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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창고 Feb 18. 2019

고독한 도봉구 미식가 인터뷰 1

고독한 미식가가 도봉구에 떴다.

일본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긴 팔다리를 휘적거리며 주린 배를 채워줄 맛집을 찾는 고독한 미식가, ‘고로 상’을 알 것이다. 여기 도봉구에도 고독한 미식가가 있다. 다만 고로 상 보다 더 통통한 팔다리와 더 풍부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게 조금 다를까. 


도도봉봉의 첫 책 <고독한 도봉구 미식가>는 도도봉봉 목요일 소설쓰기 모임팀(목소리)에서 활동 중인 가현(도도), 봉봉, 넝쿨, 미음, 이경, 이 다섯 작가가 함께 쓴 책이다. 일정이 맞지 않아 넝쿨님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나머지 네 명의 작가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 흔쾌히 참여해 주신 고독한 도봉구 미식가 집필진들이다.


봉봉님은 올해로 34살이 된 먹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도봉구의 고독한 미식가이다. 이경님은 방학동 토박이이며 번화가의 맛집보다 동네 맛집을 좋아한다. 미음님은 도봉구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도봉구가 묘하게 떠나기 힘든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들을 찾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가현(도도)님은 도도봉봉의 사장이고 도봉구를 알리는 작업을 하며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Q. 목소리(목요일 소설쓰기 모임팀) 모임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가현 저희가 (여러) 모임을 하다 보니까 도봉구에서 글을 쓰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조금 있으셨던 것 같아요. 도봉구 주민이거나 도봉구를 기반으로 활동을 하는 분들과 함께 프로 지향을 하려고 했으나 결국 먹소리가 돼서 매주 먹고 있네요. 그래도 여기 계신 분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좋아하는 글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과 내 글을 관심 있게 봐 주는 사람들을 통해 기운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Q. 다른 분들은 목소리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봉봉 저는 2016년에 가현(도도)사장님이 개인 작업실로 쓰시던 공간에서 글쓰기를 한다는 게시글을 보고 지원을 했는데, 글은 안 가르쳐줬고요. 약간 머털도사같은 느낌으로 설거지하고. 

(가현 언제요! 제가. 거짓말 하네! 아니거든요!) 

서점을 하기 전에는 지원한 사람이 저밖에 없었으나 커뮤니티 공간으로 운영이 되면서 글쓰기를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모임이 확대되었어요. 저도 그 과정에서 되게 재미를 느끼고 있고요.     


미음 저도 글을 써보고 싶고 (도도봉봉이) 근처에 있기도 해서. 혼자 쓰고 있으면 계속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내가 굳이 이걸 해야 되나?’ 그런데 다른 분들이랑 같이 있으니까 같이 꿈을 향해서 가는 게 굉장히 도움이 돼요.


이경 시모임으로 처음 도도봉봉에서 와서 점차 방문 횟수가 잦아졌어요. 그러던 와중에 사장님이 저한테 목소리라는 모임을 할 건데 관심 있으면 함께 하자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일반적인 글쓰기는 합평이나 비평을 해 준다고 해야 되나. 물론 그런 것도 받고 싶긴 했지만 함께 글을 쓸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좀 더 컸던 것 같아요.      


이 책이 바로 고독한 도봉구 미식가다. 표지의 그림이 봉봉님을 모티브로 그린 거라고 한다.


Q. 각자 쓰시는 글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고독한 도봉구 미식가 제작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현 사실대로 얘기해요 봉봉님?     


봉봉 배경과 취지가 있는 거죠! 

마침 도봉구에서 평소에 문화나 지역과 관련된 좋은 취지의 기획이 있으면 사업을 지원해 달라했어요. 그래서 지원을 했던 사업이 선정이 되어 동력을 얻은 거고요. 이게 배경이었던거고, 원래 취지는 도봉구 지역 사회와 관련된 스토리로 수집하는 거였어요. 이곳이 지역기반으로 운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 대한 주제들이 모였어요. 그리고 그 주제들이 주목받지는 못해도 나름대로 재밌는 이야기들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던 거고요. 

어떤 포인트로 이 공감대에 접근할까 하다 나온 것이 가장 공통적인 관심사였던 먹거리였던 거죠. 그래서 먹는 거를 키워드로 한 콘텐츠를 만들어 보자고 했어요. 계속 먹는 얘기, 식당 얘기를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우리가 각자 소개하고 싶은 식당을 정해 보자고 했고요. 그 식당을 프리즘으로 해서 지역사회를 바라보자는 취지가 있었어요.     


가현 그리고 우리는 목소리지만 먹소리이기도 하거든요.      


봉봉 네 다들 먹는 거 좋아하는.. 제가 좋아합니다. 압도적으로. 

     

미음 맛집이나 이런 거는 보통 친구들이나 일반 다른 사람들 만날 때도 자주 회자되는 내용이잖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 대해서 좀 광고를 할 수 있는 게 유명한 맛집이 제일 좋기도 하고. 저도 기억에 남아서 꼭 가 봤던 곳들도 있고. 그런 것들을 책에 담아서 되게 좋은 것 같아요. 다른 분들과 제가 느꼈던 그 감정이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게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가현 작년에 음식과 관련된 에세이나 책들이 좀 많이 나왔었고 인기가 있었어요. 생각해보면 의식주와 관련된 이야기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지역 기반으로 이런 이야기를 엮는다면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지역에 대해 좀 더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여기서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도봉구가 서울에서 소외된 지역이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한테 다가갈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거든요.      


이경 저는 방학동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계속 도봉구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도봉구가 조금 더 각별해요. 홍대 같은 핫한 곳도 가지만 동네에도 숨겨진 맛집들이 꽤 많아요. 동네 식당이라고 하면 기대치가 낮지만 의외로 맛도 있고 분위기도 좋은 꽤 괜찮은 식당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사실 이 기획을 처음 딱 들었을 때, ‘아 이거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요즘 핫한 식당들을 소개 볼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먹소리란 이름에 걸맞게 이 날도 인터뷰하는 동안에는 초콜렛을,  끝나고 미리 주문해둔 도시락을 드시기 시작했다.




Q. 책을 쓰다가 같이 가신 곳이 있나요?      


봉봉 다른 곳은 간 적 없고 가까운 쉐프마인드라는 곳에서 저희가 시켜서 많이 먹어요.      



Q. 그러면 하루 날 잡고 먹으러 간다면 어디 가고 싶으세요?     


봉봉 다 모여서 가면 수정궁에 가고 싶고요. 혼자서 가면 여기 이경님이 쓰신 김밥 집에 가고 싶습니다. 저도 읽다 보면서 느꼈어요.     


미음 저는 곱창집이요 맛있을 것 같아서.    

 

보아 드셨던 곳(곱창 맛집) 아직 있어요?    

 

봉봉 설명을 좀 하면 복잡한데. 노점상 이슈가 있어서 없어졌다가 최근에 지자체와 절충안으로 타협을 봐서 전의 형태는 아니고 구둣방 같은 작은 부스 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경 저도 수정궁 가 보고 싶고요. 그리고 그 쌍문동에 있는 쌍문판다스인가? (일동 아아~) 

거기는 안 가봤거든요. 저는 웬만한 데는 다 가봤어요. 무수옥도 가보고. 못 가본데가 딱 수정궁이랑 그 쌍문동에 있는 거기에요(쌍문판다스). 그래서  거기는 저도 도장깨는 마음으로 가보고 싶어요.     


가현 저는 수정궁. 그 오래된 맛집이 뭘까? 그게 궁금해서. 그리고 저도 시대우동은 근처에 모르고 지나갔던거에요. 여기 제가 자주 가는 그 쪽에 있더라구요.      


이경 시대우동이랑 수정궁이랑 붙어있어요. 그 라인에 되게 가까이 있어요. 그래서 수정궁에 갔다가 그 근처에 카페 더 로비라는 데가 있는데 되게 분위기가 좋은 카페예요. 거기서 놀면서 입을 좀 푼 다음에 밤에 야식으로 시대 우동을 먹으러 가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시대우동은 밤 늦게 새벽까지 하거든요. 새벽 다섯시까지. 


가현 고급 정보인데?     



Q. 봉봉님이 여러 군데를 쓰셨던데 그중에서도 하나를 꼽자면 어디예요?      


봉봉 예 어떤 범주로 나누느냐에 따라 다를 거 같긴 한데.. 아 좀 봐야겠습니다. 제가 뭘 썼죠? 

    

보아 많이 쓰셨던데. 곱창이랑, 분식, 돈가스     


봉봉 아 저는 도봉구의 정서를 잘 보여주는 곳은 역시 <정의여고 3대 분식집>이 아닐까.    

(이경 아, 정의여고!)

어 도봉구는 뭐가 달라? 차별화가 어떻게 돼? 이런 생각을 할 때 정의여고 앞에 그 분식집을 가보면 분식집 정서가 있습니다. 그 굉장히 뭔가 그 스카이캐슬과는 정반대 되는..    

(이경 약간 시간이 멈춘 듯한..)     

예 시간이 멈춘 듯 한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도봉구의 정서를 가장 잘 보여 주지 않나 싶어요. 그게 아마 제가 알기로는 그 드라마나 영화 같은 문화 콘텐츠에서 다루는 도봉구 정서를 보여 주는 구간이에요. 그 블록이. 둘리도 거기서고 (응답하라) 1988도 사실상 거기가 상징적인 로케잖아요.      


보아 아 가봐야겠네요. 여기를 다 가야 이제 명실상부 도봉구민이 되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죠? 


이경 맞아요 맞아요     


가현 이경님이 가장 바라는 독자가 이 책을 읽고 도장깨기를 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려 주는 독자라고.


봉봉 있어요. 지금.


이경 한 분 있어요. #도봉구고독한미식가 치시면 나와요. 참독자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도봉구 미식기행을 시작해볼까..





필자의 말

도도, 봉봉님 외에 처음 뵙는 분들도 모두 도도봉봉 단골들이라 너무 즐겁게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 때문에 인터뷰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2부로 나누게 되었습니다. 다음 글에는 집필진이 생각하는 창동과 도도봉봉의 매력에 대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Editor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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