가지들이 아니었나 싶다. 그 가지들은 항상 '긍정적인 영향력'과 연관되었다. 


'수학 선생님'이 꿈이었기에 고등학교 시절 당연히도 이과를 선택했다. 그러나 난 대학을 문과인 경영학과로 갔다. 고3 여름방학 때 한권의 책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 당시 유명한 벤처 기업가가 쓴 책이었는데, 그 책을 읽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때부터 나도 그처럼 '세상에 좋은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기업가'가 되고 싶었다. 공부를 엄청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무난히 부산에 괜찮은 경영학과로 대학을 갔다. '기업가'라는 꿈은 꽤 오래 갔다. 지금도 조금 남아 있다. 현재 꿈은 '사람의 긍정적인 성장과 변화를 돕는 교육자'이다. 여러 경험들을 통해 꿈은 바뀌어왔지만 초등학교 시절에 생각했던 그 오랜 꿈은 아직 가슴 속에 온전히 남아 있다.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려면 '영항력'을 지녀야 하는데, 그 영향력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빌게이츠의 워렌 버핏처럼 돈이 많으면 영향력을 지니는 것일까? 각 나라의 대통령, 국제 기구의 수장이 되면 영향력이 있는 것일까? 한 분야의 전문가, 유명인이 되면 영향력이 생기게 될까? 이미 나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지는 않을까? 이런 질문들이 머릿 속을 맴돌기에 한번 글로써 정리하고 싶었다. 내가 말하는 영향력은 도대체 무엇이며, 그 영향력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그리고 나는 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싶어할까 라는 내용으로 말이다. what, how, why에 대한 질문이다. 


1. 영향력은 무엇인가?

영향력은 무엇일까? 예전에 MBC에서 방영했던 뜨거운 형제들처럼 누군가의 말과 행동을 이끌어내게 할 수 있는 힘을 말하는 걸까? 네이버 국어사전엔 "어떤 사물의 효과나 작용이 다른 것에 미치는 힘, 또는 크기와 정도"라고 되어있다. 음... 별로 와 닿지 않는다. 무슨 물리1 시간같다. 지식백과에 보니, "한 사회적 행위자가 그의 기대에 따라 다른 행위자가 행동하리라고 확신하는 권력행사의 가능성이다"라고 말한다. 흠... 지루하게 설명하는 교수의 정치학 수업 같다. 대신 나에게 물어본다. 네가 가장 영향력을 받은 인물은 누구야? 그리고 그는 어떤 힘을 지니고 있었어?



내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분이다. 실제로는 한번도 뵌 적이 없다. 그러나 이 분이 쓰신 스무 몇 권의 책을 다 읽었다. 그리고 매년 12월이 되면 이 분이 쓰신 첫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읽는다. '변화성장전문가'라는 꿈,  '사람들의 성장과 변화를 돕습니다'라는 사명은 모두 이 분을 통해서 생긴 나의 보물들이다. 4년 전 돌아가셨지만, 내 마음 속에 항상 있으시다. 나는 왜 구본형 선생님에게 많은 영향력을 받았을까? 이 분이 쓴 글이 좋아서? 영상으로 봤던 강의가 좋아서일까?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핵심적인 이유는 아니다. 이 분 덕분에 '꿈'이 생겼고,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깊은 곳에 심어주셨다. 타인과의 비교하는 것을 멈추고 나에게 집중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말과 글이 아니라 행동과 삶으로써 나에게 많은 영감과 깨달음을 주셨기 때문이다. 


'영향력'이라는 건 '변화'와 '성장'이다. 기존에 가던 방향을, 아니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른 채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던 누군가를 스스로의 힘으로 길을 찾게 해줄 수 있는 힘이다. 어디로 가라고 억지로 떠미는 힘이 아니라 어디로 가야할까 라는 깊은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하는 힘이다. 그리고 그 물음에 행동하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나는 영향력이 '스스로 변화하게 해줄 수 있는 작지만 큰 힘'이라 생각한다. 



2. 영향력은 어떻게 생길까?


이 물음 갈피는 평소 좋아하던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6 결승에서 한 참가자의 대답에서 찾을 수 있었다. 


래퍼 우원재


우선은 제가 정말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그 와중에서 제일 힘들고 부담스러웠던 건 제 말에 어느샌가 영향력이 생긴다는 거였어요. 저는 아직 영향력을 책임질만큼의 어른이 못 된다고 생각했고, 그 말들이 자신이 없어요. 그러기 때문에 앞으로 더더 개인적으로 성장을 해서 그 말들이 영향을 끼쳐도 하나도 안 부끄러운 우원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우원재는 '영향력'있는 래퍼가 됐다. 1년 전의 우원재와 지금의 우원재의 실력이 달라서일까? 물론 쇼미더머니를 통해서 실력이 향상 될 수 있었겠지만, 그가 어느 샌가 '영향력'을 지닐 수 있게 된 큰 원인은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좋은 무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에 출연하고 나서부터 '영향력'은 조금씩 커져왔다(자신이 없고, 안 부끄러운 우원재가 된다는 그의 겸손함과 솔직함이 너무 좋다). 하여튼 무명의 래퍼가, 무명의 배우가 영향력있는 래퍼와 배우가 되는 방법은 좋은 무대에 서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무대'가 있었기에 영향력이 생겼다. 빌게이츠는 '컴퓨터', 워렌 버핏은 '투자'와 같은 무대가 있었다. 


영향력이 생길려면, 무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그 무대에 섰을 때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이 보지 못하는 걸 보는 사람, 누군가 쉽게 지나쳐왔던 걸 쉽게 지나치지 않고 관찰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 쉽사리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용기있게 고백하고 표현하는 사람 등 나만의 '무언가'를 통해 무대에 섰고, 세상에 자기 주장을 외쳤다. 그리고 그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뚝심있게 버텨내며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나갔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지닌 사람이 된 것이다. 



3. 왜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할까?


사람마다 다를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고 올라가면, 하나로 귀결되지 않을까(순전히 글쓴이 생각)? 우리 모두는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한다. 사람이든, 이름이든, 책이든, 음악이든, 그림이든 말이다.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잊혀지지 않기 위해, 표현하기 위해 무언가를 이뤄내려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낼 수는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영향력'인 것이다. 세상에 '나'를 남기고, 자그마한 '변화'라도 이뤄내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숨겨진 본능이 아닐까. 만약 '죽음'이 사라진다면 '영향력'이라는 말은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웹툰 헬퍼2의 피바다 할매


어린 시절,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었던 나는 이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우선 내 자신이 스스로에게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즉, 나부터 변화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듯 자기 자신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타인과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칠 자격이 있을까?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영향을 먼저 주는 사람이다.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해야한다. 그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영향력은 저절로 쌓일 것이라 믿는다. 


헬퍼에서의 장광남이 변화할 수 있었던건 피바다 할매의 영향력 덕분이다. 할매의 말과 행동 덕분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할매의 '사랑'이다. 평생의 삶 동안 그렇게 자신을 대하며 살아왔기에 광남이를 그렇게 대했다. 주인공 장광남은 서서히 바뀌어간다. 어찌 보면 영향력은 또 다른 말은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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