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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쟁이 위창균 May 12. 2021

<치킨 너 정말 이러기야? 나한테 왜이래?>

                                               

해외 관광객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가까운 거리라고 하는 중국 일본 동남아 뿐만 아니라 이제는 미국 유럽 오세아니아 지역도 어디가나 한국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은 붐 이라고 하면 너도나도 하려는 문화가 아무래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베이비 붐, 유학붐, 등산복 붐, 여행 붐까지….

그만큼 한국인 여행객들이 많아 지고 있고 심지어 중국 사람들도 많아 지고 있다. 

현재 코로나라는 심각한 질병의 출현으로 지금은 여행업이 거의 마비되어 있지만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정말 많은 동양인들이 유럽으로 많은 여행을 오고 있었다. 


특히나 한국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크로아티아(발칸지역- 오스만이 쳐들어 올 당시 산이 많고 푸르르 다고 발칸이라고 명명)지역은 실제로 2013년 7만 4579명에서 2014년 25만 2517명으로 무려 239% 관광객이 증가를 했다. 가히 놀랄만한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크로아티아 관광청에서는 한국 여행사를 대상으로 터키 항공 주관 만남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일이 많이도 생긴다. 우리와 문화가 다른 부분에서 생기는 일들도 있겠지만 현지에서 너무 많은 팀이 들어오다 보니 신경을 쓰지 못해서 생기는 일도 많은 것이다. 발칸의 문화는 가히 복합적이라 할 수 있다. 로마가 만들어 놓은 땅에서 베네치아가 발전시키고 오스만이 들어옴에 따라서 음식 문화 라든지 종교 라든지 인종 이라든지 복합적인 장소가 되고 만 것이다. 


프랑스를 가면 프랑스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음식이 있고, 이탈리아를 가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식이 있으며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의 고유 음식이 있지만 발칸은 발칸만의 특징을 가진 음식을 선뜻 내놓을 만한 게 없고 이탈리아나 이슬람의 음식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피자나 스파게티 케밥등 우리가 알만한 음식들이 발칸에서도 나오는 것이다. 


관광은 성당 광장 시청사, 음식은 닭 돼지 닭 돼지, 돼지 닭 돼지 닭, 돼지 돼지 닭 닭 이렇게 나는 표현을 하는데 그러고 나면 피식 하면서 웃는 손님들이 더러 있다. 그런데 정말 그렇다. 소스 문화가 있는 우리와 다르게 유럽의 음식은 조리법을 다르게 하여 같은 재료를 내어 놓는 것이다. 같은 닭이라도 굽거나, 튀기거나, 볶고 이런 식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같은 음식을 여러 번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 되도록이면 고기가 겹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는데..이번팀은 정말 울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케밥치치 (이슬람식 음식 중의 하나 대표적인 곳은 사라예보이며 소고기를 으깨서 만든 요리. 우리나라 떡갈비와 비슷하나 엄청 짜다.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중의 하나이며 종종 똑 같은건 없지만 터키 음식과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 국내에서도 터키 식당을 자주 찾곤 한다. 하지만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터키 식당들은 주류를 거의 팔지 않는다. 특히 이태원에 있는 식당들., 나는 맥주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같이 할 수 없어 아쉬울데가 많다.) 라고 하는 이슬람식 소고기를 먹는날 이었는데(터키의 음식 중 케밥 종류가 3,000가지가 넘는데 우리는 흔히 되네르 케밥 이라고 하는 돌린다는 뜻을 가진 케밥을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터키 에서는 열을 가해서 만드는 음식을 모두 케밥 이라고 하기 때문에 우리가 먹는 꼬치 음식도 케밥-쉬쉬케밥,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에서 여행객들에게 유명한 고등어케밥, 기암 괴석이 많은 카파도키아 지역의 항아리 케밥- 촙네케밥 등 다양) 이날 함께한 기사님은 마케도니아 사람으로써 이슬람이 아니다 보니 본인은 그걸 먹지 않고 치킨을 먹는다고 했다. (사실 나와 기사님은 매번 식사가 비슷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식당에서 선택권을 준다.)


그래서 기사님은 치킨을 드시고 나는 메뉴대로 케밥 치치를 먹었다. 나는 워낙 좋아하는 음식이다 보니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가능한 곳에서는 모든 음식을 케밥 치치를 먹을 정도로 정말이지 이슬람 음식을 좋아한다. 서유럽 투어 할 때는 레바논 식당을 즐겨 갈 정도로 이슬람 음식은 나에게는 최고의 음식인 것 같다. 

그런데 내일 점심도 치킨 이었다. 그래서 기사한테 내일도 치킨인데 괜찮겠느냐고 했더니 본인은 치킨을 워낙 좋아하긴 때문에 상관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기사님은 치킨과 나는 체밥 치치와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시작된 우리의 치킨과의 악연은 시작에 불과했다. 


금일 메주고리예(산과 산 사이라는 뜻) 라고하는 성모님이 1981년 6명의 아이들에게 발현을 했다고 하는 장소(교황청으로 부터는 인정을 받지 못했고 이런 곳이 전 세계에 너무나도 많다고 한다.)아주 작은 마을에서 하루를 머무르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일정에는 저녁 식사가 부페로 예정되어 있었다. 어떤 음식들이 나올지 모르지만 그래도 부페가 가장 문안한 식사라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확인을 해보니 치킨 이란다. 그나마 부페에서 바뀌긴 했지만 샐러드와 함께해서 식사를 하니 맛있게 식사를 잘 끝내셨다. (나는 이후로 식사 메뉴를 얘기 하지 않고 현지식 인지 중국식인지 한식인지만 말하는 버릇이 생겼다.)내 입장에서는 다행 이었고 이걸로 사사건건 따지는 손님이 있었다면 정말 피곤할 상황 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손님 복이 있다. 손님들이 웬만한건 이해하고 넘어가 주신다. (이런 경우에는 나도 나중엔 손님들께 서비스를 더 해 드린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이 아니었다. 내일도 점심 식사는 메인이 치킨 이라는 것…


이 상황이 되어 있을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조리법이 다르니 상관이 없겠지 하는 생각 말이다. 양념치킨과 닭 볶음탕이 다르듯이 말이다. 그런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닭이니까 다른 부위가 나오기 만을 바라고 있었는데 아뿔싸…

똑 같은 부위의 닭다리가 어제와 똑같이 나온다. 안 그래도 선택의 폭이 많지 않은 현지식 식사중에서 어떻게 어제랑 똑 같은 모습의 닭고기가 나오는 건지 마치 두 식당이 짠 것처럼 어제와 똑같은 모양의 닭다리가 나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감자가 조금 다르게  나왔다는것. 







고추장은 들고 다니시라 했으니 밥이 낳을 뻔 했나? 아무튼 민망함은 왜 나의 몫이 어야 하는지..그리고 오늘이 조금 더 야들야들 하고 신선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안심을 시켜 주는듯 했다. 그래도 이렇게 그냥 넘어 갈 수는 없는 법. 식당으로 걸어 오면서 지나친 시장 안으로 얼른 뛰어갔다. 어느 지역이나 가면 시장을 찾고 그 시장에 나오는 과일을 찾는 것이 우리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게다가 지금은 한 여름이 아닌가? 국내에서는 아주 비싼 가격에 팔리는 체리가 크로아티아에 여름이면 1키로에 2유로(3000원이 안됨)에 판매가 된다. 거의 5분의 1가격? 너도나도 사고 싶어 하지만 이것도 주변에 시장이 있어야 가능한 법. 그 시장이 바로 우리가 걸어오는 길에 있었다. 얼른 시장으로 달려가 보이는 데로 달라고 했다. 아니 아예 자판에 놓인 박스채로 달라고 했다. 그래도 20유로 22명이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래 얼른 들고가자. ‘ 부리나케 뛰어가서는 순서대로 집으시라 했다.

“자 식사 끝나고 드시게 얼른 좀 집으세요. 자 앞에서부터 천천히..”   

지금 손님들의 머리속은 어제와 같은 닭다리가 나온 상황보다 지금 눈앞에 엄청나게 많은 양으로 펼쳐져 있는 체리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이게 내가 노린 부분이었다. 

“자자 충분하니까 욕심 부리지 마시고. 너무 많이 가져가시면 나중에 뭉그러 지니까 적당히 가져 가세요..부족하면 또 사드릴 테니까. 양은 걱정 마시고. 자 천천히 천천히”

작전은 성공이었고 손님들은 같은 식사를 드시면서 어제보다 맛있다고 하시고 아이스크림과 체리가 함께하는 후식을 드시고는 다음 여행지로의 시간을 재촉하고 되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제는 크로아티아의 백미라고 하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크로아티아 최초의 국립 공원 이면서 1979년에 유네스코 자연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 관광업 초기에는 송어가 많이 살아서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송어를 많이 볼 수 없고 붕어 과의 고기와 파이크(pike) 라고 하는 엄청난 크기의 고기가 있는 곳. 



각종 어류와 포유류 식물류 동물류 등 수많은 자연의 보고가 존재하는 요정들의 쉼터 플리트비체. 그래서 이곳 관광을 끝내고 나서든지 관광을 하기 전이든지 식사는 항상 송어 요리가 나온다. 물론 양식 송어지만 그래도 유럽 식사중에 닭, 돼지 닭, 돼지 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곳. 그리고 이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달마시안 가니쉬(일명 달마니아식 곁들임)이 함께 나온다. 우리는 생각지도 못할 유채가 삶아서 나오는데..(유럽엔 봄 3에서 4월이 되면 유채가 없는 지역이 없을 정도로 유채가 많이 피는데 우리는 기름으로 사용 하는 것만 알고 있으나 유럽에서는 자동차 천연 연료로도 사용을 하고 줄기는 이렇게 먹기도 한다. 처음엔 이게 뭔지 정말 몰라서 수 많은 분들한테 문의를 해 보았는데 결국은 농촌 진흥청에 다니시는 분이 갑자기 “야~~~유채를 이렇게 삶았네” 하시면서 나도 그때부터 유채인지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닭이 아니니 자세히 꼼꼼하게 설명을 한 후 식당으로 들어섰다. 물론 그 야채를 미리 말하지 않고 맞추는 분께는 소정의 선물을 드린다는 설명도 함께 하고 말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매니저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자리 셋팅을 확인 하려는 순간 갑자기 매니저가 한 마디를 한다. “

“Today menu is chicken right?”(음 이팀 오늘 메뉴는 치킨 인데 맞나요?”)

‘뭐 뭐라고? 지금 내가 잘못 들은건가? 치킨?’   


<유채와 함께 나온 치킨>

게다가 건강에 좋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맛 없기로 유명한 닭 가슴살? 우리 다이어트 하는 사람도 없는데? 그렇게 닭을 먹고 왔는데 송어가 많기로 유명한 이 동네에서 갑자기 웬 치킨? 그럴 리가 없다. 매니저를 불러 메뉴를 보여 달라고 했다. 정말 그럴 리가 없다. 그리고 그래선 안 되는거 였다. 그래서 매니저가 회사로부터 받은 메일을 확인 하는 순간 거기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샐러드, 닭가슴살, 후식

오~~~~~~~~마이~~~~~~~~~~갓……더 이상 할말이 없다. 도대체 이번엔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닭띠도 아니고 치킨 너 뭔데 자꾸 나한테 덤벼 드는거야. 왜 그러는 거야 나한테ㅠ.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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