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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준쌤 Sep 18. 2022

엄마가 해주는 밥의 힘

서울에 있을 땐 나가서 사 먹거나 집에서 간단하게 밥을 먹게 된다. 주로 인스턴트 위주의 음식이다. 쿠팡으로 시켜놓은 국과 엄마가 보내준 반찬 혹은 반찬가게에서 산 2~3가지 반찬으로 식사를 때운다. 때운다 라는 단어를 쓰는 것만 봐도 있는 것들로 대충 먹는 패턴이 일상에 스며든 것 같다. 


추석 연휴 때 강의와 코칭 일정을 비우고 7일 정도 다녀왔다. 코로나 이전이었다면 여러 친구들을 보았을 텐데 코로나를 겪고 나서 만남이 참 간소해졌다. 특히 이번 연휴는 거의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이 많았다. 같이 등산도 가고, 낙동강도 거닐고, 공원도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다. 또 집밥을 많이 먹었다. 


엄마가 해주는 집밥은 대충 때우는 느낌이 아니었다. 푸짐했다. 맛깔난 반찬들과 신선한 재료들로 만든 국과 찌개, 고기는 내 입을 행복하게 했다. 든든하게 먹으니 잠도 잘 왔다. 먹고 쉬고, 자고, 걷고, 이야기하고를 반복하다 보니 살도 쪘지만 마음이 찌워졌다. 밥의 힘은 셌다. 내가 먹던 밥이 다이소에서 파는 이름 모를 저렴한 충전기였다면 엄마가 해주는 밥은 급속 고속 충전이 제대로 되는 충전기였다.


밥의 힘을 이번에 제대로 느꼈다. 대충 때우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제대로 차린 음식이 주는 힘을 서울에 와서도 해주자고 다짐했지만 오늘도 컵라면을 저녁으로 먹었다. 이 귀차니즘을 이젠 바꾸어 보고 싶다. 나를 위해서 신선한 재료들로, 푸짐하게는 아니더라도 건강한 식단으로 밥을 먹이고 싶다. 


내가 해주는 밥의 힘을 이젠 발휘하련다. 일상의 수고로움을 소화하고 있는 내게, 인스턴트 음식보다는 제대로 된 밥 한 끼를 대접하리라. 매일매일 챙겨주지 못하더라도, 일주일에 1번 이상은 정성을 다해 음식을 차려보자. 나를 위한 밥상을 선물해보는 거다. 다음 주에는 어떤 음식을 내게 대접해볼까? 


나는 국과 찌개를 혼자의 힘으로 끓여본 적이 없다. 밀키트로 물을 넣어서 해본 적은 있지만, 재료를 직접 사고 다듬는 시간을 들여 정성스레 만든 경험이 없다. 그 경험을 다음 주에 해보자! 오, 조금 신난다. 그래 미역국을 해 먹어 보자. 항상 타인에게 받기만 했던 미역국을 스스로에게 대접해보리라. 그걸 먹고 대충 때우는 나에서 조금은 정성스레 나를 대접하는 나로 다시 태어나는 거다. 



Photo by Edgar Castrej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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