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진로고민이 있는 사람들의 변화와 성장을 도운 진로교육가, 김범준 씨 별세
30대 때부터 120살까지 건강하게, 나답게 살겠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던 진로교육가 김범준 씨는 신비하게도 자신의 말처럼 120세로 별세했다. 그는 자신의 변화와 성장을 바탕으로 진로고민이 있는 사람들의 변화와 성장을 도왔던 코치이자, 작가, 강사였다. 청소년에서부터 청년, 중장년,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해온 이야기꾼이다.
2~3년에 한 번씩 스피치 대회, 강연 대회, 이야기 대회를 나갔던 그는 자신만의 이야기 올림픽을 100살까지 시행했다. "연말 정산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 정산이다"라는 말을 자신의 삶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했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했기에 꾸준한 도전을 계속했다. 이후 세계 스피치 대회에도 나가 '이야기 국가대표'라는 닉네임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직접 이야기 대회를 기획하고 주최하여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품고 있는 '이야기'의 가치를 그 누구보다도 믿었다.
그 대회를 참가했던 청소년 A는 이렇게 말했다. "이 대회를 통해서 저 자신을 보다 더 깊이 이해하게 됐어요. 제가 어떤 이야기를 지금 제일 하고 싶은지를 찾다 보니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알게 됐죠. 어떤 두려움을 가졌는지, 어떤 꿈을 가지고 싶은지를 알 수 있었어요. 이 대회를 열어준 범준쌤에게 감사해요"
그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아내는 그의 유머가 참 사랑스러웠다고 했다. 또 장난기가 있으면서도,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하며 미소 짓게 해주는 사람이자 세상에서 제일 잘 들어주는 사람이 그라고 했다. 공동 서재에서 각자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으며, 좋아하는 사람의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을 그도 참 행복해했고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의 서재에는 '구본형', '빅터 프랭클', '헤르만 헤세', '법정 스님', ' 김호' 등 좋아하는 작가의 책 1000권이 있다.
그는 래퍼이기도 했다. 예전에 인기리에 방영했던 '쇼미더머니'에 지원을 하기도 했던 그는 이후에 자신만의 랩 앨범을 만들었다. 랩 주제는 주로 두려움과 용기, 빛과 어둠, 사랑에 대한 것이었다. 앨범 [영웅의 여정]에선 조셉 캠벨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이 들어가기 가장 두려워하는 동굴에 자신이 찾는 보물이 있다"라는 메시지를 담아 대중들에게 용기를 선물했다. 그리고 그 용기는 '자신을 향한 친절과 사랑'에서 나온다고 자주 말했다. 어린 시절 발표 겁쟁이였던 그가 어떻게 발표 두려움을 이겨내고 이야기하는 삶이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긴 '어두움을 품은 밝음'이라는 곡은 많은 이들에게 시도할 용기를 주었고 자신에 대한 사랑을 생각하게 주었다.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시도할 용기'는 그가 쓴 책과 만든 음악과 강의, 살아온 삶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가 마지막 강의에서 한 말로 글을 마치려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하고 조금씩 사랑하게 된다면 자연스레 두렵지만 무언가를 시작할 용기가 날겁니다. 늦은 인생은 없어요. 각자의 속도와 방향이 있을 뿐입니다. 그저 자신의 삶을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