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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쟁이 위창균 May 14. 2021

<치킨 너 정말 이러기야? 나한테 왜이래? 2>

급한 마음에 이번엔 방법이 없다 16년차 내공이 있는 나도 정말이지 이번엔 할 말이 정말 없었다. 급한 마음에 현지 사무실에 전화를 해서 여기 메뉴가 왜 치킨 이냐고 번개처럼 따졌다. 그리고 여기선 치킨을 먹어 본적도 먹어서도 안되는 지역이기 때문에(송어가 특산인 지역이다.) 그렇게 문의를 했더니 사무실에서도 마찬가지 애기를 하는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그렇게 연락이 와서 치킨이 아니라 송어라고 분명히 말을 했는데 아마도 메니저가 메뉴를 바꾸어 놓지 않은 듯 했다.


그리고 가끔 송어가 아닌 치킨을 먹는 팀도 있다고 했다. 왜냐하면 식당이 여기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팀 처럼 빨리 진행하고 이동하는 팀이 아니고선 한 번은 송어를 다른 데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가끔 치킨이 나온다는 것이다. 아무튼 모르겠다. 그건 그 팀 사정이고 왜 우리가 치킨이 나오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데 서빙이 늦어 지는걸 눈치챈 몇몇 분이 눈치를 채곤 먼저 말을 거신다.


“송어가 안되나 보죠?” 

아뿔싸,…이미 상황을 파악 하신 것이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거 할 말이 없으면 진실을 말하라는 말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그래서 모든 분들께 상황을 정확히 알려 드렸다.

"오늘 메뉴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 점심 메인 메뉴는 닭 가슴살 입니다. 오늘도 치킨의 한 부위이긴 하지만 가슴살이 나오구요. 송어가 나와야 하는 지역에서 닭이 나오니 점심에는 크로아티아의 유명한 맥주와 음료를 함께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문제가 있었고 오늘도 문제이지만 이번엔 맥주로 문제를 막아야 했다.

그리고는 정말 다음 메뉴 부터는 신경을 쓰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나마 다행으로 대부분 알겠다고 하신다. 그래도 부위는 다른데 라고 강조를 살짝 하긴 했다. 가슴이 나온다고 했으니 모른다고는 해도 맞는 말이니까 말이다. 어제는 계속 다리가 나왔고 오늘은 가슴살이 나오니..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넘기나 보다 했다. 그리고는 불안 감에 얼른 다시 현지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저녁 메뉴를 확인을 했는데…


정말 나한테 왜이래?????????????????????????????????????

저녁도 치킨 이란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지만 돼지고기가 같이 나온단다. 그래서 어쩌라고 결국은 치킨 아닌가.

어쨌든 치킨 아닌가

‘나 손님들한테 어떻게 얘기 하냐고, 어떻게 얘기 하냐고’

바꿀 수 있느냐고 제발 바꿀수 있느냐고 한 10번은 말 했다. 제발 살려 달라고 치킨이 꿈에 나올것 같다고 치킨 수백마리가 날아다니는 꿈을 꿀 것 같다고 했는데 바꿀 수 는 없단다.

‘아~~~정말 집에 가고 싶다.’


여기서 우리나라와 다른 시스템을 발견 할 수가 있다.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메뉴 하나 바꾸는게 뭐 그렇게 어려운가 하는 부분 말이다. 예약 문화인 유럽 에서는 항상 그 팀에 맞게 재료를 준비를 해 놓는다. 그러므로 취소를 한다거나 변경을 할 때에는 그 원재료를 소화할 사람들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그래 그럼 서비스로 다른걸 더 해 달라고 하자.’

추가로 말이다. 그럼 치킨을 빼고 다른 걸 드실 수 있으니 그렇게 하는게 낳을 듯 했다. 그리고 어짜피 시간이 조금 있으니 지금 보다는 낳은 상황일 것이다. 지금은 너무 당황해서 얼렁뚱땅 급하게 했지만 저녁 이니 그래도 뭔 가는 준비를 하겠지.

 

그렇게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오고 메뉴를 알려 드려야 하는 상황이 왔다. 손님들의 표정을 바라 보면서 말을 하려고 하는데 아무리 16년차라 해도 이런 당황 스러운 순간에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어쩌란 말인가. 부딪혀야 하는 순간이고 그리고 이번에는 돼지고기가 있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그래도 어짜피 치킨과 함께 나온 다고 생각 했었지만 이젠 그 돼지고기 나마 위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과감히(?) 입을 열었다.

“자 여러분 메뉴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녁도 치킨 아니야?” 

누군가가 분위기를 알아 챈 듯 멀리서 혼잣말을 크게 하시는 분이 계셨다. 

그 의미는 감사하게도 이번에 치킨이 나와도 감사히 먹겠다는 의미였다고 나중에 말씀 하셨다. 정말 그 분은 천사였다.

"오늘 저녁은 돼지고기와 함께 치킨이 제공이 되구요”

순서를 살짝 바꾸었다. 이제는 나도 뻔뻔해 지는 것 같았다.(진짜 이럴 수는 없다. 정말로)

“이번 저녁에도 치킨이 들어 있어서 제가 다른 것 하나 더 추가해서 주문을 넣었습니다. 크로아티아 식 피자가 함께 제공이 될 겁니다.”


그랬더니 그 전에 있었던 반응과는 다르게 손님들이 호기심 있는 눈빛으로

'크로아티아식 피자?' 하면서 일행들과 눈빛을 주고 받는 것이었다.

'다행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리고 이번팀에는 치킨 때문에 같이 정신이 없었던 존재가 있었는데..

이번 팀에는 견습 가이드가 같이 버스에서 행사를 함께 진행하고 있었다. 가이드를 하기 위해서 선배들의 버스를 함께 타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가이드님이 센스 있게 분위기가 그러니 오늘 저녁엔 본인이 모든 손님들께 맥주 및 음료를 제공 한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들으니 손님들의 반응이 좋아 지면서 내가 걱정했던 그런 분위기는 어느새 싹 사라지고 갑자기 화기 애애한 분위기로 바뀌는 것이다. 전화위복의 순간 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식사시간은 자연스럽게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의 작은 속삭임이 나의 귀를 타고 식당 문 밖으로 새어 나가는 듯 했다. 


“오늘 저녁 치킨이 제일 낳은 것 같네. 그리고 이 돼지고기 말고 크로아티아식 피자라고 했나 여보? 이것도 아주 맛있는데? 우리 은근히 매일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 같애. 이럴거면 내일도 치킨이면 좋겠는데.. 한국에선 그 비싸다는 체리 먹지. 끼니 때마다 맥주랑 음료수 챙겨주지. 이건 서비스가 계속 나와. 이 여행 재미있네.가이드님은 마음 고생 하시겠지만 우리는 좋네…허허허”


‘네~~저야 애간장이 타지만 여러 분들이 즐겁다면 뭐든지 더 많이 해 드리죠. 아무튼 동요하지 않고 잘 드셔 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항상 생각 하는 거지만 그래도 나는 손님복은 있는 편이다. 이 사건으로 치킨을 한 번 더 먹은 우리 기사님은 졸지에 미스터 치킨 맨이 되고 말았다.              


<미스터 치킨맨>

                                    


여행쟁이의 팁 : 유럽에서 고기 식사는 밥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먹는 그런 고기 와는 맛이 다르고 느끼하기도 하다. 그럴땐 우리의 자랑스러운 고추장을 가지고 오면 맛깔나게 먹을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집에서 담그거나 큰 통에 있는 것 말고 튜브형으로 생긴 고추장을 챙겨오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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