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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소통하는 자판기2

목적으로 리드하라

“도서관에서 자판기를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학생이잖아요. 보통 학생들은 친구와 같이 와서 캔 음료를 마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냥 1000원짜리 한 장을 넣으면 친구와 같이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600원이나 700원을 받으면 그렇게 할 수 없잖아요. 그게 전부에요. 커피 가격도 조금이라도 더 받으면 좋겠지만 남편과 같이 상의해 봤어요. 비록 자판기 커피지만 얼마 정도 받으면 사람들이 이 커피를 마시면서 대접받는다고 생각할까 하고요. 그래서 200원이 됐어요.”

  자판기 운영자 故 유계승 사장에게 판매하는 캔 음료와 커피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너무 싼 것 같아 그 이유를 물었더니 돌아 온 대답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말에 말문이 막혔다. “그 정도면 받으면 크게 이익은 없지만 박리다매로 팔자라는게 제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면 아무 느낌도 감동도 없었을 것이다. 보통은 가격이 결정에 있어 이익이 가장 중요한 잣대이다. 하지만 유사장의 가격결정에는 인본주의적 가치가 담겨져 있다.  

  이뿐만 아니라 유계승 사장이 고수하고 있는 자판기 운영원칙들은 나름대로의 특별한 이유와 의미들이 담겨져 있다. 귀찮음을 마다하지 않고 매일 같이 집에서 알칼리이온수기에 물을 정수해서 가져와 자판기에 사용하는 이유는 이용자의 건강과 커피의 맛을 위해서이다. 특히 자판기 커피 맛에 대한 유계승 사장의 집념은 남다르다. 어떤 물을 사용했을 때 최적의 커피 맛을 낼 수 있는지 다양한 물로 테스트를 해서 최종 결정된 것이 알칼리이온수이다. 심지어 구매하는 커피의 로스팅 정도에 따라 커피 맛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제조회사에 몇 년간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때론 맛이 다른 커피를 봉지 째 폐기도 한다. 유사장의 이런 행동은 마치 도공들이 최고의 도자기를 빚기 위해 가마문을 열고 원치 않는 도자기를 미련 없이 깨버리는 장인정신과 맞닿아 있다. 이외에도 일반 종이컵보다 두껍고 품질이 좋은 비싼 종이컵을 사용한다. 커피와 차를 마시고 헹궈서 다시 사용하여 자원을 재활용하고 뜨거운 커피로 생길 수 있는 화상을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학생들 시험 기간에는 밤늦게까지 자판기 옆에서 대기한다. 거스름돈 부족이나 재료부족으로 학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커피와 크림, 차 그리고 캔 음료는 생산 된지 1주일 이내의 국내 1위 브랜드만을 사용한다. 또한 캔 음료는 이용하는 학생들의 건강과 식습관 개선을 위해 무탄산 음료만을 판매한다. 위생관리를 위해 매일 청소 1시간 30분씩 청소하고 일주일 마다 3시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여 대청소를 한다.

  유계승 사장이 까다롭고 남다르게 자판기를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판기에 부착 해 놓은 그의 핵심가치에 잘 나타나 있다. 바로 ‘싸고 맛있고 깨끗하게’이다. 자판기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명확하고 중요한 가치는 없을 것이다.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한 유사장의 20여년간의 노력은 치열했다. 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구매처를 발굴하여 원가를 절감하고 위생적인 관리를 위한 주말 대청소 때문에 주말에 휴식이나 휴가를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그런데 위와 같은 유사장의 행동들을 단순하게 고객만족과 자신의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분명히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판기에 상상을 뛰어넘는 애정과 노력을 쏟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막으로 유사장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사장님에게 자판기 사업은 어떤 의미입니까?” 

유사장은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했다.“자판기는 세상과의 교감입니다. 사람과의 교감,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용자들하고 교감하는 거죠. 제가 1시간 30분 동안 청소하고 가면 저는 여기 없잖아요. 하지만 자판기를 통해 이용자들하고 교감하는 거죠.”

 자판기에 ‘교감’이라는 표현을 쓰다니 놀랍지 않는가? 유사장에게 자판기는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표현하고 실현하는 소통의 대상이며 정체성이었다. 왜 자판기 이용자들이 자판기에 감사편지를 부착하고 길거리에서 만나면 인사를 하고 당신처럼 살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유사장님이 자판기를 운영하면서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원천에는 그만의 노와이가 있었다. 즉 남다른 목적과 동기를 갖고 다른 관점과 언어의 사용하며, 신념과 가치, 정체성의 중시이다. 

 평범한 유사장님의 자판기 운영에 대한 노와이는 영역을 불문하고 어떻게 탁월함을 추구하고 수익과 의미의 균형을 유지하며 존경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 개인과 조직에게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오늘 각자가 이런 질문을 던졌으면 한다. 나는 우리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출간서적]

온택트리더십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7652162

더체인지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490876

노와이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256889

차이를 만드는 습관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8839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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