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살롱 레퍼런서 멤버들이 답하다
시즌3 첫 번째 스토리 살롱에서는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 시골에서의 삶을 선택해 살아가는 박혜윤 저자의 에세이 <숲속의 자본주의자>를 읽고 만났어요. 창고살롱 시즌3 전체 주제가 ‘멈추면, 알게 되는 것들' 이잖아요. 우리 곁에 흔한 일상, 분주한 도시인의 삶을 살던 박혜윤 작가는 박사과정 졸업 후 취업 대신 시골에서의 자급자족 삶을 택해 도시 생활을 잠시 멈추는 실험을 7년째 해오고 있다고 해요.
저자가 많은 영향을 받은 소로의 책 <월든>을 보고 자신도 ‘삶의 골수’를 맛보고 싶었다던 그의 이야기를 읽고 창고살롱의 구조화된 질문을 나누며 레퍼런서 멤버들은 소그룹으로 깊은 대화 시간을 가졌어요.
이번 스토리 살롱의 구조화된 질문은 다음 내용이었는데요.
1. 세상의 기준, 혹은 타인의 욕망에 맞추기 위해 힘들었던 경험을 나누어주세요.
2.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비워낸 경험, 그리고 그 이후 내 생각이나 삶의 변화가 있었나요?
3. 나답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세 가지를 정해본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스토리살롱 일주일 전, 책을 읽으며 각자에게 와 닿았던 문장과 그 이유, 그리고 함께 나누고 싶은 주제에 대한 사전 과제를 드려요. 그럼 멤버들은 전용 슬랙 채널에 과제를 미리 올리는데요. 이번 책은 논란의 여지도 조금 있었어요. 고 스펙, 고학력의 엘리트 저자라는 점이 책에서 전하는 메시지에 실눈을 뜨고 비판적 시각으로 보게 하는 구석이 있었거든요.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레퍼런서 멤버들의 이어지는 댓글에서 여러 생각이 오고 갔어요. 결핍에 대한 치열함이 아쉽다는 감상도 있었지만 저자의 배경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니, 이 분도 자기다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구나 라는 공감도 있었어요.
저자가 책에서 여러 번 인용하는 200년 전 미국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를 졸업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숲 속 자급자족 생활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꽤 많아 흥미로웠는데요. 소로가 마하트마 간디나 법정 스님 등 위대한 사상가들 행보와 생각에 많은 영향을 끼쳤잖아요. <숲속의 자본주의자>를 함께 읽은 레퍼런서 멤버들에게는 어떤 감상과 통찰을 주었을지 궁금했어요.
구조화된 첫 번째 질문은 저자의 “남들이 보기에 좋아 보이지만, 내게 꼭 맞지 않는 코트” 비유에 영감 받아 세상의 기준이나 타인의 욕망에 맞추기 어려웠던 경험을 나누었어요. 부모나 사회로부터의 보편적 기준에 맞추느라 수고했던 K장녀 이야기나 남성 위주 조직에서의 괴로웠던 기억들을 이야기했어요.
구조화된 두 번째 질문은 ‘포기'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저자는 “포기한 자리에는 무언가가 반드시 채워진다”라고 썼어요. 살롱지기 혜영은 최근 가족과 함께 해외에서 생활하게 되었는데요 식기세척기 없는 일상에서 오히려 꿈만 꾸던 미니멀리즘을 실천해보고 있다고 홀가분한 마음을 나누었어요. 딱 4~5인 식기만 있는 임시 숙소에서 지내기에, 식사 후 그때그때 설거지를 해야만 다음 식사를 할 수 있는 불편한 환경이 주는 깨달음이었다고요.
마지막 세 번째 질문은 자신의 생각 정리를 위해 살롱 이후 글쓰기 과제로 주제를 드렸어요. 레퍼런서분들의 생각을 슬랙에서 읽으며 행복했는데요. 과제에 공통적으로 적어주신 내용이 있어서 신기했어요. 가장 많이 언급된 세 가지를 소개해 볼게요.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 질문이었다는 점, 그리고 서로 많은 공감을 주고받았다는 점에서 살롱지기에겐 창고살롱 핵심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가슴 뛰는 순간이기도 했어요.
좋은 사람과의 관계와 대화
혼자만의 시간
책 읽기와 글쓰기
‘나답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가장 많은 레퍼런서 멤버 분들이 적어준 단어는 ‘좋은 사람’과의 ‘관계'와 ‘대화' 였어요.
레퍼런서 지안님은 나의 영광, 절망, 행복과 불행을 함께 할, 나의 가장 이완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가족을. 은애님, 유진님, 은진님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하며 충조평판 안 하고 내 이야기를 공감하며 들어줄 사람이 꼭 필요하다고 했어요. 려진님은 몰랐던 나를 알게 하고, 변하게도 하고, 나다울 용기를 주기도 하는 자극제가 되어주는 타인을 내 삶에 꼭 필요한 존재로 꼽아 주었어요. 종은님은 좋은 사람과의 대화는 내가 가보지 않은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고, 내 안의 좁은 우물 밖으로 벗어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고 썼어요. 또 혜선님과 혜진님은 좋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힘이 되는 에너지를 얻고, 아무것도 잘하지 않아도 되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체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안정감을 느낀다고 했어요. 이 외에도 써니님은 반려 동식물이나 친구, 리마님은 옆에서 나를 항상 응원해주는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며 나답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로 적어 주었어요.
그런데, 좋은 사람을 찾는 게 쉽지는 않아서 창고살롱이 좋다는 찐팬 인증 코멘트도 있었어요.^^ 좋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나다운 모습이 견고해지면 부정적인 자극이 와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어 꼭 필요하다고 은애님이 말해 주었어요.
두 번째로 많이 적어준 단어는 ‘혼자만의 시간'이에요.
레퍼런서 정은님은 나를 1:1로 마주하고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통해 나다운 나를 알아가고 나와 더 친밀해지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했어요. 종은, 은진님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했고, 레퍼런서 리사님은 나와의 대화를 통한 ‘사색'의 시간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나에게 안부를 묻고 미처 소화하지 못했던, 인풋의 빨래 더미 같은 정보나 감정들을 하나씩 개어 제자리에 정리하는 시간이 무척 소중하다고요. 은정님은 그동안 세상의 기준을 따르느라 앞만 보며 몰아치듯 달려오다 보니 나를 의식하지 못한, 잃어버린 시간을 보내며 번아웃을 겪었다고 해요. 이제는 마음 돌봄의 시간을 원한다고 적어주어 찡했어요.
세 번째 공통 단어는 바로 '책 읽기'와 '글쓰기'였어요.
창고살롱지기와 레퍼런서 멤버들의 큰 관심사이자 중요한 키워드인 책과 글이 공통 답변으로 나와 반갑고 신기했죠. 레퍼런서 지안님은 나 자신을 확장하기 위해, 민정님은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가 궁금하고 흥미로워서, 그리고 은진님은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나의 도피처가 되어주는 책이 꼭 필요하다고 적어주셨어요. 또 기록에 대한 필요성도 흥미로웠는데요. 레퍼런서 은애님은 쓰기는 스스로와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자 타인과의 소통 창구라고 했고, 순간 주영님은 나의 취향이나 관점을 깨닫게 해주는 도구라고 적어주었어요. 혜진님은 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대화할 수 있는 툴인 쓰기는,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어서 나답게 살 수 있는 가치관을 뚜렷하게 알 수 있게 해 준다고 했어요. 리마님은 일기나 사진 같은 과거의 기록들을 들춰보고 정리하면 깨닫게 되는 점이 있어 기록이 중요하다 했고, 은정님은 어릴 때 아빠가 운영하시던 헌책방에서 책의 세계에 빠져 들며 인생 문이 활짝 열린 것 같다며, 항상 책을 통해 뭔가를 찾는 편이라고 적어주었어요.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창고살롱이 그래서 더 좋다고요. ^^
좋은 사람 관계, 혼자만의 시간, 그리고 책과 글쓰기가 창고살롱의 핵심가치 맞는 것 같지요?
그 외 레퍼런서 효정님은 일과 개인 삶에 대한 균형감과 비교 금지 원칙, 그리고 초콜릿과 한 잔의 차를, 르네홍님은 혼자 있는 공간과 산책, 그리고 체력을 내 삶에 꼭 필요한 것으로 적어주었어요.
<숲속의 자본주의자> 저자 박혜윤은 임금노동에 종사하지 않고 원하는 만큼만 일하며 생존할 수 있을지 궁금해서 시골 생활 실험을 시작했다고 했어요.
지금의 일과 삶의 변곡점을 지나며 저는 또 어떤 경험과 실험들을 하게 될까요? 저자는 “나의 고유성을 지키면서 눈치를 볼 줄 안다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라고 했어요. 기존의 계획을 포기한 게 아니라 나만의 방향을 재설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니 조바심이나 막막함 대신 리셋된 새로움이 무척 기대되고 궁금해요. 저자 말대로 “발효 빵에 정답 같은 건 없고, 인생은 잘 사는 숙제가 아니니까”요.
<숲속의 자본주의자> 스토리살롱 인스타 후기는 아래 글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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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창고살롱지기 혜영
편집: 창고살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