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의 눈물
특별한 신체 능력이 생기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웃을 수 없었다. 부러워하는 철우를 향해 바로 인사를 건네고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철우와 헤어진 뒤,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인공지능 챗 NPT에 질문을 던졌다.
[드래곤 하트란? ]
>> 1. 판타지 세계관에서의 '드래곤 하트'
말 그대로 '용의 심장'을 뜻하며, 판타지 소설이나 게임에서 강력한 마법의 근원 또는 최고의 아이템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래곤의 강력한 마력이 깃들어 있어, 이를 얻은 자는 엄청난 힘을 얻거나 마법 능력을 강화하게 됩니다.
>> 2. 전염병 '드래곤 하트'
최근 태평양 해안을 중심으로 전염되고 있는 '드래곤 하트'는 피를 통해 전염되는 병(혈액 매개 감염병, Blood-borne diseases)의 일종으로, 감염된 사람의 혈액 또는 특정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는 바이러스성 감염병(Viral Infections) 질환입니다.
어두운 그림자가 내게 드리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어서 추가 질문을 입력했다.
[ 드래곤하트의 증상은?]
>> 주요 증상으로는 갑상선 호르몬 T3,T4와 카테콜아민의 분비가 촉진되면서 심장의 비정상적으로 발달되고, 혈류 속도가 빨라집니다. 일부 감염자에게는 심장이 굳어지는 석화 현상이 일어나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합니다.
NPT의 답변을 읽으면서,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라서 화끈화끈 거렸다. 그리고 등 뒤가 서늘해졌다. 충혈되는 눈으로 읽어 내려가고 있을 때, 휴대폰 화면에 문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역학조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귀하는 드래곤하트 감염 의심자로 분류되어, 출입을 자제하시고 내일 아침 9시 가까운 보건소를 방문해 주시길 바랍니다. - 질병관리본부 - ]
[태국 코창 방문자들 다수의 확진자 발생. 지난 5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방문하신 분은 보건소에 연락하여 상담 및 검사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콜센터 국번 없이 1982]
문자를 보는 순간, 뒤통수에 강한 충격이 가해진 듯 지끈거렸다. 지금 일어나는 일을 부정하고 싶었다. 전혀 현실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연달아 벨 소리가 울렸다. 계속해서 울리는 휴대폰을 무시하고 보이지 않게 주머니 속에 쑤셔 넣었다. 마침 지하철이 정차하자, 무슨 역인지도 보지 않고 무작정 뛰어내렸다. 지하철 역을 도망이라도 치듯 달려 나왔다. 역사 주변에 있는 공원으로 향하였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니라고"
"이건, 아냐"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데!"
어두운 밤 공원에서 울부짖었다. 망연자실하며 초점 없는 눈으로 밤하늘을 바라보며 한탄하고 있었다.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억누르며 묻어두었던 휴대폰을 다시 꺼내서 다시 물음을 던졌다.
[ 드래곤하트의 감염 원인?]
>> 최초 감염자들은 필리핀, 태국 등지의 태평양 연안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감염자의 증언에 따르면, 해안에서 의식을 잃기 전 해파리와 직접적인 마찰이 있었다고 합니다. 심해 해파리의 사체를 분석한 결과, 드래곤 하트 감염 바이러스의 흔적을 발견하였습니다. 이에 WHO 바이러스 분석팀에서 보다 정밀한 검사를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인자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우려하던 것이 현실이 되었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도대체 혁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혁이를 볼 낯이 없었다. 혁이가 아버지처럼 따르던 삼촌을 내가 죽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처음에 내가 의심이라도 했었다면... 아니, 이미 약간의 의심을 하고 있었지 않았었나. 어릴 적부터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혁이였다. 그런 혁이에게 나는 못할 짓을 한 것이었다.
몇 번이나 혁이의 전화번호를 눌렀다가 지웠다. 수없이 망설였지만, 도저히 혁이에게 전화를 할 수 없었다.
공원을 가로지르며 목적지 없이 거리를 배회하였다. 한 번도 와보지 않은 어딘지도 모를 곳이었다. 신호등을 기다리기 위해서 서 있을 때, 맞은편의 빌딩 전광판에서 뉴스 영상과 자막이 나왔다.
병원 앞에서 피켓과 플랜카드를 들고 있는 항의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그리고 아래 자막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병원에서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유가족들의 단체 소송!]
[주요 병원 봉쇄 조치]
[의료 사고인가? 재난인가?]
[시민의 자제 권고]
다시 화면이 바뀌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 광장에 모여 있는 장면이었다.
[수많은 인파 행진으로 경찰 대거 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