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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창고 Feb 11. 2019

창동의 독립서점 <도도봉봉>

집순이지만 도도봉봉은 가고 싶어!

서울창고는 앞으로 오래된 서울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오는 공간과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동네의 대부분이 오래된 아파트인 전형적인 베드타운, 도봉구 창동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번 글은 창동 내 유일한 독립서점 도도봉봉 탐방기입니다.      



   

집순이지만 도도봉봉은 가고 싶어!


어느 단골손님이 이렇게 리뷰를 남긴 것을 봤다.

어! 나랑 같은 생각이네.

집순이도 가고 싶게 만드는 도도봉봉의 매력은 뭘까? 

창동의 독립서점 도도봉봉을 처음 만나고 알아갔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런 곳에 진짜 독립서점이 있어?  





2017년 9월 어느 날, 독립서점에 관심이 생겼을 무렵이었다. 인스타그램에 #독립서점을 검색하며 어디를 가볼까 기웃거리던 때 한 피드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이 피드였다.(출처 : 아무책방 인스타그램)


이 피드를 본 바로 다음날 도봉구 창동의 대로변 한국타이어 2층에 있다는 도도봉봉에 찾아갔다.      


사실, 어두운 분위기와 유흥가의 느낌 때문에 창동에 잘 가지 않았다. 창동역 1번 출구로 나오면 하늘을 가리고 있는 고가하부가 눈 앞에 펼쳐지고 뒤로는 짓다 만 창동역사의 철골이 앙상하게 드러나 있다. 뒷골목에는 형형색색의 술집과 노래방이 줄지어 유흥가를 이루고 있고 대로변에 있는 마사회 건물 주변에는 그곳을 드나드는 아저씨들이 서성거리고 있다. 그런데 창동에 독립서점이라니? 독립서점은 연희동, 해방촌, 서교동, 한남동 같이 이름만 들어도 힙한 동네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창동의 뒷골목에는 형형색색의 술집 간판이 줄지어 있다.


이런 의구심을 품고 창동역에서 나와 술집 거리를 지나 한국타이어 건물 앞에 도착했고 의구심은 절정에 달했다. 일층에는 주황색의 T-Station 간판이 달려있었고 2층에는 세무사 간판이 있었다. 어디에도 도도봉봉이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용기를 내어 2층에 올라가서 도도봉봉을 찾았다. 지금과 달리 안쪽 공간을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나무문이 마주해 있었고, 굳게 닫혀있었다.    


지금은 1층에서부터 쉽게 간판을 찾아 올라가 예쁜 파란색(인데 겨울엔 가려져 있다.) 문을 발견할 수 있다.


나의 첫 도도봉봉행은 실패로 끝났지만 오픈 이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지금은 단골 손님이 되었다. 어두운 느낌의 창동과 달리 낮에는 밝은 햇살이 스며들고 밤에는 따듯한 노란빛이 도도봉봉을 밝히고 있다. 몇 사람 서 있으면 가득 찰만큼 작은 공간이지만 어색함보다 낯선 설렘과 흥미로움으로 가득하다. 창동의 이미지와 대비되고 상상하지 못한 곳에 있는 독립서점, 좁지만 불편하지 않은 공간이라는 의외의 매력이 도도봉봉으로 계속 발걸음을 향하게 하는 게 아닐까.      

 

아기자기한 소품들에도 눈이 많이 간다.




도도봉봉에서 도도봉봉과 이야기하다 보면 도도봉봉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왼쪽이 도도님 오른쪽이 봉봉님이다.


아무리 좋은 공간이라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라거나 재미없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면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따라서 변방의 독립서점 도도봉봉이 사람들의 발길을 계속 끄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람과 콘텐츠가 빠질 수 없다.     


도도봉봉에서는 흥미로운 독립출판물을 고르는 재미도 있다.


개인적으로 도도봉봉이 내뿜는 매력 절반 이상은 도도, 봉봉님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아기자기한 공간에서 책 구경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곳에 갔다면 요즘은 도도님을 만나러 간다.      


도도님은 어떤 이야기도 내 마음같이 들어줘서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새 우울했던 기분이 나아지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런 도도님과의 첫 만남은 당연히도 어색했다. 어색하게 인사하고 어색하게 자리 잡고 앉아서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행히 도도님과 나는 ‘고양이’라는 주제로 몇 시간이고 떠들 수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어색함은 점차 사라졌다. 어색함이 사라진 틈에는 각자 살아온 이야기들과 취향을 공유하는 시간들이 쌓여 도도봉봉은 더욱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서점에서 도도님의 취향이 물씬 느껴진다.


봉봉님을 처음 만났을 때 인상은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수줍은 국문과 선배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알게 될수록 전혀 수줍은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동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모습이나 본업 외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에너자이저라는 것을 알게 될 때마다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글을 맛깔나게 쓰시는데, 무려 브런치에 연재한 <독립서점 도도봉봉 창업기>는 브런치북 은상을 수상했다. 무엇보다 도도와 봉봉님의 케미가 정말 좋다. 두 분이 대화(라고 쓰고 티격태격이라고 읽는다)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현실 남매 같기도 하고 죽이 잘 맞는 만담 콤비 같기도 하다.      


조그만 책방에서 매력적인 책방지기들에게 책 추천을 받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도도봉봉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다.            




문화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도도봉봉  


이렇게 다양한 모임들을 진행하고 있다.(출처 : 도도봉봉 인스타그램)


도도봉봉에 가기 전에는 다른 독립서점에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서점’에 대해서는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처럼 대형서점의 이미지가 전부였다. 서점이란 책을 사거나 책을 읽고 있고, 가끔 작가 강연이나 사인회를 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도도봉봉은 서점의 기본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이걸 왜 서점에서 하지? 싶은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림 그리기, 생활만화 만들기, 재즈 듣기, 프랑스어 공부하기, 길고양이 집 만들기 등등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와 매달 이어지고 있는 모임들이 도도봉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런 콘텐츠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도도봉봉을 찾고, 재밌게도 이렇게 도도봉봉을 찾은 사람들이 또 다른 콘텐츠를 들고 온다. 손님으로 오셨던 분이 재즈 듣기 모임을 제안하고 독서모임에 왔던 다른 손님은 사진 찍기 원데이 클래스를 제안했다. 문화의 불모지 도봉에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기획자도 될 수 있었다. 도도봉봉은 이렇게 콘텐츠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문화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도도봉봉에서 생활만화만들기 선생님인 아영작가님이 이곳에서 수업을 진행하면서  만든 작품이다.


도도님은 앞으로 창동이 집 근처에서 맛집도 갈 수 있고 다양한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는 동네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도도봉봉이 창동의 변화의 첫발을 떼고 있다.      

사람과 콘텐츠가 모여 창동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는 곳, 도도봉봉이다.

 



필자의 말

도도봉봉을 좋아하는 단골손님의 입장에서 쓰다 보니 애정 듬뿍 담긴 글이 되어버렸네요. 다음 글에서는 도도봉봉에서 낸 첫 책 <고독한 도봉구 미식가>의 집필진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Editor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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