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구본형, <낯선 곳에서의 아침>, 180730)
#문장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습하고 어두운 빛 속에서 한 발자국만 걸어 나와라. 수치감과 무기력, 슬픔과 분노의 색깔로 뒤엉킨 곳을 떠나, 밝고 빛나는 곳을 향해 한 걸음만 옮겨라. 그리하여 스스로 밝고 빛나는 하나의 빛이 되라. 변화는 바로 빛이 되는 과정이다.
#생각
동굴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나만의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머무르며, 누구도 초대하지 않으며 몸을 웅크린 채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회복할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며, 누구나 그런 시기를 겪는다. 하지만 배의 존재가 항구에 정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출항하기 위해서 있듯이 우리 존재 역시도 그렇다. 우리는 동굴에 머무르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디론가 떠나기위해, 다시 돌아오기위해, 여행을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 그 여정의 이유와 경로는 각자의 인생에서 찾아야 하지만 분명한 건 동굴에만 있다면 그럴 수 없다. 회복의 장소이자, 재충전의 공간이며, 내면적 위대함을 탐색하기 위한 시간을 그곳에서 보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곳은 언젠가 떠나야만 하는 휴게소와 같다.
한 발자국이다. 모험은 그 한 발자국에서 시작된다. 그 모험은 작은것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손을 드는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좋다', '싫어요'라고 말하는 것일수도 있다. 아주 사소하지만 나의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그 행위, 그 행동은 쉽지 않지만, 용기를 내야한다. 용기를 가지고 빛을 찾아서, 빛을 향해서 동굴에서 나아가다보면 스스로의 존재 자체가 밝고 빛나는 하나의 빛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빛이 가보지 않은, 또 다른 방향을 향해 비추지 않을까. 계속해서 나아간다면 어둠 속에서 헤매는 누군가를 비춰주는 빛이 되거나, 세상을 비춰주는 등대같은 이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발표를 겁내하던 사람이었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걸 두려워하는 이었다. 지금도 어느 정도 그 겁과 두려움이 남아있지만, '손을 드는' 작지만 큰 행동으로 조금씩 변화했다. 손을 드는 행위로 나만의 한발자국 걸었다. 꾸준히 발표를 하고,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말하다보니 어느 샌가 그 두려움을 감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씩 잘하기 시작했다. 그 시간들이 즐거워졌다. 아마 그 겁과 두려움 이면 속에서는 그것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가득했던 게 아닌가 싶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 중 그 속에서 어떤 관심과 흥미가 있는 두려움이라면, 특히 그 두려움이 나를 억세게 죄어오거나 발목을 크게 잡는 것만 같다면 이제 용기를 낼 차례다. 모험을 떠날 차례다.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작지만 큰 행동으로 말이다. 내게 요즘 두려움을 주지만 꼭 해보고 싶은 것은 '세계 스피치 대회'출전이다. 외국인 친구가 한명도 없고, 해외에서 연수를 해본 적도 없는 영어 초보가, 영어공부를 손에서 놓은지 7년이 된 내가 이를 잘 해낼 수 있을까? 겁이나고 두렵다. 하지만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에겐 동굴이 있다. 쉬고 싶을 때 언제든지 돌아와도 된다. 그리고 유사한 두려움을 극복하거나, 유사한 동굴 속에 있었던 이들과 함께 대화를 나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우리가 가진 불안과 두려움을 공유하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그래서 좋아한다. 빛을 향한 용기를 스스로 내되, 서로 지지해주는 이들이 있다면 어두움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