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6국 12일, 이 스케줄은 서유럽 10국 15일 스케줄을 제외한 유럽 스케줄 중 가장 긴 스케줄이다. 물론 발칸 9국 13일 짜리도 있긴 하지만 버스로만 이동하는 발칸에 비해 서유럽은 기차를 두번이나 타야하고 출발 시간도 발칸에 비해 힘들다. 말 그대로 여행이 아니라 극기 훈련 수준의 스케줄이다. 한국 문화가 만들어낸 기형의 여행 패턴이기도 했는데….
이 스케줄의 장점은 첫날 공항 도착 이후 호텔로 이동하는 첫날 스케줄이다. 인솔자 입장에서는 안내를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도 있지만 그래도 호텔로 일찍 들어가는 스케줄이 얼마 만인가. 그리고 대부분의 스케줄이 공항 버스 미팅 이후에도 몇 시간씩을 숙소까지 이동을 하니 잠들기 바쁜 스케줄이지만 그래도 이번 스케줄은 호텔 도착 후 로비 바에서 와인도 한잔 할 수 있고 여유가 있어서 좋기는 했다. 이후에 발생할 그 사건은 모른 채로 말이다.
역시나 이 스케줄의 장점인 첫날 빠른 체크인을 빼고는 매일 매일 바쁜 버스 이동이 아니 긴 버스 이동이 계속 되고 있다. 첫날 독일의 대표적인 대학의 도시인 하이델 베르크를 지나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알프스 도시 인스브르크를 짧게 치고(대부분의 인솔자들과 가이드 분들이 일반 사람들이 관광을 하는 것을 우리는 일이기 때문에 친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근처 숙소에서 이틀 째 밤을 보냈다.
6시간이나 되는 긴 거리였지만 유럽 투어나 미국 투어에서는 일반 적인 스케줄이었다. 그리고는 금일 아침 일찍 인스(긴 도시인 이름은 이렇게 줄여서 표현을 한다. 인스부르크-인스. 하이델 베르크-하이델, 프랑크 푸르트-프랑크)를 떠나 3번째 나라인 이탈리아의 가장 물가 비싼 도시인 베니스로 이동중이었다. 이번 스케줄 중 가장 경치가 좋은 이동 코스인 지금 이 코스, 경치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경치에 어울리는 이탈리아와 서유럽의 관련이 있는 음악을 들으며 가려고 아침 식사를 마치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음악하면 대표적인 나라가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다 보니 관심만 있다면 음악은 무궁무진하게 준비를 할 수 있다. 음악을 처음 안내 할 때 학창 시절에 공부를 좀 더 할걸 하고 생각을 했지만(나는 후회는 하지 않는다. 어짜피 후회 해봤자 해결 되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하지만 딱한 가지 담배를 배운 걸 후회 하긴 했지만 이제는 금연 중이니 인생에 후회 되는 일이 다 없어졌다.) 요즘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공부하는 요즘 후회 하기는 커녕 관심을 더 가지기에 바쁘니 말이다.
하지만 이 코스 길이 좀 험하다 보니 자세 잡기가 불편하다. 아무래도 버스에서 라디오 DJ(지극히개인적인 의견이다.)처럼 흉내를 내어가며 안내를 하려고 하니 여간 쉽지가 않다. 그래도 이젠 대본을 거의 숙지하고 있어서 종이를 들고 있지 않아도 되지만 처음 시작할 땐 긴장도 많이 했고 버벅 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내가 생각해도 많이 자연 스러웠다. 모방송 아나운서 였던 한 분으로부터 질투 아닌 질투를 느낄 정도로 나름대로 자연 스러 웠으니 말이다.(혹시 그분이 이 책을 보실 지는 모르겠지만 여행 초반에는 보이지 않는 힘 겨루기가 있었는데 마지막 여행이 끝날 때엔 기분 좋게 웃으면서 헤어졌던 팀이 있었다. 당연히 그 분은 전문 아나운서 시니 나보다 훨씬 훌륭하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목소리도 너무 아름다우시고…)
그렇게 준비를 다하고 자리를 잡고 멘트를 시작하던 그 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고 말았다. 갑자기 교통 경찰이 버스를 세운 것이었다. 이후에 일어날 사건에 대한 복선을 야기 하듯 말이다.
GO BOX- 우리의 하이패스와 같은 오스트리아 시스템. 그걸 점검 하려 갑자기 차를 세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느 누가 갑자기 경찰이 관광버스를 잡아서 하이패스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 한단 말인가.
유럽에서도 드문 일이었지만 아무튼 불쾌한 점검이었다. 그러면서 우리 버스 유리엔 버젓이 달려 있는데도 기사 말은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입장에서도 처음 겪는 일이었기 때문에 뭐라고 상황 설명을 할 순 없었지만 영어가 짧은 이태리 기사 입장에서는 억울 할만도 했을 것이다.
내 입장에서도 시간을 20분 이상 의미없이 잡아 먹는 이런 상황에 대해서 같이 불쾌해 하면서 말이다. 어쨌든 불쾌한 짧은 점검이 끝나면서 다시 우리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기사는 계속 문제가 없었는데 아무래도 경찰이 돈을 원한 것 같다면서 우리는 잘못이 없다고 항변 하듯 알아 들을 수 없는 이태리 말로 계속 중얼 거리는데 아무래도 욕을 하는 듯했다.
멋진 알프스와는 사뭇 대조적인 상황을 안고 아름다운 풍경이 계속 되니, 이왕 준비는 했으니 준비했던 음악을 들으며 이동을 계속 하고 있었다. 프란츠 크라이슬러, 조수미, 비발디,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아니 음악만 들어도 귀가 반응 할 수 있는 그런 곡들만 선정을 해서 음악을 틀면서 간단한 멘트를 집어 넣었고 마치 라디오를 듣는 듯 너무 좋았다며 우리는 그렇게 기분 좋게 계속 이동을 하고 있었는데….
풍경과 음악은 너무나도 아름 답지만 이 알프스를 넘는 산 길 이 고속도로는 그리 좋지가 않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할 정도로 이탈리아의 고속도로는 정말 잘 닦아져 있지만(우리나라 공기업에서 이탈리아의 도로를 벤치 마킹해서 우리나라 고속도로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탈리아에 있으면 마치 우리나라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같은 반도 국가 이기도 하지만 우리와 같은 태백산맥이 이탈리아에도 있다. 아펜니노라는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고속도로는 그다지 길이 좋지 않고 게다가 좁다. 국경을 넘어 가다 보니 많은 다른 나라의 차들도 보이고 트럭들도 월요일이니 만큼 굉장히 많이 보인다.(이탈리아는 주말에는 트럭들이 안전을 위해서 고속도로에 올라 올 수 없다고 하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이제 한 주의 시작이다 보니 트럭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인스부르크를 떠난지 한 시간 반 후에 우린 이 지점에서 사고가 났다.>
이상하리 만치 차가 껄떡 거린다. 불안 한 듯 아니 아마도 기사님의 머리 속에는 출반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만난 경찰과의 만남에 있었던 예상치 못했던 교통 범칙금이 머릿속에 남아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침착해 주길 바라는 나의 마음이 기사의 마음을 읽은 듯 버스가 껄떡 거릴때마다 얼마나 많은 마음속의 브레이크를 밟았던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무릎을 폈다 접었다를 반복하면서 계속 차량은 끊임없이 껄떡대고 있었는데..결국 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 그렇게 반복대는 앞뒤로의 흔들림이 지속 대던 그때 불행하게도 우리 차는 앞에 있던 우크라이나에서 온 트럭을 추돌하고 말았다. 순간 충격을 견디지 못한 차량 앞 유리는 쩍 소리와 함께 갈라지고 말았고 나도 모르게 무릎에는 더 많은 힘이 들어가고 말았다. 순간 놀란 나는 얼른 손님들이 있는 뒤로 고개를 돌렸고 불행 중 다행히도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 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시 한 번 마이크를 잡고 전체를 훑어 보며 한 마디를 던졌다.
“여러분들 다들 보셨다시피 불행히도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 중 다행히도 큰 사고는 아닌데 지금 정말로 참을 수 없이 아프 시다거나 병원에 꼭 가야 하는 분이 있다면 말씀을 꼭 해주십시요. 정말 숨기지 말고 다 이야기 하셔야 합니다.”
순간 조용해졌고 다행히도 병원 치료를 요할 만큼 크게 다치신 분은 없는 듯 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는데 다행히도 한 분도 계시지 않으셨다. 아마도 해외 에서난 사고다 보니 경험이 없는 부분도 한 몫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이 후에 상황에 대해서 안내를 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지금 상황이 굉장히 당황 스러우시겠지만 불행중 다행이도 차량의 앞 유리부분 간단한 파손 외에는 큰 사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최대한 빨리 대응해서 신속하게 처리 하도록 노력은 하겠지만 지금 이 고속도로가 보시다시피 여태까지 우리가 이용해온 고속도로와는 다른 외지고 좁은 곳이라서 시간이 다른 곳 보다는 더 소요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선 현지 사무실에 요청을 해서 최대한 빨리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에 따라 지루한 시간 화도나고 힘드시겠지만 최대한 노력해서 해결하도록 조치 할테니 제가 말씀 드리는 상황에 맞게 움직여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다시 한 번 기사를 대신하여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면서 신속한 처리를 위해서 현지 사무실과 발빠르게 연락하여 변동 사항이 생기는 대로 바로바로 다시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한 고비는 넘은 듯 했다. 다행히도 일행들도 서로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을 하기 시작했고 나도 마이크를 놓자 마자 앞에서부터 뒤에까지 앉은 분들 한 분 한 분 체크를 다시 해가면서 상황을 파악을 했다. 정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천만 다행이었다.
그리고는 얼른 사무실에 연락을 취해서 우리의 위치를 알렸고 연락이 되는 데로 나에게 연락을 준다는 대답을 듣고는 사무실에서 요청한 사고 상황과 관련된 간단한 정보를 알려 드리고는 사진을 찍어서 보내드렸다. 그리고 3분여가 흐른 듯 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오더니 격앙된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서 들리기 시작한다.
“인솔자님 손님들 정말 다치신 분 없어요?”
“네 다행히도 없어요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정말로 없는거죠? 정말로 없는거죠?”
“네 없는데요. 왜요 있는 것 같으세요?”
“아니 사진을 보니 이거 충돌인데 정말로 다치신 분이 없는거에요?”
‘사진?’ 충돌?’
다시 한 번 사진을 들여다 보았다. 우리 버스 앞 유리가 갈라져 있었고 그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나는 사진을 찍어서 다시 보았는데
그때였다.
‘아 이거….’
그랬다. 버스는 앞 유리가 충격으로 금이 갔지만 우리가 추돌한 트럭은 많은 트럭의 앞 부분을 싫고 다니는 트레일러 급 트럭이었다. 그런데 이 트레일러는 트럭의 앞 부분 그러니까 5대 분량의 트럭 앞부분을 뒤로 실어 놓고는 운행을 하는 중이었고 우리 버스가 추돌을 하다보니 트럭에 실려있는 트럭 앞 부분을 충돌한 것 같은 모습이 사진에 담긴 것이다. 필자는 유리가 갈라진걸 찍기 위해서 찍은건데 유리를 통해서 보인 바깥의 모습이 트럭의 앞부분이 같이 찍힌 것이다.
‘그래 그럴 수 있겠다. 보는 입장에서는 부연 설명이 필요하겠구나.’
그렇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나니 사무실에서는 이해를 할 수 있었고 금방 대체 방안이 나올 것 같았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새 한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다. 갑자기 사고가 나서 근방에 있는 시간이 되는 차량을 불러야 하는데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사이에 경찰이 조사를 마치고 가고 이탈리아어와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우크라이나 기사는 인상이 구겨져서 울 듯한 표정을 짓고 있고 수 많은 차들이 그사이 지나 갔으리라. 우리의 기다림은 그 와중에도 계속 되고 있었다.
<추돌로 인해 깨진 유리창..앞에 트럭의 정면이 보이는데 이런 앞 부분을 엄청 많이 싫고 다니는 트럭과 추돌을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지에선 트럭과 충돌을 한 것으로 오해를 했다.>
1시간이 지나고 또 지나고 꽤나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현지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차량이 섭외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 이젠 시간 문제다. 차량이 수배가 되었으니 차량을 만나서 얼른 베네치아로 이동을 하면 된다. 그리고 나서 점심먹고 투어를 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예약되었던 시간이 12시 30분 이었으나 아마도 2시는 되어야 점심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크게 문제 되는 시간은 아니었다. 이유는 투어 하다가도 늦어지면 2시에 심지어는 2시반에도 점심을 먹을 수 있으니..이런 일은 다반사 였고 다행히도 첫날 이동을 하면서 우리가 투어중에 생길수 있는 상황을 다 설명 해 놓았기에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렇게 애기를 했는데도 막무가내로 따지는 경우가 아니면 말이다. 그리고 요즘은 막무가내로 따진다 해도 주변에서 다른 분들이 그 막무가내인 사람한테 뭐라고 하기 때문에 요즘은 그런 경우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우리의 기다림은 계속 되다 못해 이제 지루해 지고 있었는데..
우리가 사고 난 지점은 도저히 차를 만날 수 없는 주변이 산으로 이루어진 좁은 도로였다.
‘하필이면 이런데서 사고가 날게 뭐람.’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서 보니 사고 날 가능성이 높아서 사고가 난 것이었다. 그만큼 주의가 필요한 구간 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얼른 손님들께 이 상황을 알리고 나서 바꿔서 갈 차량이 오기로 한 곳으로 이동을 했다. 버스가 유리창이 갈라져서 조금은 위험하긴 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른 차량이 없으니 우리 차량으로 이동할 수 밖에. 그러고 나서 넓은 주차장이 있는 공간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는데 시간이 2시간이 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화장실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동을 할 수 있었으니 손님들을 달래고 이제 화장실을 찾아 가려고 했는데.
‘이전 젠장’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수면 쉼터 같은 공간이라 화장실이 없었던 것이다.(우리나라 수면 쉼터엔 화장실이 있나? 나는 운전을 하지 않고 자동차도 있지 않아 상황을 잘 모른다.)
화장실을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손님들이 다급해 지기 시작한다. 이전 여행사에 있을 때 연수팀들 처럼 남자 분들만 계신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패키지의 대부분은 여자 분들이다. 그러다 보니 화장실을 찾아야 했는데 화장실은 반대 편에만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반대편으로 갈수가 없다. 물론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면 갈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 위험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여행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 안전 또 안전 이기 때문에 아무리 급해도 반대편으로 건너 갈수는 없는 상황 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몇 몇 분이 반대 편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상황을 설명 하자면 고속도로 왕복 4차선 도로 한 가운데 중앙 분리대 사이로 나와 있는 쪽길을 사이로 고속도로를 무단 횡단으로 건너고 있는 것이다. 처음엔 몇몇 분이 었다가 사람이 많아지더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대편으로 건너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호텔 출발한지 2시간 만에 사고가 나고 아무것도 못하고 기다리기를 반복한 후에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나서 다시 이동을 한 후 시간이 지났으니 4시간 저렇게 행동할 만도 하다’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는데 다시 생각을 해보니 그 동안 화 낼만한 도 한데 아무말도 없이 묵묵히 기다려 준 것만 해도 손님들께 감사한 상황 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위험 했지만 우리들의 돌발 상황은 지나고 마침내 기다리던 버스가 왔다. 그런데 이 버스 좀 뭔가 특이하다. 좀처럼 타던 관광 버스가 아니라 어딘가가 좀 다른 느낌의 버스였던 것이다. 그래서 사무실에 확인을 해보니 그랬다.
일반 관광 버스가 아닌 로컬 버스 중의 운행이 가능한 버스를 보낸 것이다. 그것도 2시간 거리의 지역에서 아무튼 관광 버스든 아니든 따질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베니스로 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점심이 걱정되어 현지 사무실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과일이라도 사서 드리려고 했더니 한 분이 나서서 이런 말씀을 하신다.
“가이드님. 한 끼 안 먹어도 괜찮으니 우선 베니스로 가고 싶네요. 죽기전에 꼭 봐야 한 다는 곳이니까. 그리고 지금 보니 우리 일행들이 간식을 많이 챙겨와서 그걸로 요기만 간단히 해도 됩니다. 우선 베니스로 갑시다. “
“네? 정말요? 그래도 될까요? 다시한번 말씀 드릴께요. 정말 그래도 될까요? 한 분이라도 동의를 안 하면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네 괜찮습니다. 이동해도 될 것 같아요.”
“가요 얼른 가요. 이제 화장실도 해결했으니 가도 될 것 같아요.”여기 저기서 여러명이 의견 피력을 하셨다.
그렇게 우리 팀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라는 확신을 가지고 나는 버스를 이동 시켰다. 하지만 그래도 말이 나올 듯 해서 휴게소에서 급히 2명당 1개씩 해서 빵을 사가지고 급하게 올라 탔으며 음료 및 물은 다행히도 버스에 판매하는 물이 있기 때문에 하나씩 드리면서 이동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음료였으면 더욱 좋았을 테지만 그렇게 라도 우리는 각자의 음식과 내가 사 드린 빵과 함께 드디어 베니스 식당에 도착하게 되었다.
식당에 도착하니 거의 4시 가까이 되는 시간. 식당에서는 이미 우리를 기다리느라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함께 해주고 계셨고 다행히도 이날의 점심은 우리나라의 대표 음식인 비빔밥 이었다. 한국 에서 먹는 비빔밥과 비슷한 맛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밥을 먹는다는 것이 유럽에서는 얼마나 큰 행복인가. 나도 인솔자 초창기 시절에는 한식 먹는걸 꺼렸지만 이제는 몸에서 한식을 찾는다.
심지어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탈때에도 비빔밥을 먹기 위해서 라운지에서 나오는 조개 비빔밥도 먹지 않고 기내에서 나오는 비빔밥을 찾을 정도로.. 이젠 그 비빔밥을 먹은지도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가끔은 비빔밥을 먹으려고 준비 했는데 낙지 덮밥이 나와서 짜증이 난적도 있지만..
예민 할 수 있어서 음식이 잘 나오는지 혹시 부족한 것은 없는지(현지에서의 한식당에서는 모든 것이 추가 요금을 받지만 이런 날은 무제한으로 서비스를 해 드려야 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나니 나도 좀 모든 긴장이 풀어 지는듯 했다.)
가이드님과 오는 과정에 얽힌 에피소드를 나누고 나서 식당을 일어섰다. 멋진 베네치아 투어를 잘해 드리기로 하고 일정을 바꾸어서 베네치아의 하이라이트인 수상택시를 타고 들어 가는 것으로 일정을 바꾸고 늦은 만큼 고생한 만큼 안에서의 자유시간도 충분히 드리기로 하고 말이다.
이 시간이 바로 베네치아의 일몰을 가장 멋있게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일몰을 보게되니 모든 사람이 감탄을 하기 시작했다.
“가이드님 베네치아의 일몰이 오전에 있던 사고 때문에 그런지 더 환상적이네요.”
“네 많이 눈에 담아 두세요. 베네치아를 여러 번 오신 분들도 못 보고 가는 경우가 많은 일몰입니다. 특히 여름에는 해가 길어서 아무리 보려고 해도 볼 수 없는 날들이 훨씬 많아요. 사진에 다 못담으시면 눈으로 담아서 가슴으로 인화하세요.”
경치가 좋으니 나도 모르게 말이 줄줄 나온다. 그렇게 멋진 경치와 함께 베네치아 투어를 마칠 수 있었고 결국 한 아주머니가 폭발 하긴 하셨지만 그 폭발은 몇일 뒤에 있을 호텔 문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늦은 만큼 자유시간을 많이 드렸더니 갑자기 쌀쌀 해진 날씨로 예민해진 나머지 자유시간이 끝나고 만나서는 결국 한 마디 하신 것이었다.
“아니 추워 죽겠는데 이렇게 자유시간을 많이 주면 어떻해요? 지금 해도 떨어져서 깜깜한데 말이야. 오늘 피곤한데 얼른 빨리 들어가요 빨리..
추워죽겠어 추워 죽겠어”
“네에이~~~”
그 아름다운 베네치아도 추위 앞에선 아무것도 아닌 그냥 하나의 도시에 불과했다.
얼른 대답하고 전세버스(여기선 전세 배이다.)를 타고 우린 다른 새 버스를 만나 저녁식당으로 이동을 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생각은 머리를 떠나질 않았다.
‘아이고 그놈의 죽겠단 소리 여기서 또 듣네’
여행쟁이의 팁: 너무나도 고마운 팀이었다. 그렇게 어려운 와중에도 인사사고가 날 뻔한 일이었는데도 리더들의 인솔을 잘 따라와준 나머지, 시간을 지체 한 것 말고는 큰 문제없이 마무리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텝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로마에서 마지막날 일반 식사를 삼겹살로 업그레이드 해드렸는데 이처럼 문제가 발생해도 큰 불만없이 잘 따라와만 준다면 우리 스텝들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어떻게든 서비스를 하려고 하니 변수가 생기더라도 지시에 잘 따라와만 준다면 더 좋은 투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