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그 다음이 건강하게 다시 한국으로 돌아 가는 것이다. 나의 손님들은 여행을 온 것이지 유학이나 이민을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돌아 가야 한다. 1996년 처음 관광과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수업 첫 시간에 교수님이 물으셨다.
“관광이란 무엇인가”
“여행이요”
“놀고 오는 거요”
“빛을
여러가지 대답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그랬다. 전공을 관광으로 선택을 했지만 관광이란 것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때 교수님께서 정의를 내려 주셨다.
“관광이라 함은 다시 돌아올 것을 목적으로 현지의 역사 생활문화 언어 음식등 다양한 것 등을 체험하고 돌아 오는 것”
다시 돌아 오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 우리는 다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문제가 생겨서 영원히 돌아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일행과 달리 혼자만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도 안전하게 돌아 가야 하는데 말이다.
마지막 날이 되었다. 축구에도 그런 말이 있다. 시작 5분과 마지막 5분을 조심하라. 여행도 비슷하다. 하지만 여행은 마지막날 가장 많이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 긴장이 풀어져서, 거기다가 마지막 날이라서 일행들과 헤어지는 것도 아쉽기도 하고 여행이 끝난다는 것도 아쉬운 나머지 풀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회식 비슷한 술 때문 이었다.
다음날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공항으로 가야 했다. 아침에 런던에서 암스테르담 으로 가는 비행기가 이른 시간이었다. 아침 7시 비행기. 일행들께는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하므로 일찍 마무리를 하시기를 당부 드렸고 다행히 저녁 식사도 일찍 끝나고 7시에 호텔에 들어왔다. 그러니 시간 적인 여유가 많아 시간을 더 즐기시더라도 일찍 마무리를 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그렇게 일행을 방으로 보내 드리고 하루 마무리를 할 겸 바에서 맥주 한잔을 마시고 있었다. 경험이 많지 않을 데라서 영국에서 마시는 맥주는 나의 고된 하루의 피로를 회복 시켜주는 아주 멋진 명약 이었다. 그렇게 맥주를 마시면서 나름 대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2시간 여가 지난 것 같았다.(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 하다 보니 바에 혼자 앉아서 직원과 대화를 하기도 하고 영어를 배운 다는 마음으로 거기 있는 손님들과도 많은 대화를 하는 편이다. 우리나라 에서 이런다면 우리는 이상한 사람 처럼 보겠지만 현지 인들과의 대화도 호텔 에서는 자연 스러운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대체적으로 많이 흐른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한 분이 급하게 뛰어 오시더니 다급하게 말씀을 하기 시작하신다.
“무슨 일이세요?”
“아 가이드님, 우리 룸메이트가 화장실 들어 갔는데 나올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나오질 않네요. 같이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얼른 같이 가 보시죠.”
그렇게 얼른 마신 맥주 값을 계산 하곤 방으로 올라갔다.
화장실 문 앞에는 피가 흥건하게 묻은(정말 많이 묻어 있었다. 그래서 사실 방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는데 피가 묻은 수건을 보고 나서는 솔직히 조금 겁이 나기 시작했다.)수건이 놓여 있었다.
‘아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제발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하면서 상황을 지켜 보았다. 그렇게 방의 화장실 앞에서 우리는 부상이 우려되는 손님을 계속 부르기 시작했다. 그때 였다. 화장실 안에 있던 그 손님이 나오셨다.
“괜찮으세요?”
“아무래도 미끄러져서 넘어졌는데 이마가 찢어 진 것 같네요.”
내가 생각했던 상황 보다는 손님의 상태는 양호한 듯 보였다.
“그럼 우선 의사를 부를 수 있는지 로비에서 확인을 하고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안정을 취하시고 쉬고 계세요. 최대한 빨리 돌아 오겠습니다. “
로비로 가기전 화장실 안을 보니 반신욕을 하기 위해서 받아놓은 물이 전부 핏물 이었다.
‘아니 이정도 였는데 저 상태시면 천만 다행이네 천만 다행이야.’
내가 생각하기엔 반신욕을 하기 위해서 물을 받고 욕조에 들어가는 순간 넘어지신 듯 했다.(가장 많이 일어나는 사건이다. 그래서 나는 욕조가 있는 호텔을 선호 하지 않는다.) 얼른 로비로 내려가선 막 도착한 의사와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눈과 멘탈 이런 것들을 체크 하고는 크게 문제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내일이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가는 날이다.
그래서 무언가의 조치가 필요했다. 혹시 몰라 의사에게 의견을 물었다. 병원을 가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그냥 휴식만을 취해도 좋은가? 라고 물었더니 병원을 가보는게 좋겠다고 했다. 다행히도 병원은 택시로 5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얼른 콜 택시를 불러 병원으로 이동을 했고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 걸려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한국에선 꿰메는 방법을 썼을 텐데 확실히 유럽 시스템은 달랐다. 유리 캡슐 같은곳에 들어 있는 본드 같은 액체를 찢어진 부위에 바르고 굳게 만들 었다. 그 다음은 우리는 보통 넓은 반창고를 붙이지만 이곳 에서는 얇은 찢어진 부위를 막을 수 있는 아주 얇은 라면 굵기의 반창고를 이용하여 뒷 마무리를 하였다. 그렇게 손님은 왔다 갔다 하셨지만 깔끔한 뒷처리 까지 하고 다시 호텔로 이동을 하였다.
아침이 밝았고 우리는 암스 테르담을 거쳐 비행기를 다시 타고 한국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약간의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보통 부상을 당한 경우엔 완벽하게 치료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향후 치료를 위해 그리고 보험 처리를 위해 의사 소견서와 진단서를 발급 받아서 오는데 이번에는 보험 처리도 없고(치료비가 무료이기 때문이다.) 향후 처리를 크게 할 부분이 없어서 택시 영수증만 받아서 왔는데 보험 회사 직원이 차비는 보험 치료가 안 된다는 것이다.
좋다 뭐 어쨌든 차비는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안 받을 수 도 있다. 하지만 안 받기에는 영국의 물가가 엄청나다. 왕복으로 10분 정도 였는데 차비가 7만원 가까이 나왔다. 그리고 다른 부분엔 지출이 없다. 의사 진찰도 그렇고 병원 이용에도 돈이 하나도 들지 않은 것이다. 낭패였다. 손님을 모시고 갔던 나도 당황을 했다. 결국에는 보험회사 직원과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아니 생각을 해보세요. 병원까지 다친 사람이 걸어갑니까?”
그 직원은 단호했다.
“차비는 보험 처리가 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선생님. 선생님 부모님께서 만약 해외 여행을 가셨는데 다치셨어요. 그래서 택시를 타고 병원을 갔는데 병원비가 무료에요. 그러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나는 억지 아닌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저희도 죄송하지만 병원비(의사소견서와 진료비 영수증 첨부)외에는 지불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 부모님이라두요?”
“저희 부모님은 해외 여행을 좋아하시지 않습니다.”
‘졌다 졌어’
그 직원은 나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결국 해결이 안 난걸 알게된 해당 여행사 사장님은 이 상품을 판매한 담당 대형여행사 세일즈맨을 반 협박(?)비슷한 언행으로 다그치며(이후엔 너희 상품 이용 안 한다, 주변에 얘기해서 다시는 너희 상품 못 이용하게 하겠다는 갑질 아닌 갑질을 하며 )이거 처리 해주지 않으면 다신 너희 상품 이용하지 않으신다며 그 차비를 받아내고 말았다.
여행쟁이의 팁 : 이번 경우는 에이전트 라는 것이 있어서 결국 차비를 받아낼 수 있었지만 개인 여행 이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 같은 경우이다. 그러므로 개인 여행을 할 시 나라마다 다른 경우가 있으니 여행자 보험 가입하는 경우 정확하고 꼼꼼히 상황을 숙지 하고 있어야 필요 없는 지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해외 여행시 화장실 욕조 사용시 꼭 주의 할 필요가 있다.
<손님이 다치는날 마지막으로 본 타워 브릿지. 런던에서 이 브릿지를 볼 때마다 이 사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