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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준쌤 May 29. 2022

무선충전 지역 : 내가 충전이 되는 곳

급속 충전 지역 부산  

1년에 몇 번은 부산을 들린다. 경상권 강의가 있을 때 자연스레 김해 부모님 집을 찾게 되고, 틈이 있을 때마다 부산의 바다를 보러 온다. 부산 바다는 나에게 있어 무선 충전 지역과도 같다. 저절로 에너지가 채워진다.


내가 태어난 고향이자, 20대의 기억과 추억, 꿈과 열정이 가득한 곳이기에 이곳이 참 좋다. 왠지 모를 평온함과 편안함이 가득한 장소다. 


부산 영도 흰여울길 

위대한아침독서단 멤버들과 독립출판을 준비할 때 영도의 흰여울길을 처음 와 봤다. '손목서가'라는 책방 겸 카페가 있었고, 우리는 몇 시간 동안 그곳에서 우리의 글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두려움'과 '불안', '연애'와 '결혼' 등 그 당시 우리에게 중요했던 키워드로 대화를 나눴고, 때로는 침묵을 느꼈다. 바다에서 부는 바람과 손목서가에서 틀어주는 잔잔한 음악은 조화로웠다.  


또 예전에 친구 결혼식이 이 근처에서 했었다. 마치고 20년 지기 친구들과 이곳을 찾았다. 여자 친구와도 부산 여행을 왔을 때 이곳에 와서 각자에게 선물 주고 싶은 책 한 권을 골라서 간단한 편지를 써서 주고받았다. 부산 바다의 냄새는 소중한 이들과 행복한 기억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만들어준다. 


얼마 전 부산 출장을 왔을 때도 흰여울길을 찾았다. 혼자서 바다를 바라보며, 때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니 에너지가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스마트폰을 충전기로 충전하고 있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게도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구나.
'부산'이라는 지역은 내게 무선충전 지역이지 않을까.
이런 곳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가. 



나는 이름을 초등학교 2학년 때 '김동하'에서 '김범준'으로 바꿨다. 내가 토끼띠인데 토끼가 물을 먹으면 설사를 하니, 이름에 물 수(水)를 빼는 게 좋겠다는 부모님의 생각으로 이름이 바꿔졌다. 나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지만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인생에서 물은 내게 설사를 동반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나를 편안하게 해 준다. 부산의 영도, 광안리, 이기대 공원, 서울의 석촌호수, 한강공원, 별빛내린천 등 물은 내게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힘이 있다. 그리고 부산은 그중에서도 무선 급속 충전 지역이다. 


내가 소진이 되는 곳이 있고, 충전이 되는 곳이 있다. 이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에게 다시 일상을 잘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해주는 곳이기도 하니까. 인간은 무한하지 않다. 내게 힘을 주는 장소가 있다면, 그 장소를 안다면 다시 활력 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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