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Heart

지구의 온난화와 산갈치

by 러닝

어릴 적부터 한 동네에 살아서 친하게 지낸 혁이가 그렇게 얼굴이 굳은 표정은 처음 보았다. 항상 익살스러운 표정과 그 녀석 특유의 유머로 웃음바다를 만들던 혁이였는데, 오늘은 어깨가 축 쳐진 혁이의 뒷모습이 가슴을 앎이게 만들었다.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에도 가족과 친척, 지인들을 뵐 때는 밝은 미소를 보였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혁이가 얼마나 힘들게 그 억지웃음 짓고 있는지 느끼고 있었다. 잠깐 자리를 비운 혁이를 찾으러 나왔을 때, 저기 멀리 담배 한 대 피우고 오는 혁이의 눈가가 촉촉해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애써 아는 척은 안 했지만, 내 시선을 느꼈는지 '피식' 싱거운 미소를 내보였다. 머쓱해진 혁이와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시계가 자정을 가리킬 때, 대부분의 손님들은 이미 자리를 뜨고 한 테이블 손님만 남아있었다. 조용한 식장에 자연스레 한창 대화중인 손님들의 얘기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야, 그거 들었어? 북극 얼음을 가로지르는 북극 항로가 어제 열렸데. 원래 북극 항로는 내후년쯤에 개통될 예정이었나 봐. 그런데 최근에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북극 얼음의 두께가 작년 대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놔봐."

" 맞아, 그래서 쇄빙선이 얼음 깨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고 했어."

" 그것뿐만이 아니라, 심해어가 낚싯배에 많이 걸린다고 하더라고."

"나도 그거 본 것 같아. 부산 기장에서 산갈치가 요즘 많이 잡혀서 낚시꾼이 몰린다고 하던데. 우리도 이번 주말에 거기 낚시하러 갈까?"



<한 달의 시간이 흐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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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전 세계를 뜨겁고 하고 있는 핫이슈가 있는데요. 그 주인공은 바로 '드래곤 하트' '입니다."

"드래곤 하트요? 무슨 뜻인가요?"

"가희씨, 혹시 판타지 소설 좋아하셨습니까?"

"아뇨, 저는 10대 때 멜로소설을 주로 읽었어요. 하지만 제 동생이 판타지 소설에 빠져있어서, 그중에서 몇 편을 읽어본 적이 있어요."

"판타지 소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드래곤 하트'입니다. 세계관 최강의 생물, 드래곤이 마법을 펼치기 위해서 심장에 마력을 저장하고 사용하는 것인데요. 바로 그 드래곤의 심장! 마력의 코어가 드래곤 하트입니다."

"그런데 왜? 판타지 소설의 주제가 지금 핫이슈가 된 것인가요?

"지금 세계는 유래없는 팬데믹으로 죽음의 공포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런데 전염병에 걸리게 되면, '드래곤 하트'가 만들어진다는 루머가 돌고 있습니다."

"그럼, 전염병에 감염되면 판타지 소설처럼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인가요?"

"아! 아뇨, 마법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드래곤 하트'처럼 강인한 심장을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

"강인한 심장이라면, 일반인과 다른 무엇인가 두드러지는 게 있나요?"

"일반인이면 절대 할 수 없는 근력, 지구력을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일반인 감염자가 드래곤하트가 만들어지고 나서 약 3달만 훈련을 하면 왠만한 운동 선수 이상의 기력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스포츠계에서는 지금 난리가 났겠는걸요?"

"국제 스포츠 기구는 감염자를 대회에서 제외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반발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왜 누가 어떤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것인가요?"

"일단, 기존 스포츠 선수들이 우연히 감염되었을 경우 그들은 스스로 어떤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선수권을 박탈당하는 겁니다."

"자신의 의사나 행적과 상관없이, 감염되었다는 이유로 선수들의 삶이 송두리째 사리지게 되는 것 아닌가요? "

"그래서 감염자들로만 구성된 대회를 별도로 개최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합니다."

"아니, 그러면 김정화 선수도 감염자였던 것인가요?"

"네, 맞습니다. 이번에 변경된 도핑검사에서 음성, 드래곤 하트용 시약검사에서는 양성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면 그동안, 억울하게 악플로 고생한 김정화 선수에게 정신적 보상이 있어야겠군요."

"사실,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단순히 한 개의 대회에 출전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권 박탈이 된다면 그 어떤 대회도 다시는 나갈 수 없을 테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정말 스포츠계에서는 큰 고충을 안고 있군요."

"벌써 인사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오늘은 드래곤 하트로 혼란에 빠진 현 스포츠계에 대해서 '스포츠 톡톡'에서 알아보았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그럼 저희는 다음 주에 더 핫한 이슈로 찾아뵙겠습니다."



뉴스 톡톡이 끝나자마자, 철우는 어이없어하면서 말을 꺼냈다.

"저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일반인들이 운동선수를 3개월 만에 능가한다는 게? 말도 안 되지."

"아니! 잘하면 말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왜? 누가 그런 사람 봤어?"

"..........."

철우의 질문에 머뭇머뭇거리다가 조심히 입을 땠다.


"내가 그런 거 같은데."

"뭐라고? 네가? 네가 운동선수 보다 더 뛰어나다고?"

"아니, 사실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러닝 모임에서 활동한 지 이제 두 달 정도 되었는데, 지금 최고 페이스 그룹에서 뛰고 있어. 그 그룹엔 진짜 육상 선출들도 있거든. 나는 기껏 초등학교 때 1년도 안되게 뛴 거 알잖아? 그리고 수상 경력도 아무것도 없고..."

나의 말이 끝난 뒤에도 철우는 당황하였는지 눈만 커질 뿐 쉬이 반응하지 못하였다.


"너 대학생 때 마라톤 10킬로 마라톤 뛰었을 때도 한 시간 꽉 채워서 겨우 들어왔었잫아. 초등학교 때 사실 니가 선수라기보다는 그냥 뛰는 게 좋아서 겨우 코치한테 얘기해서 훈련할 때 같이 뛰기만 했는 걸 아는데... 심지어 그때 너 나보다 더 느렸었어!"

"그러니깐... 얼마 전에 뛰었을 때 10킬로가 40분대 나왔었어."

"거짓말! 아, 잠깐 그러고 보니. 그러면, 너 지금 감염자인 거야?"

"어, 아마도 그런 것 같아. 아직 검사를 해보지 않아서 확실하진 않지만, 증상을 보면 맞는 것 같아. 처음에는 졸리고 몸이 느려지고 굳어진다는 증상만 있어서 아닐 거라고 확신했었는데, 지금은 완전 반대 증상도 나오고 있다고 하는 거니깐."

"오~ 마이 갓!, 머야 그게 말이 돼? 똑같이 감염되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서서히 몸이 굳어서 석화되어 죽는데, 어떤 사람은 오히려 월등한 신체 능력을 가진다는 게?"

"나도 모르겠어. 워낙 지금 극과 극의 루머들이 쏟아지니깐. 머가 맞는지 아닌지 모르겠어."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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