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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쟁이 위창균 May 16. 2021

<벼락맞은 신사>

 

영국 일주…

일반 패키지에선 좀 처럼 하기 쉽지 않은 투어이다. 런던을 경유하여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딘버러 부터 다시 런던까지…

10년을 넘게 인솔자로서 투어를 했지만 영국 일주는 처음이다. 설레이는 스케줄이다. 변덕 심한 유럽(런던과 파리 날씨가 유럽에선 가장 변덕 스러운 것 같다.)날씨를 감안해서 우산도 챙기고 즐거운 기분도 챙겼는데 솔직히 조금은 조심 스럽다. 일명 vip 팀 


사실 vip팀에도 여러 종류의 팀이 있다. 학식 매너 교양 등은 무시학도 돈만 있는 팀의 vip팀이 있고 정말 매너 좋으면서 자주 같은 여행사를 품위있고 레벨 있는 가격으로 이용하는 vip팀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팀은 후자는 아닌 것 같다. 그냥 사무실에서 중요하다고 하니까 중요하게 신경쓰는 팀. 그렇게 신경 쓸 것도 없는데 그냥 신경 쓰는 팀 인 것이다. 어느 단체에서 임원 급으로 분리 되어 있는 vip.(본인이 사는 지역에서 힘 좀 쓴다는 -지역에 조합이나 모임 등이 많아서 자체적으로 동네에서만 힘이 센 사람들. 보통 이런 모임들이 많다. 한 번은 복숭아 작목 반에서 왔는데 작목 반장 님이 나에게 똑바로 못 하냐며 본인 밑에 작목반 인원이 60명이나 있다고 술마시고 고주망태가 되어서 삿대질을 한 적이 있었다.) 


정말 매너가 이렇게 실종 된 경우는 거의 없다. 그 경험하기 힘든 영국에 가서 무조건 한식 만을 고집하는. 영국은 박지성 이나 이청용 선수의 진출로 인해서 멘체스터 정도의 한식당을 제외하곤 런던에나 가야 한식당을 볼 수 있는데 다른 곳에서 요구를 하니 힘든 팀이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중요한 분들은 항공 좌석이 vip급이라서 기내에서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는 것. 하지만 걱정은 조금 된다. 가끔은 우리가 연수를 온건지 한식을 먹으러 온 건지 착각을 할정도로 한식을 고집하시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일정은 시작되었고 하루가 지났다. 어제는 시차를 극복하기 위해 맥주를 마시고 잠들었는데 아침 식사를 보니 음식이 차려 진게 거의 없다. 하지만 그때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와 한 마디를 한다.

“인솔자 분 이신가요?”

“예 그런데 왜 그러시죠?”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왜 그러지?’

했는데 알고 고비 이 곳은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음식을 주문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음식이 다 되는 것이 아니라 식당에서 가능한 메뉴 선에서 직접 고르는 것이다. 


‘이야~~~~영국이라 격식이 있는 곳이라 식사가 다르구나’

항상 단체 식을 먹다가 중요한 팀이라 호텔을 좋은 곳으로 잡다 보니 이런 문화도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메뉴는 예를 들면 계란 후라이를 굽기 스타일 대로 시킬 수 있고 베이컨 이나 햄 종류를 시키고 빵 종류는 어떤 것을 원하는 건지 등등을 말 하는 것이다. 기본 적인 과일이나 디저트 음료 등은 미리 세팅이 되어 있고 웨이터 들이 목록을 보여주며 고르라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자세히 보면 내가 할 일이 많아 진 것이다. 그리고는 새로운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서 약간 흥미 롭기도 했다. 이럴 경우는 아주 격 있게 식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아주 ‘격’있게 말이다. 


신사의 나라다운 식사라고 생각을 했다. 폼도 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일정을 하루하루 마무리 하고 있는데 세계 에서 가장 유명한 토끼 피터 래빗의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가 태어난 고향인 시골마을 윈드미어 에서 고비가 찾아왔다. 일찍 호수 근방에 있는 호텔에 도착한 관계로 자유시간을 주고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호텔로 먼저 들어와 체크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침 조식 시간이 문제였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셀프가 아닌 서빙식 으로 진행을 하다 보니 원하는 시간에 다른 팀이 있으면 우리가 식사를 늦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가능한 시간은 7시 45분.


너무 늦다. 나름 vip라고 하는 우리 팀은 평균 연령이 높아 6시면 기상 가능.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 전에도 기상은 가능하다. 두시간 이상 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벌써부터 걱정이다. 돈만 있고 인성은 별로 없는 우리 팀을 봤을 때 두 시간이라는 시간은 정말 긴 시간인 것이다. 아무리 상황을 얘기 해보고 해도 7시 45분 외에는 조금 이라도 당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정말 당황 스럽다. vip팀한테 이런 상황은 내가 무조건 해결하라고 지시가 내려오는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상황을 전달하기로 했다. 할 말이 없으면 정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호텔의 상황을 안내를 드렸다.


“오늘 아침에 조식을 하셔서 아시겠지만 영국 일주의 조식이 다른 곳에서의 식사 경험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러다 보니 팀이 겹치면 시간 조정이 불가피한테 지금 이른 체크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우리팀은 내일 오전 7시 45분에나 식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제가 계속 해서 여러 번 확인을 하고 또 확인을 하고 했는데도 그렇게 밖에 진행이 안 될듯 합니다. 일찍 식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식사 시간을 조절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내일 하루만 조금 늦게 식사를 하시는게 어떠 신지요?”

“뭐 상황이 그렇가면 그렇게 하시죠. 어떻게 다들 괜찮으시죠?”


무난 하신 회장님이 선뜻 나서서 그렇게 마무리를 해주셨다. 

체크인이 이르다 보니 이른 저녁도 빨리 먹고 일행들과 또 다른 자유 시간을 갖게 되었다. 아주 분위기 좋은 동네라서 100년이 넘었다고 하는 펍에서 맥주도 마시고 아주 멋진 저녁이었다. 

다음날 일어날 일은 생각도 하지 못한채 말이다.


그런 다음날 나도 잠에서 일찍 깼지만 주변이 호수 근방이라 산책도 하고 다들 기다리시고 있겠지 하면서 식당으로 15분 정도 일찍 도착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분이 나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위과장 어제 7시 45분 밖에 안 된다더니 왜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그러나? 우리가 7시에 와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사람이 정확히 확인도 안하고 노인네들 아침을 굶길 셈이야 뭐야? 도대체 한국에서부터 왜 따라 온거야? 이런거 하나도 제대로 확인을 못할 정도면. 도대체 어떻게 된거냐고?”

‘아니 이게 무슨 상황 인거야? 어제 그렇게 사정을 해도 시간을 변경 할 수 없다더니 지금 뭐야 이게?’

“예 그럴 리가요? 어제 분명히 7시 45분 외에는 절대로 절대로 식사가 안된다고 했는데 제가 몇 번을 확인하고 확인 하고 했었는데요..”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 아니 자주 있다. 한 두 번 당한게 아니다. 그래서 나는 나름 15분 먼저 내려와서 확인을 하려고 했는데 우리 일행들은 나보다 먼저 그것도 30분 먼저 내려와서 식당을 들어오니 들어와서 식사를 하라고 한 것이다. 그러니 나로서는 눈뜨고 코베인 상황처럼 황당한 상황이 되어 있는 것이었다. 호텔 로비 직원과 식당 직원들이 전달이 잘 되지 않으면 중간에 욕을 먹는 건 우리다. 이번 경우가 처음이 아니라 아마도 전달이 잘 못 된 것 같아서 바로 매니저를 찾았다.


“여기 매니저 어디 있나요? ”상황만 봤을 때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정말로 다급하게 매니저를 그것도 굉장히 급하게 매니저를 찾았다. 너무나도 황당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Pls pls 를 외치면서 말이다.

나도 마찬 가지로 소리 지른 분의 톤으로 똑같이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안 되는 상황 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아침부터 기분 나쁘게 욕을 먹을 수는 없었다. 그러고 나니 바로 매니저가 왔다. 

메우 놀란 표정 이었지만 애써 침착한 듯 한 표정 이었다. 동양에서 온 그것도 자신보다 한참은 작은(나는 키가 작다.)남자가 와서 자신을 찾으면서 소리를 지르니까 굉장히 놀란 것이다. 아마도 그런 상황이 처음 인듯 했다. 나는 만나자 마자 그 매니저가 숨 돌릴 틈도 없이 얼른 다짜고짜 우리 식으로 따지기 시작했다.  

  


<그 분은 마치 본인이 헨리 8세라도 되는 듯이 영국에 있는 식당에 와서는 엄청난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마치 조선의 왕들이 반찬 투정을 하듯이 말이다.>

“뭐하는 겁니까 지금 뭐하는 겁니까?” 신사는 갑자기 벼락을 맞은 듯 했을 것이다.

이 분은 분명 어디 동양에서 정신 나간 놈이 왔나 보다 했을 것이다. 아침부터 별 희한한 일이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미친 듯이 따지고 있었다. 상황은 이랬다.


어제 분명히 당신의 동료가 7시 45분 부터 식사가 된다고 했는데 분명히 바꿔 달라고 해도 안 된다고 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이냐며 따지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그 매니저가 당황 하면서 흥분하지 말고 천천히 말하라고 애기를 했다. 하지만 나는 아랑 곳 하지 않으면서 그 사람을 몰아 붙이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나를 따라오라고 하고는 저쪽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그 매니저를 끌고 가다시피 하면서 말을 계속 이어 가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그 매니저는 할 말이 있다는 듯 해명을 하려 했고 그 해명을 듣기 전에 나는 다시 그 매니저에게 윽박 지르듯이 얘기하며 결정타를 날리고 말았다.


“미안해요 미안해 모든 것이 내 잘못이고 당신은 잘못 없습니다. 그냥 액션 취하는 거에요.우리 팀이 하도 예민한 팀이라서 제가 화난척 하는 거니까 이해 부탁드려요..ㅠㅠ”. 


갑자기 매니저가 당황 하기 시작한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이 사람은 뭐지? 그런 듯한 표정 이었다. 다짜고짜 따질 때는 언제이고 갑자기 미안해 하면서 자기를 이해해 달라고 하니 이건 무슨 상황인가 말이다. 그랬다. 나는 손님한테 뭐라고 할 수는 없으니 그 매니저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손님 앞에서 액션을 취한 것이다. 그리고는 지금은 사람들 보이지 않는 곳으로 그 신사를 데리고 가서는 소위 우리말로 지금 싹싹 빌고 있는 것이다. 나의 무례한 행동을 이해해 달라고 말이다. 참나 이게 뭐하는 짓인지…

물론 손님이 시간에 맞지 않게 식당을 찾아 온 게 첫번째 잘못 이지만 그 앞에서 손님한테 뭐라고 할 수는 없으니 나 나름대로 머리를 쓴 것이다. 그렇게 그 매니저에게는 액션을 취하고 한 가지 부탁을 하고 말았다. 


“저 분한테 쏘리라고 한 번만 말해 주세요. 딱 한 번만요..” 

저 분들이 원하는 건 매니저 든 식당이든 누군가가 잘못을 했다고 말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그 매니저는 그 손님에게 진심이 하나도 담기지 않은 사과를 나 대신 해 주었고 그렇게 아침 식사는 마무리가 되어갔다. 그때 나는 다시 한번 손님에게 말씀을 드렸다. 


"Sorry 라는 말 들으셨죠? 전달이 잘못 되어 죄송 하답니다. 7:45 분 이었는데 시장 하실까봐 들어 오시라고 했답니다. 위에서 알면 큰일 난다고 합니다. 오늘 한번만 배려를 해 드린거라고 분명히 말씀 드린답니다. “

“그래? 그런거였어?. 우리가 운이 좋은 거였네 그럼. 어서 위과장도 식사하고 우린 다 먹었으니 출발 시간에 봅시다.”

자주 왔다 갔다 하는 분이었다. 기분이 얼마나 널 뛰기를 하는지 정말 맞추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렇게 쿨 한 척을 했던 그 분은 이틀을 남기고는 이제는 빵을 못 드시겠다며 다시한번 식사를 무조건 한식으로 바꾸라고 하셨다. 그 분 덕분에 한식을 계속 먹기는 했지만 인원이 많은 우린 우리 인원이 들어 갈수 있는 한 식당을 가기 위해 의미없는 시간을 런던 길가에 뿌리게 되었고 동선이 맞지 않는 식당들을 가기 위해 중세 시대에 지어진 런던의 마차길을 버스는 돌고 돌고 돌아 시간이 2배에서 3배 이상은 지체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식당을 나서면서 그 매니저에게 부탁을 했다. 

“미안해요 경찰은 부르지 말아주세요.”


혹시나 또 크로아티아에서 처럼 경찰을 부를까봐 얼른 선수를 쳤다. 아침 부터 진땀을 뺀 나는 아침 식사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식사를 하곤 남은 일정을 위해 방으로 향했다.


여행쟁이의 팁 : 처음 이었던 영국 일정 중에도 지켜야 할 것은 반드시 있다. 가장 기본적인 시간 엄수 여행 경험이 많아 질수록 살아온 세월이 오래 됐을수록 기본 적인 약속은 지키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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