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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쟁이 위창균 Mar 16. 2022

<이러시면 안됩니다.>

작년 봄 20년이 더 지나서 다시 만나게 된 고등학교 후배가 있었다. 그 친구도 나름대로 사연이 많게 살아오면서 처음 만났을때 여러가지 얘기를 늘어놓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급속도로 만남의 시간이 가능 해졌고 방역 지침에 따라 식당이나 술집의 영업 시간이 제한이 됨에 따라 피자를 배달하던 난 10시에 끝나고 나면 갈곳이 없어졌다. 


하지만 배달을 1시까지 하는 그 후배를 알고 난 후부턴 일이 끝나고 나서도 전철 3정거장 거리에 있는 그 친구 가게에 들려 함께 야식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는데..


그러면서 난 작년 7월 11일 이후로 더 이상 피자 배달을 하지 않고 이젠 무직이 된지 어느덧 8개월 차가 되었다. 이후 9월 1일1부터 9월 10일가지 목표했던 제주도를 발로만 여행을 하였고 2차 접종 완료자들에게 잠시 없어졌던 틈을 타 보스니아 여행을 8일간 다녀오기도 했다. 나름 바쁘게 지내다 보니 후배 가게를 가는 횟수도 점점 줄게 되었는데..


그러던 연말 오랫만에 가게를 들렸더니 후배가 갑자기 영수증을 보여주며 하소연을 한다.

"형 이거봐봐요.. 아직도 이런 놈들이 있다니까?"

"왜 또 진상이야?"


난 의례 있는 진상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생각지 못한 진상이었다. 물론 진상중의 진상 이었지만 이런 진상은 피자 배달할땐 없었는데 치킨이라 그런가? 별의 별 사람이 다 있었다.


영수증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사장님 제가 모레 돈이 입금되어서 그래요. 입금 되는 즉시 음식값 입금시켜 드림 안되나요 부탁드립니다. 수저포크X'

"야 진짜 이건 너무하는데. 어쩔꺼야? 갈꺼야?"

"이건 상습이야 상습"

"아 전에도 그랬어? 이사람 기억나?"

"많지는 않은데 가끔 있어요. 안 되 이런 사람들 한 번 해주면 계속 시키다니까. 안가 안가 아니 가면 안되. 안 갈거야"


갑자기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돈이 없었을까? 아니면 모레 정말 돈을 갚는걸까?'


 그러기엔 시킨게 너무나도 많았다. 몇명이 먹는건지 모르겠지만..

치킨에. 주먹밥에. 콜라 게다가 소주까지 그것도 4병이나..


라이더의 생각 : 돈이 없으면 있을 때 시키셔야 합니다. 이러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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