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쟁이 위창균 Dec 25. 2021

<만리장...성2>

오토바이 타는 재미도 있었고 우선 가장 좋은것은 종류에 상관없이 중국집 음식을 실컷 먹을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게다가 탕수육은 나올때마다 하나씩 찍어 먹는 재미도 있었다. 비록 랲 싸는 것이 서툴러서 간혹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 실력도 점차 향상이 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친구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되었다. 이래서 기인이 생기나보다. 학교에서는 잠만 자고 맨날 친구들과 싸움만 하던 이 친구가 일 하나는 귀신같이 잘했다. 아침에 단무지 그릇 랲 싸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순서대로 철가방안에 음식을 담는것, 그 전에 음식을 랲으로 싸는데 정말 프로답게 일을 잘 하는 것이었다. 배달은 얼마나 빨리 다녀 오는지 아주 전문가 뺨치는 실력이었다. 


지금은 네비가 있어서 길을 귀신같이 알려주지만 이 당시는 뭐든게 아날로그..

지도를 보고 내가 아는 위치를 잡은 다음 거기서 오른쪽 골목이 하나 둘 셋 지나서 좌회전 하자마자 우회전 이런식으로 지도를 외우고 가야 했다. 

이런 버릇이 있다보니 난 올초 피자 배달을 할때도 네비를 켜지 않고 이런 식으로 배달을 했다. 20대 대학생들이 하는 방식과는 다른 식이었다. 


하지만 전에서도 언급 했듯이 이 친구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바로 말을 더듬는 것.

요즘은 앱이라는 것을 통해서 배달을 요청하지만 21년 전에는 뭐든것이 직접 통화였다. 그래서 점심이나 바쁜 시간에는 전화가 엄청나게 오는데 이 친구는 전화를 절대 받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좀 한 가한 시간이 되면 사장님이나 사모님도 자리를 비워 전화를 받아야 될 상황이 생기는데 그러면 내가 대부분 전화를 받았다. 


어느날 이었다. 나도 없었고 사장님도 없었고 사모님도 계시지 않는 순간 모든 배달원들도 배달을 나가고 없다보니 친구가 전화를 받을 상황이 생겼다. 그때 때마침 내가 들어서고 있었고 친구는 전화를 받았는데..


보통 내가 전화를 받으면 

"감사합니다. 만리장성 입니다."라는 멘트를 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이게 안 된다보니 전화를 받지를 않았는데 나는 이 친구가 전화를 받는 모습을 그날 처음 보게 된 것이다.


"가가가감..사함다....마마마마...만리장....입니다."

헛 만리장이라고?

세계 8대 불가사이의 굴욕...중국집 만리장성이 갑자기


여관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라이더의 생각 : 만리장성을 직접 가보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 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무덤이라고 하는 만리장성.. 2년이 지난 어느 겨울날 난 중국집 만리장성이 아닌 실제 만리장성에 서 있었다. 배달원이 아닌 여행 인솔자로서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만리장....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