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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닝 May 12. 2024

1화. 군중 속의 빈곤

교실에서...

 도윤은 오늘도 불안해하는 자신을 원망하고 있었다. 교실로 들어서자, 어김없이 시우의 커다란 손이 지호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있었다.

"야! 뭐 해, 빨리 해보라니깐. 내 말이 말 같지 않냐?"

언제나처럼, 교실에는 시우와 그 패거리들의 목소리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못 본 척 다른 것에 열중인척 하고 있었다. 괜히 눈이라도 마주쳐서 자기가 그 타겟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태연한 척할 뿐이었다.


그들 중 몇몇은 도윤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했다. 영화나 웹툰에서 처럼 학폭을 하는 녀석들을 후련하게 쳐부수는 그런 이상적인 이야기가 자신이었으면 하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도윤이는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지호 보다 덩치도 작았을 뿐 아니라, 누구와 다퉈본 적도 없는 싸움 레벨 최하위의 위치해 있었다. 삭막한 공기가 감도는 교실 속, 불안하고 침묵하는 이들 속에 나 홀로 버티어 내야만 했던 지호.


 그를 보면서 도윤은 마음이 아파왔다. 중학교 시절에 단짝이었던 지호. 같은 고등학교를 진학했지만 1학년 때는 다른 반이라서 가끔씩 등굣길에 마주친 것이 다였다. 내성적이지만 항상 밝은 친구였는데,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크게 모난 것도 없고 남에게 싫은 소리를 잘하지도 못하는 지호가 무슨 계기를 만들었을 거 같지는 않았다. 지호는 무엇인가 좋아하면 빠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것이 오타쿠로 보이게 만들어서 그랬던 것일까? 문득 내가 계속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채리고, 눈을 반대로 돌리며 내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 누군가라도 말려줬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그 사람이 나는 아니었다.


"버스 도착했으니깐, 짐 챙겨서 탑승해! 놔두고 가는 것 없게, 단디 좀 챙기고~"

 교실로 들어오신 선생님은 시우 패거리와 지호를 못 봤는지, 들어오자마자 한마디 하시고는 다시 나가버리셨다.


"지금 들었쟤? 언능 짐들 다 챙겨서 내려가라이"

시우는 지호 목에 팔을 두른 채, 자기 가방을 책상 위에 턱 하니 올려놓았다.

시우 패거리의 행동에 짜증이 치솟았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가방을 들고 교실 밖을 나갔다. 정말 여기를 벗어나고 싶었다. 나도 그렇게 느끼는데, 지호는 얼마나 도망치고 싶을까?

 

 버스의 앞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보고 있었다. 지호가 혼자 몇 번이나 교실을 오가는 것이 보였다. 버스 바로 근처에서 시우는 짐을 받아서는 자기가 들고 온 양 말했다.

"아우, 귀찮아. 빨리 좀 넣어줘요."

 그러면서 짐을 챙겨서 넣고 있는 기사아저씨와 선생님에게 가방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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