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젖어버린 운동화
한 시간이 지났을까? 비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전에 있었던 행운은 오후에는 없었다. 비는 예보대로 계속 내리기 시작했다.
4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 더 이상 머물렀다가는 어두워져서 들어갈지도 모른다. 비가 오더라도 카페를 떠나야 했다. 다시 우산을 들었다. 한 시간여 거리..우비를 입어도 되지만 판쵸우의라서 입고 벗기가 번거로워 우산을 쓰고 가기로 했다. 아직 반이 남았으니 그때 판쵸우의를 꺼내 입어도 괜찮다. 그냥 우산으로 가는 것이다.
앞만보고 계속 걸으니 어느새 숙소에 다다랐다. 신발은 이미 젖을대로 젖어 버리고....
이곳은 미리 예약하지 않고 오는길에 과일가게에 쉬는 동안 갑자기 잡은 숙소이다. 리뷰가 괜찮아 선택을 했는데 게하에선 처음으로 나 혼자 쓰는 곳이었다. (두번째 개밥 바라기별 게하는 다인실이었는데 그날 예약은 나 혼자 밖에 없는 행운이 있었다. )
열쇠를 받아서 방으로 올라간후 얼른 신발을 벗고 깔창을 빼고 최대한 휴지를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다행히 라지에이터가 있어 신발을 올려 놓았다. 얼른샤워를 마치곤 슬리퍼를 하나 빌려 오면서 검색했던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 걸은 거리가 짧은 거리라고 하지만 아침과 점심을 대충 먹었더니 완전 허기져 있었다.
살 빼기 전에는 맥주를 좋아했었는데 살이 빠지고 나면서 부터는 웬지 소주가 좋아졌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소주에 피자가 먹고 싶었다. 피자집은 많겠지만 대부분 맥주를 팔지 소주는 파는 곳이 없어서 검색아닌 검색을 하게 되었는데 다행히도 있었다. 그것도 숙소 5분 거리에..얼른 우산을 들고 그 식당으로 갔더니...
정확히 오늘까지 휴뮤란다. ㅠ.ㅠ. 꼭 먹고 싶었는데..내일은 다른 곳으로 또 걸어가야 하는데...
비슷한 메뉴를 보다가 피자 대신 돈가스 종류로 골랐다. 그렇게 소주에 돈가스로 살짝 배를 채운후 게하 호스트께 맥주 한잔 하시겠느냐 물었더니 같이 하자 하신다. 정말 오랜만에 사람과 함께 하는 자리이다. 편의점에서 맥주와 필요한 것등을 골라 게하로 돌아갔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좀 있다. 호스트 밑에서 일하시는 직원 여자분, 3일째 숙소에 있으면서 대중교통으로 둘러볼 곳을 찾아 조용히 다니시는 여자분, 전에도 인연이 되어 이곳을 자주 찾는 다는 남자분이 모여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어쩌다 어른 게하에는 어쩌다가 만나게된 어른들이 모여 있었고, 이스탄불을 가고 싶다는 게하 호스트는 나에게 터키 얘기를 들으며 언젠가는 꼭 이스탄불을 가보고 싶다며 굳은 의지를 보여 주셨다. 난 신발이 마르는지 마는지도 모르는체 오랫만에 만난 사람들과 신이나서 코로나로 인해 1년이상 하지 못했던 버스에서의 멘트를 어쩌다 어른들에게 하고 있었다. 터키가 왜 형제의 나라인지 아야 소피아가 왜 박물관이 되었는지를...(지금은 또 모스트로 변해서 요금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주책이다 이놈의 직업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