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공유한다는 것

공유 [이기주, <한때 소중했던 것들>, 181228)

by 범준쌤

#문장

우리는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 하고만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특히 사랑은, 내 시간을 상대방에게 기꺼이 건네주는 일이다.


#생각

우리는 살면서 누군가와 시간을 공유한다. 시간을 공유한다는 건 공간을 공유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 최초의 공유는 가족들이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그 공간의 시간 속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함께 지낸다. 찬란한 순간들도 있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도 있다. 시간을 많이 공유했던 그날들, 소중한 그 추억들로부터 이어진 유대감은 가족을 가족답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을 공유하지 않는 가족들은 자연스레 멀어지고, 때론 잊히기도 하니까.


집을 떠나서 이때까지 여러 무리들과 시간을 공유했다. 어떤 시간들은 소중한 기억으로 남게 되고, 그런 기억들이 쌓여있는 장소는 생각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대학교 시절의 세종관 기숙사, 중앙도서관 휴게실, 광안리, 자주 가던 술집, 공익근무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1톤 트럭, 서울에서 살았던 민즈 하우스, 조카들과 지냈던 작은 누나 집, 이 공간에서 누군가와 시간을 공유하고 그 속에서 여러 대화들을 나눴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될 때부터 그리워졌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순 없다. 다시금 그 공간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이제 그 공간에는 그 시절의 사람들은 없다. 그 시절의 나도 없다. 함께한 추억들과 기억나는 대화들, 소중한 장면들이 떠오를 뿐이다. 그리고 현재의 내가 있다. 그리고 나와 함께 현재의 시간을 공유하고 공간을 공유하는 소중한 이들이 여전히 있다.


나는 그 시절 그 사람들에게 어떠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을까. 함께 공유했던 시간들은 어떠한 빛깔과 색채로 그들에게 남아있을까. 소중히 여겼던 시간과 공간을 그들도 나와 같이 느낀다면, 우리는 여전히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이지 않을까.


시간을 많이 공유한다고 해서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공간에 함께 오래 머물렀다고 해서 그 공간이 추억이 되는 것도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을 때, 그 순간에 함께 몰입했을 때, 서로에게 스스로를 온전히 드러냈을 때 우리는 나와 너에서 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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